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강태현은 잘 싸우지 않는 사이다. 서로가 안 맞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애초에 싸움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달까?
서로 이해해주지 않으면 싸움 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라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
“ 여주야 이거 해줄 수 있어..? “
” 어..? 아.. “
난 수행평가에서 늘 조장을 맡는다. 뭔가 내가 좀 전체적으로 만져야 만족이 되어서 평소엔 잘 나서지 않지만 조장은 늘 맡는다.
뭐 조장을 맡아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텐데 조사를 해본 적 없는 듯한 스크랩들과 무임승차는 짝꿍처럼 붙어다닌다.
” .. 할 수 있지! “
” 진짜?! 그럼 나 이것 좀만 해줄래? ”
“ 어? 아 응! ”
거절.. 하기도 귀찮다. 괜히 안해주고 뒤에서 욕 먹을 바엔 힘들게 노동하고 칭찬 받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결국 난 이틀 넘게 쭉 밤을 새게 되었다.
“ 하.. 미쳤어. 이젠 카페인도 못 버텨 ”
” 거절할 건 거절해. 왜 자꾸 사서 고생하고 있어 “
” .. 아니야. 그냥 내가 다 하는게 맘 편해 ”
“ 참.. ”
나와 달리 강태현은 거절할 건 거절하는 성격이다. 절대 자신의 능력치를 과하게 쓰지 않고 딱 적절히 할 수 있는 정도만 하려고 한다.
워낙 열정st인 강태현은 자신이 맡은 바는 정말 베스트로 해낸다. 그런 강태현에게는 무임승차도 통하지 않는다.
“ 저희 조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
스윽,
“ ..? 뭐야 저게 “
” 너희는 왜 조원이름이 4명 뿐이니? ”

“ 무임승차한 사람은 이름 빼기로 했습니다 “
“ 미친.. ”
외강내강 강태현은 선생님들도 이기지 못한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래도 어떻게 이름을 빼냐.. 통쾌하기는 하네
결과적으로 그 아이는 수행평가 점수를 최하점을 맞았고 그에 화가 난 아이는 강태현에게 아주 극대노를 했다.
“ 야!! 니가 내 미래 하나 망쳐놓은 거 알아?!! ”
“ … ”
“ 어떻게 할거야?! 어?! 나 대학교 못 가면 니가 책임질거냐고!! ”
“ .. 하 ”
“ 너 지금 한숨 쉬었냐?! 어?! ”
스윽
탁,
“ .. 오히려 고마워 해야하는 거 아닌가 ”
“ 뭐..? ”
“ 내가 그래도 이번 기회에 깨달음 하나는 준 것 같은데 ”
“ … ”
“ 그 능력으로 대학교 가면 뭐하려고 “
” 너.. “
” 가서도 그렇게 하면 졸업 못 해. 졸업도 못할 거 대학교는 왜 가? “
” 이게 진짜..!! “
탁,
“ 처음부터 무임승차는 이름 빼겠다고 이야기 했고 ”
“ … ”

” 이미 산출된 성적에 이의가 있으면 선생님께 가서 직접 말해. 창피한 줄도 모르고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
“ … ”
그렇다. 이때의 강태현은 지금보다 더 새침떼기였다. 난 아무리 화가 났어도 애들 앞에서 저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난 강태현에게 한 마디했다.
“ 아까는 좀 심하게 말했어. 너 ”
“ 걔가 애초에 그렇게 난리치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말 안했어 ”
“ .. 그래도 앞으로는 그러지 마 ”
“ 아니 걔가 난리를 치니..ㄲ “
” 그러니까 앞으로 걔가 또 그래도 넌 참으라고 “
” 뭐..? “
” 걔보다 니가 너 착하잖아. 그러니까 참으라고 “
” … “
우리가 싸우게 된 결정적인 일은 이 일이 아닌 다음 수행평가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 어.. 그럼 이 부분 맡아서 해줄 수 있을까? ”
“ 응응! 알았어 ”
“ 너는 이 부분 해줬으면 좋겠어. 할 수 있지..? ”
“ 그럼. 나만 믿어 “
그때 그 무임승차한 아이가 나랑 같은 조가 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난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을 바꿔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확실히 나의 착각이었다.
“ 하.. 왜 연락을 안 보지? ”
수행평가 발표가 다음날이었음에도 그 아이의 자료를 받지 못했다. 난 이미 또 이틀 전부터 꼬박 잠을 못 자고있었다. 거기에 수행평가 스트레스까지 합쳐져 극예민 보스였다.
결국 또 밤을 새며 혼자 완성시켰고 다음날이 되었다.
“ 아.. 머리 아파 ”
“ 어제도 샌거야? ”
“ 어? 아.. 그건 아닌데 ”
“ 보건실 가서 두통약이라도 받아와 ”
강태현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했다가는 그 잔소리 폭탄을 맞을 게 분명했고 지금 내 상태로 그 폭탄을 맞았다가는 진짜 성격이 파탄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평소 잠을 자지 못하면 두통이 좀 심하게 오는 편이었다. 결국 난 보건실에 가 두통약을 받아왔고 그렇게 발표시간이 되었다.
“ 하.. ”
“ 조장 왜 그래..? ”
“ 어? 아.. 괜찮아. 걱정 하지마 ”
괜히 애들이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다 우리 팀 발표 차례가 되었고 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앞으로 나갔다.
“ 저희 팀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
스윽,
탁,
“..!!”
콰당,
PPT를 넘기려 옆에 있는 컴퓨터로 이동하던 중 눈앞이 휙 돌더니 결국 난 쓰러지고 말았다.
눈을 뜨니 병원이었고 팔엔 링거주사가 놓아져있었다. 옆엔 강태현의 교복자켓과 넥타이, 가방이 놓여있었다. 시계를 보니 학교는 끝났을 시간이었다.
그때,
스윽,
” 일어났어요? “
” 아.. 네 “
” 수면부족으로 인한 과로에요. 요새 잠을 못 잤나봐요 “
” 네.. 수행평가 준비 하느라.. “
“ 옆에 있던 남학생은 남자친군가? ”
“ 네..? ”
“ 아까 한 학생이 계속 보고 있었는데 어디 갔는지 지금은 안 보이네요 ”
” 아.. “
순간 망했음을 직감했다. 하 강태현 나 보면 또 잔소리부터 퍼붓겠네..
“ 조금 더 안정 취하다가 가면 될 것 같아요 ”
“ 감사합니다.. ”
그렇게 의사선생님이 가시고 난 다시 눈을 감았다. 강태현에게 잔소리를 듣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ㄷ
그때,
” 일어난 거 알거든? “
” 아.. “
” .. 아프면 눈 감고 있어 ”
“ 그 정도는 아니야.. “
” 대체 넌.. 왜 그렇게.. “
” .. 말했잖아. 혼자 하는 게 편하다..ㄱ “
” 그건 네 생각이지. 몸은 생각 안 해? “
” … “
” 내가 얼마나 식겁했는지 알아? “
” .. 그래도 “
” 내가 거절할 건 거절하랬지. 왜 그거 하나 못해서 니 몸 이렇게 혹사시켜? 어? ”
“ … ”
다시 생각해도 억울하다. 이런 성격이 누군가에게는 답답하고 호구 같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난 단 한 번도 이런 내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저 남을 더 배려하는 것이고 결과가 완벽하기를 바라는 거라고 생각했다. 타인과의 갈등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고
그리고 이게 지금 내 문제가 아니다. 무임승차한 그 놈 잘못인데 강태현에게 이런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 억울했다.
아프고 예민해 죽을 것 같은데 내 사람과 있음에도 쉴 수 없는 그 상황이 너무 싫었다.
” .. 내가 잘못한 거 아니잖아 “
” 뭐? “
” 무임승차한 걔가 잘못한 건데 넌 왜 나한테 화를 내? “
” .. 내가 언..ㅈ “
” 너 지금 나한테 화 내고 있잖아, 진짜 모르겠어? “
” … “
” 나 지금 아프고 예민해서 무슨 말이던 곱게 안 들리는 것도 맞는데 니가 화내고 있는 것도 맞다고 “
” … “
순간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나왔다.
주르륵,
“ 흐.. 그렇게 니가 거절을 잘 하면 니가 나 대신 거절해주면 되잖아! 씨이.. 흐 진짜 “
” 김여주.. “
” 너 진짜 꼴보기 싫어.. 처음으로 진짜 미워졌어.. ”
“ … ”
“ 혼자서 집 갈거니까 빨리 가!! “

“ .. 알았어, 일단 푹 쉬어 그럼 “
” … “
처음으로 대판 싸웠다. 이 싸움의 냉기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고 우린 서로 말도 먼저 걸지 않고 웃어보이지도 않았다.
난 이렇게 이별을 하는구나 싶었다. 마치 이 고요함과 냉기가 헤어짐을 예고하는 것 같아서 비가 오기 전 추워지듯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