
그리고 이를 보고 있는 또 한 사람 여주. 카메라를 응시하며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정국에 여주는 괜스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정국이 자신의 앞에서 저를 올곧게 바라보며 말하는거 같았다....
*
정국은 여주가 재밌다던 영화를 택하면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줘 전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고 영화 또한 누적 관객수 이천만 돌파로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다.
영화 촬영부터 상을 휩쓸고 있는 지금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약속된 이별이었음에도 계약된 연애였음에도 그들은 감히 사랑을 했고 이별에 아픔도 맞이했다.
울음섞인 목소리로 서로를 애타게 부르며 밤을 보내기도 했으며 그리움에 사무쳐 서로를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음에 또 다시 아파했다.
하지만 모든 이별이 그렇다는듯 결국 그들도 각자의 인생이 있었고 그 모든 아픔도 일상 속에 무뎌져 어느새 잊혀져 가는거 같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다 잊었노라고 이제 아프지 않다고. 이렇게 오래 이어지는 이별의 아픔은 정국도 여주도 처음이었다.
"...왜 자꾸..눈물이 날까,, 좋은 날인데"
눈물을 잔뜩 글썽이며 수상소감을 말했던 정국이 결국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무대 위에서 눈물을 후두둑 떨어트렸다.
당황한 정국이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수상소감을 이어갔다.
영화가 대박이 나면서 전세계 영화제를 돌며 상을 받던 정국이었지만 어느날 고민이 들었었다.
이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여주를 잊은 적이 없었고 상대방을 여주로 생각하며 촬영을 했었다.
자신의 연기에 도움을 주고 자신이게 큰 사랑을 안겨운 이는 여주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저가 그런 여주를 어떻게 잊겠는가.
정국은 그 생각에 괜히 무대 위에서 수상소감으로 사랑한다 라는 말을 했다.
예정에 없던 말, 오직 여주에게 전하고픈 말.


"감사드리고....사랑합니다. 사랑해요 정말.."
*
그날 정국의 수상소감에 사랑한다 가 어찌나 많이 들어갔는지 팬들 사이에서도 기사 제목에서도 '수십번 사랑한다 말하며 감사를 전한 배우 전정국' 이렇게 올라오며 떠들썩했다.
여주도 정국도 각자의 일상에서 바쁜 스케줄을 이어나가며 지냈다.
정국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고 그의 스케줄은 나날이 늘어만 갔다. 여주 역시 연예인들의 단골 카페로 입소문을 많이 타 손님이 끊이지를 않았다.
"어 민규씨 오늘도 오셨네요."
"네 안녕하세요. 늘 먹던걸로 주세요."
"넵"
이곳의 단골인 연예인들 그 중에는 어느새 여주와도 꽤나 친해진 정국의 친구 민규도 있었다.
일주일에 4번 이상은 꼭 발도장을 찍는 민규는 항상 혼자서는 다 못먹을거 같은 양의 음류와 마카롱을 사갔다.
그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이래저래 바쁘니 단게 땡기나 보다 하고 넘어갔었지만 그 후에도 한두번이 아니니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주는 나름 눈치 빠르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었다.
"..? 제가 늘 주문하던게 아닌데요..?"
"민규씨가 그럼 매일같이 이 단것들을 다 드시는거예요?"
"아....."
"아니신거 같은데..그렇다는건 민규씨는 아마 심부름이라도 하시는거 거겠죠."
"........"
"자 이걸로 사가세요. 과일이랑 채소 갈아서 만든 건강식 주스예요. 마카랑 말고 천연재료로 만든 이 과자 드리세요. 민규씨도 이걸로 드시고요. 단거 너무 많이 먹으면 그거도 그거대로 안좋아요."
누구에게 전하라는 말은 없었지만 민규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
카페에서 나온 민규는 조금 더 걸어 골목으로 들어가 저를 기다리고 있던 정국의 차에 탔다.
저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건지 타자마자 여주는? 많이 바빠보여? 여주가 주문 직접 받은거야? 응? 말문이 터지니 민규는 과자 하나를 까 정국의 입에 넣어버렸다.
"...여주네 카페에서 사오라니까 이건 또 뭐냐"
"으휴 눈치없는 새끼"
"? 로고는 여주네건데..."
"너인거 다 알더라, 누구처럼 눈치없지는 않아서"
"........"
"너랑 나 둘다 단거 그만 먹으라고 이거 주셨어."
옆에서 한숨을 쉬며 으이그 거리는 민규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받은 음류와 과자만 품속에 꼭 끌어안았다.
"하, 진짜 가지가지한다...답답해 미치겠네"
"뭘 미치기까지 해."
"그냥 나한테 찾아오지마, 카페 나 혼자 갈래. 너만 보면 목구멍이 막히는 기분이야 뭘 이렇게 답답하게 굴어"
"이거 주스 마셔 목구멍 안막히게"
"야 이 미친놈아"
연애 종료 206일차, 천천히...잊어가는 중이다.
아니, 여전히 망설이고만 있다.
*
카페 안으로 급하게 들어온 한 여성
이제 막 카페 문을 연 여주가 저에게 급히 달려오는 여성에 뭐냐는 듯 쳐다봤다.
"여주 너 연애해?"
"...뭔 소리야"
"기사 났어. 여기 자주 오시던 민윤기씨랑 이 카페 사장인 너랑 비밀교제 중이라고 이제 곧 결혼한다는 기사도 났는데?"
"여기 단골인 연예인들이 몇명인데, 당연히 그런 기사 하나쯤은 날거라고 생각했어. 들을 필요도 없는 소리긴 하네. 내가 뭔 결혼이야."
"아니 너 말고, 내가 지금 네 걱정되서 왔겠냐...전정국 말이야. 그 사람은 너처럼 괜찮을거 같냐고"
".....아 ㅅㅂ..돌겠네"
"얼씨구 전정국 얘기에 안하던 욕도 하시네"
여주가 거칠게 머리를 털며 욕을 읊조렸다. 이런 루머 따위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국이 이 기사를 봤다면...아, 벌써부터 골이 아려왔다.
소문은 언제나 빠르게 퍼지는 법. 그리고 그게 연예인이 관련된 일이라면...그렇기에 더더욱 여주의 힘으로서는 이 말같지도 않은 찌라시를 막을 수 없었다.
...정국에게 연락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는 꼴이니,, 여주가 할 수 있는거라곤 상황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리는거 밖에 없었다.
어차피 사실도 아니고...전정국은 저와 이제 남남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자는 마음이었다.
딸랑 -
"안녕하세요. 주문하시ㄱ"
"나도 안녕, 여주야"
"아....."
하지만 그 다짐도 얼마 안가 깨져버렸다. 비맞은 강아지마냥 금방이라도 울거 같은 꼴을 하고 저의 앞에 나타난 정국에 말이다.
이렇게 바로 찾아올 줄은 몰랐어서 여주는 놀란듯 정국을 바라봤다.
이미 촉촉히 젖어들어간 정국의 눈동자를 보니 할 말을 잃었다. 그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안다. 그가 상처받았다는걸, 오랫동안 비밀연애를 했다는거 뿐만 아니라 곧 결혼까지 한다니,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는 이미 충분히 아파보였다.
"물어볼게 있는데 올 수밖에 없더라"
"........"

"그냥 내가 싫었던건가 싶어서, 그래서 미칠듯이 아파서..."
울음도 아픔도 화도 잔뜩 억누른듯한 목소리로 차마 여주와 눈도 못맞추고 아픈 말을 하는 정국에 여주는 왠지 모르게 감정이 울컥하고 올라오는거 같았다.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니 네가 그리고 내가 아직도 서로한테 아프고, 상처를 받는거라고..
"나..너 진심으로 사랑한거야"
"........"
"네가 싫은 적 없어. 사랑하기만 했지. 너도 나도 외롭고 겁만 많은 사람이잖아. 그래서 무섭고 걱정이 앞섰던거야...네가 싫었던게 아니라"
"..여주야...."
"나도 기사보고 놀랐어. 이렇게 네가 아파할거 알았으면 너한테 아니라고 바로 말할걸 그랬다..미안"
그리고 그래서 더 후회가 되었다.
이래서 아직도 못잊고 아프기만 한 우리가 모양새가 웃긴 짓이라도 상처받지 않게 그래도 먼저 연락할걸.
여주는 감정을 억누르며 정국에게 차분히 말했다. 저의 진심이 정국에게 닿길 바라며.
정국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정국의 밑으로 작은 눈물이 떨어진다.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서 미안, 잘있어 여주야.."
"응,...너도"
연애 종료 251일차, 우리는 언제쯤 서로를 추억으로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을까.
너를 예쁘게 포장하고 싶다. 돌이켜 볼 때 문득 떠올려볼 때 , 사랑이란걸 했던 나 자신이 예뻐보여 미소 지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 우리는..언제쯤 아파하지 않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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