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뮤직 스팟은 그렇게 해결. 근데 콜라보 공연은?”
순간, 뒤쪽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ㅈ…제가 의견 드릴게요.”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VIBE의 보컬, 박하였다.
“플리가… 움직일 수 없는 건 사실이니까요오.. 근데 꼭 무대 ‘위’에 있어야만 보컬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예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인데?”
박하는 두 손을 모으며 말을 이어갔다.
“뒤쪽 빔 프로젝터로 병실에 있는 플리를 실시간으로 띄우는 거예요. 병실 벽면을 꾸며서… 마치 영상 통화 라이브 배틀처럼...! 무대에 있는 저랑 노래로 대결하는 연출이 되는 거죠.”
순간, 다들 멈칫했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밤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근데 그러면… 플리는 무대에 아예 못 서는 건데? 괜찮을까?”
그때 은호가 팔짱을 풀며 말했다.
“굳이 병실일 필요 있나? 그냥 무대 뒤쪽 작은 공간을 막고, 그 안에서 라이브 영상으로 나오면 되잖아. 그리고 곡 끝나고… 휠체어 타고 무대에 직접 나오면 되지.”
“…!”
예준, 밤비, 하민 모두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아 그거 된다!”
“개천재들 아니야 우리?”
“아 미쳤다 진짜ㅋㅋㅋㅋ”
밤비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럼 휠체어도 그냥 단순하게 두면 안 되겠다. 예쁘게… 뭐, 마차처럼 꾸미자ㅋㅋ”
예준도 웃으며 박하의 어깨를 두드렸다.
“박하야, 의견 고마워 ㅎㅎ 플리가 최대한 부담 없이 무대 설 수 있게 많이 도와줘?”
박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잘못한 것도 있으니까... 최선을 다해서 도울게요.”
그렇게 술잔이 오가며 서로를 칭찬하고 괴성 지르며
“우린 천재다!!!”
라고 소리치다가, 각자 알딸딸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날 밤, 병실
스르륵—
문이 아주 조용히 열렸다.
플리는 잠에서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은호였다.
“……은호 선배???”
은호는 살짝 붉어진 얼굴, 반쯤 풀린 눈으로 말없이 들어왔다.
"흐음....."
“선…배? 여기 왜.. 왜 오세요??? 집에 안 가고… 여기로 오면 어떡해요?!”
은호는 휘청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쉬잇… 조용… 병원에서… 시끄럽게 하면 안 되지…”
플리는 더 당황했다.
“…선배가 지금 더 시끄럽잖아요!!”
그러나 은호는 말도 제대로 안 들리는지,
그냥 풍선처럼 헤롱헤롱 흔들리다 침대 옆 의자에 털썩 앉더니,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플리의 깁스한 다리 위에 머리를 ‘툭’ 하고 올렸다.
“선, 선배?!?!?!?!?!?”
플리는 놀라서 뒤집어질 뻔했지만
움직일 수가 없어 답답해서 입술만 꾹 깨물었다.
은호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중얼거렸다.
“…얼른 나아…… 바부야……
걱정... 대자나....”
병실 불빛 아래, 은호는 플리의 다리에 기대어 잠들 듯 몸을 맡긴 채 작게 숨을 내쉬었다.
플리는 그런 은호의 머릿결을 조용히 쓰다듬었다.
"바보는 ... 자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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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