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 날 없는 너때문에

06 혼자가 아니야

다음 날, 밴드부 연습실.
플리는 마이크를 들고 심호흡했다.



'이제는... 긴장 안 할 거야. 다들 나를 믿어주니까.'



예준 선배는 앰프를 조율했고, 은호 선배는 드럼 스틱을 손에 쥐고 돌렸다.



"오늘은 새로운 노래 연습이다. 플리, 준비됐지?"



"네!"



그 순간—
똑똑.



문이 열렸다.





"실례합니다~"




그 목소리에 플리의 등골이 싸늘해졌다.
고개를 돌리자, 그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김채아.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서류철을 든 학생회 친구 둘도 함께였다.




"어머? 또 만나네~? 반가워라 ㅎ"



예준과 은호는 동시에 시선을 채아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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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세요?" 예준이 물었다.



"오해하지 마셔요. 이번엔 완전 공식 업무로 온 거니까."



채아가 서류철을 들어 보였다.



"제가 학생회 비품관리부 차장이거든요? 이번 학교 축제 무대 장비 관련해서 각 동아리에 공지 전달하라는 지시가 내려와서요ㅎ 밴드부는 스피커랑 조명 요청사항 제출해야 합니다."




플리는 당황했다.

'뭐야... 학생회였어? 일부러 찾아온 줄 알았는데...'




하지만 은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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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요청은 지난주에 이미 제출했는데요."



채아가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아~ 그거 말인데, 서류 누락됐더라구요ㅎ 다시 제출하셔야할 듯?"



"누락이요?" 예준의 목소리가 냉랭해졌다.

"지난주에 담당 부장한테 직접 확인까지 받았는데요."




채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겠어요~ 학생회 일 처리 엉망일 때 많잖아요. 저도 곤란하다구요~ㅎ"




플리는 알 수 없는 불길함에 심장이 빨라졌다.

'설마... 이거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겠지?'




예준의 올라간 한쪽 눈썹을 본 플리는 그가 지금 화가 많이 났다는 걸 캐치했다.



예준이 한 발 앞으로 나가려는 순간,

슬그머니 예준의 팔을 붙잡았다.




도리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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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준은 플리의 귀여운 도리도리에 피식 웃음이 났다. 플리의 작은 신호를 알아챈 예준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알겠어요. 서류 다시 준비해서 제출하겠습니다."




채아가 웃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연습 좀 봐도 되죠? 제가 다음 축제 무대 담당이기도 해서~"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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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은호가 단호하게 잘랐다.

"지금은 내부 연습 시간입니다. 외부 참관 안 받습니다."





채아의 입꼬리가 떨렸다.
"...학생회 업무인데요?"




"서류만 받으러 오신 거 아닌가요? 연습 구경은 학생회 권한 아닐 텐데요."





채아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네네~ 그렇게 경계하지 마셔요 ㅎ 나쁜 뜻 없거든요?"




플리는 채아의 눈빛이 예전과 똑같다는 걸 깨달았다.
겉으로는 미소, 속으로는 의도된 불편함.







"그럼 서류 기다릴게요. 너는 곧 다시 보자, 플리야~?"

채아는 마지막으로 플리를 흘끗 보며 돌아섰다.
문이 닫히고,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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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은호가 다가와 플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플리는 꾹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네."




예준이 서류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거, 이상해. 일부러 누락 처리한 걸 수도 있어."




"그런 거 같아요.

"예전에도 그래요. 고등학교 때, 채아가... 티는 안 냈지만 자꾸 저를 곤란하게 만들었거든요."





은호가 이를 악물었다.

"이번엔 우리도 당하지 않아. 네가 혼자였을 땐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우리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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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이런 같잖은 장난 재미도 없다 ㅎ"




플리는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눈빛에 결의가 담겼다.




"이제 저도 도망치지 않을 거예요.
이번엔, 같이 맞설 거예요."

그리고, 플리는 마이크 위에 손을 올렸다.
"연습... 시작할까요?"





"ㅎㅎ 오~ 밴드부 짱같은 걸? 그래 연습 시작하자"







***






김채아...?
네가 뭘 꾸미든, 이번엔 나 혼자가 아니야.

계속 그렇게 해 봐.

.
.
.

나도 더는 못 참으니까
















손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