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J 출판 서준의 방.
서준 (은우를 맞이하며) "서울은 언제 온거야?"
은우 "이틀전. 내가 널 깠는데 반겨주네. 고맙게."
서준 (피식 웃으며) "귀한 분이니까. 몇 번을 까여도 괜찮아."
은우 "이제 그만 까려고. 하자 사진집."
서준 "기분 좋은 당황스러움이네. 갑자기 마음 바꾼 이유를 물어도 될까?"
은우 "여러번 찍었잖아. 열 번 찍으면 넘어가는 타입이라. 생각해보니 찾을 수 있을거 같아. 춥거나 치열하지 않은 서울의 모습을."
서준 (책 한 권을 건네며) "좋네. 그 전에 상의할 일이 있어. 그때 말했던 서울 테마 소설집이야. 원래 계획은 이 책의 문장을 추려 사진집에 넣을 생각이었는데 얼마전에 한 캘리그라피스트를 알게 됐어. SNS에 본인이 직접 쓴 글을 올리는데 글도 그 글을 표현하는 캘리도 아주 좋아. 너만 괜찮다면 이 캘리그라피스트에게 글까지도 맡기고 싶은데. 다만 경력이 적은 신인이라."
은우 "다들 경력만 찾으면 신인은 어디서 경력을 쌓겠냐."
서준 "그래서 쌓게 해 주려고 SJ에서. 물론 작가님만 괜찮다고 한다면."
은우 "그래 뭐 나는 괜찮아."
서준 "오케이. 그럼 그렇게 진행하자. 다음주 수요일 3시 미팅 잡아도 괜찮지?"
은우 "대표님 좋으실대로."
함께 작업하게 될 포토그래퍼와의 미팅. 로하는 서준의 사무실로 향한다. 서준과 은우가 로하를 기다리고 있다.
서준 "두 분 인사나누시죠. 사진 작가님, 캘리그라피 작가님. 두 분이서 함께 작업하시게 될 겁니다."

은우 "안녕?"
로하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서준 "두 분 서로 아는 사이입니까?"
은우 "친구. 고교동창."
로하 (서준을 바라보며) "죄송해요. 제가 다시 연락드릴께요."
은우 (일어서며)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그럼."

로하 "뭐야 다 알고 있었던 거야?"
은우 "도망이 체질이야?"
로하 "너 다 알고 있었지. 다 알면서 말 안한거지?"
은우 "안 물어 봤잖아. 난 물어볼께. 자꾸 도망치는 이유."
로하 "너랑 마주치는게 싫으니까. 그냥 니가 싫어서 동상친거야. 나 너 싫어."
은우 (피식 웃으며) "거짓말 잘하네. 아로하."
로하 (발끈하며) "뭐?"
은우 "니가 날 싫어할리가 없잖아."
로하 "착각하지... (뭔가 생각이 난 듯 잠시 망설이다) 그날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나 아무것도 기억 안 나거든. 내가 원래 술만 먹으면 마음에 있는 말 없는 말 다 뱉어. 그거 다 주정이고 쓰레기고 공해 같은거야. 그러니까 그날 일은 그냥 다 잊어줘."

(은우의 회상)
로하 (은우 등에 업혀 투정부리듯) " 나 너 싫어."
은우 (단념한듯 한숨을 쉬며) "내가 취한 애랑 무슨 말을 해. 니 마음대로 해라."
로하 (울먹이며) "안 돼. 그게 내 맘인데 내 맘대로 안 돼. 덮어놓고 모른척 해도 꾹꾹 눌러도 너만 보면 자꾸 살아나. 그니까 내 눈 앞에 나타나지마. 나 좀 살려줘!"

로하 '잊고 있었다. 마녀는 언제고 새로운 저주를 걸 수 있다는걸.'
은우 (로하를 바라보며) "나는 널 살려줄 마음이 없다고."
로하 '그리고 이 마녀는 나를 살려줄 마음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