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된거야? “
” 우리? “
나와 강태현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었다. 볼꼴 못 볼꼴 다 본 친구사이? 진짜 딱 이런 사이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어렸을 때 이야기고 내가 강태현을 처음 좋아하게 된 건 아마도 그때부터이지 않을까 싶다.
” 와.. 나 어떡해? “
” 왜? “
” 나 장애물 달리기 주자야.. ”
체육대회를 2주 남긴 시점, 반에서 참가자들을 뽑기 위해 제비뽑기를 했는데 난 달리기에 달 자도 안될 정도로 진짜 달리기 꽝이다.
근데 하필 내가 장애물 달리기를 뽑았고 그렇게 내 망한 인생은 시작된 것이다.
“ 엥? 니가? ”
“ 반장이 그냥 제비뽑기로 정하자고 해서 뽑았는데 하필 달리기네.. ”
“ 바꿔달라고 해 ”
“ 이미 말해봤는데 다들 장애물은 싫대 ”
장애물 달리기는 하이라이트인 질문 뽑기 때문에 모두에게 기피의 대상이었다. 워낙 난해한 질문도 많고 대상을 데리고 오면 질문을 읽어야 해서
좋아하는 사람 데리고 오기 이런 거 걸리면 진짜 답이 없는 것이다. 잘되면 몰라도 차이면 진짜.. 어후
“ 그래? ”
“ .. 니가 나 특별 코칭 좀 시켜줘 ”
“ 뭐 줄건데? “
” .. 한 달동안 니 가방 내가 들게 “
” 콜. “
결국 난 강태현에게 달리기 특별 코칭을 부탁했다. 내 어깨와 맞바꿀만한 선택이었다.
강태현은 워낙 옛날부터 날쌨어서 늘 달리기 마지막 주자를 맡았었다. 제발 태현님 날 살려주세요..
그렇게 나의 특별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 자 우선 기본자세부터 배우자 ”
“ 난 뭐든 할 준비가 되어있어 ”
“ 우선 팔을 이렇게, 다리를 이렇게 ”
“ 팔을.. 이렇게..? ”
“ 아니 이렇게 ”
“ 이렇게..? ”
“ .. 아니 ”
“ 그럼 이렇게.. ”
“ 아니..!! ”
“ 뭐 어쩌라고..!! ”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어떻게 춤을 전공하게 됐는지 참 의문이다. 저 자세 하나 제대로 못 잡는데 나 춤은 어떻게 추냐..?
그렇게 2주간 빡세게 강태현과 달리기를 연습했고 체육대회 전날이 되었다.
“ 와.. 진짜 긴장 미쳤어 “
” 그렇게 긴장 돼? “
” 당연하지..! 이랬는데 내일 꼴찌하거나 넘어지면 무슨 망신이야 “
” .. 근데 “
” 어? “
” 넘어지지만 마, 우리 학교 천연잔디 아니라서 아프다 “
“ .. 이게 지금 다른 반이라고 수 쓰네? “
” 들켰네 “
” 이씨..! 진짜 “
웬일로 다정한 격려를 건넨다 했다..
” 아무튼 넘어지지 마. 너 다치면 내가 데리고 집 와야 하잖아 “
” 알았어 “
다음날,
“ 자 다음 종목은 3학년 장애물 달리기입니다. 각 반 주자들 운동장으로 모여주세요 ”
“ 후..하! ”
난 운동장 한 가운데로 갔고 다른 반 주자들을 살펴보니 평소 달리기를 잘한다는 애들은 다 있었다.
그렇게 라인 순서를 정하고 우린 출발지점에 섰다.
“ 자.. 준비하시고 하나 둘.. “
” … “
탕,
그렇게 경기는 시작되었다.
초반 스타트가 빨랐던 나는 다행히 중위권으로 달렸고 첫 번째 장애물인 과자 먹기에 도착했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콘쵸라서 쉽게 먹을 수 있었고 빠르게 다음 장애물로 달려갔다.
두 번째 장애물은 훌라우프 달리기였다. 다행히 어렸을 때 내가 체육시간 중 가장 잘했던 게 훌라우프였어서 이것도 손쉽게 클리어했다.
마지막 질문 뽑기 쪽으로 달렸고 내가 1위로 달리고 있었을 때,
탁,
“ 아..!!! ”
바닥에 있던 돌에 걸려 넘어져버렸고 무릎에선 피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난 아픈 것보다 1등이 중요했기에 얼른 다시 달렸고 1등으로 질문 뽑기에 도착했다.
“ 자 하나 뽑아서 대상자 데리고 선 안으로 뛰면 돼 ”
스윽,
"..?! "
운도 좋지 않게 내가 뽑은 것은 좋아하는 사람 데리고 오기였다. 당시의 난 매우 난감했다. 아니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데 없는 사람을 만들어 갈 수도 없고
그때 내 눈엔 이제 막 축구 경기를 끝내고 응원석 쪽으로 가고 있는 강태현이 보였고 그대로 강태현에게 달려갔다.
“ 야!! 가자!! ”
“ 뭐? ”
탁,
“ 아!! 좀 가자고!! ”
“ ..?!! ㅇ..야!! “
그렇게 강태현의 손목을 잡고 난 무작정 골인지점으로 뛰었고 그렇게 들어오기는 내가 1등으로 들어왔다.
“ 하..흐아 미친.. 갑자기 왜 뛰는건데, 너 무릎은 또..ㅇ “
“ 내 질문 대상자가 너니까! ”
“ ..? 니 질문이 뭔..ㄷ ”
그때,
삐이익,
“ 자! 모든 선수들이 다 골인지점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질문들을 확인해보겠습니다 ”
“ .. 미리 사과할게 ”
“ 뭐..? ”
“ 자 1등 김여주 양 질문이 뭐였나요? ”
“ .. 좋아하는 사람 데리고 오기요 ”

"..?"
결국 난 지르고 말았다. 옆에 내 손을 잡고 있는 강태현을 보니 평소보다 눈이 2배는 더 커져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 어머~! 그럼 강태현 군을 평소 좋아하고 계셨던건가요? “
” .. 예 “
” … “
” 강태현 군, 이 고백에 대한 대답 지금 해주실 건가요? “

” 아니요. “
"..!! "
생각보다 더 단호한 그 놈의 대답에 좀 서운했다.
아무튼 그렇게 체육대회가 끝나고 난 책가방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평소 강태현과 함께 하교를 했지만 내가 그 말을 질러버린 이상 이제 앞으로는 같이 하교 못 할 것 같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하늘은 어두워져있었고 난 자꾸만 드는 섭섭함에 애꿎은 길바닥 돌만 뻥뻥 차댔다.
“ 치.. 뭘 또 그렇게 바로 아니요라고 하냐 ”
그때,
띠리링,
“ ..? 강태현?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딱 마침 강태현에게 전화가 왔다.
뚝,
“ 여보세요? ”
“ 너 어디야 ”
“ 나..? 집 가는 중인데 왜..? ”
“ 왜 혼자 갔어 “
” .. 오늘 그 난리를 쳐놨는데 어떻게 너랑 같이 가 “
” 너네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
” 왜? “
” 뭐 줄거 있어서 “
” 알았어 “
결국 난 집에 도착했음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강태현을 기다렸다. 에이씨 이놈 금방 오는 거 아니었어?
심심했던 난 바닥에 발로 그림을 그리며 기다렸다.
그때,
“ 신발 앞에 다 닳겠다 “
” 이씨.. 너 늦을 줄 알았으면 집에 들어갔다 나왔지! “
” 승질 하고는.. 자, 이거 “
” ..? 이게 뭐야 “
스윽,
강태현이 내게 건넨 것은 다름 아닌 연고와 밴드였고 난 그제서야 내 무릎 꼴이 말이 아님을 확인했다.
“ 무릎 이거 흉지겠지..? “
“ 내가 다치지 말랬잖아. 하여튼 말은 죽어도 안 들어요 ”
“ 치.. 내가 다치고 싶어서 다쳤나 ”
” 일단 저기 벤치로 가자. 붙여줄게 “
그렇게 나와 강태현은 함께 집 앞 공원 벤치로 갔고 강태현은 능숙하게 핏자국을 닦아내고 연고를 바른 다음, 뽀로로 밴드를 붙였다.
“ 다 됐다. 흉은 살짝 질 것 같네 “
” 원래도 안 예쁜 다리 더 못나지겠네 “
” 다리 안 예쁘면 뭐 어때서 “
” 어허이.. 여자한테 다리가 얼마나 중요한데 ”
” 넌 이미 얼굴이 못생겨서 괜찮거든? “
” 아 이게 진짜..!! “
” 성격도 칠칠 맞고 아주.. “
” 내가 뭐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뛰었는데..!! “
” 뭐 때문에 뛰었는데? “
” ㄱ..그거야! 당연히 너 2주 동안 시간 내준거 보람있게 해주려고 “
” 푸흐.. 진짜? 1등이 아니고? “
” 그래! 내가 고작 1등 때문에 무릎도 버리겠어? “
응.. 난 충분히 버릴 수 있는 여자다.
그때,
스윽,
"..?"

” 오늘 잘했다, 내 시간도 생각해줘서 고맙고 “
"..!! "
두근,
두근,
“ ㅅ..손 저리 안 치워? ”
“ 왜? 니가 좋아하는 남자애가 머리에 손 올리고 이렇게 다정하게 말해주는데, 안 설레? “
” 너 진짜..!! ”
아무튼 이날부터 확실히 강태현이 좋아졌다. 아주 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