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너를 찾을게(중하)-명재현

며칠 뒤.
퇴원했다.
햇빛이 이렇게 따뜻한 건 처음이었다.
“…진짜 끝난 거 맞지.”
작게 중얼거렸다.
옆에서 재현이 말했다.
“응. 당분간은.”
“…당분간?”
“완전히 없애진 못했어.”
걸음을 멈췄다.
“…뭐?”
그는 나를 봤다.
“조직 하나 무너뜨린 거지, 전부는 아니야.”
심장이 천천히 식어갔다.
“…그럼 나—”
“그래서 더 붙어있으라고 했잖아.”
단호했다.
그날 밤.
재현 집.
“…여기서 당분간 지내.”
“너랑?”
“왜,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는 피식 웃었다.
“지금 그런 거 신경 쓸 때 아니야.”
“…그건 맞는데…”
“그리고—”
그가 내 손목을 잡았다.
그때 처음 봤다.
내 팔찌.
“…이거.”
차가운 금속.
“…이거 아직 안 풀렸어.”
그의 표정이 굳었다.
“…그 새끼들.”
“이거 뭐야?”
“…추적이랑 생체 데이터 수집.”
“…뭐?”
“심박, 스트레스, 위치—전부.”
소름이 돋았다.
“…그럼 지금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 있을 가능성 높아.”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어딘가.
“신호 안정적입니다.”
모니터에 떠 있는 그래프.
심박수.
위치.
그리고—
영상.
흐릿하지만 보인다.
나.
그리고 재현.
“역시 제거 안 했네.”
누군가 웃었다.
“예상대로야.”
뒤에서 한 남자가 말했다.
“…이제 시작하지.”
다시, 우리.
“이거 부술 수 없어?”
“일반적으로는.”
“…그럼?”
“문제는—”
그가 말을 멈췄다.
“…이거, 단순 장치 아니야.”
“…뭐야 그럼.”
“…트리거일 수도 있어.”
“…무슨 트리거.”
그의 눈이 어두워졌다.
“너 죽이는 거.”
정적.
“…하?”
“강제로 제거하거나, 특정 조건 되면—”
“…폭발?”
“…아니면 약물 주입.”
손이 떨렸다.
“…미친…”
“그래서 함부로 못 건드려.”
그때,
띵—
재현의 폰이 울렸다.
그는 화면을 확인했다.
그리고—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왜 그래.”
그는 말없이 화면을 나한테 보여줬다.
[알려지지 않은]
영상 하나.
재생.
—
화면 속엔—
나였다.
병원.
그리고—
누군가가 내 뒤에 서 있었다.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
영상 끝.
손이 얼어붙었다.
“…이거… 뭐야…”
재현의 턱이 굳었다.
“…경고다.”
그 순간—
다시 메시지.
[우린 항상 보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이번엔, 네가 선택해]
“…선택?”
내가 중얼거렸다.
재현이 낮게 말했다.
“…유인이다.”
“뭘 원하는데.”
잠깐 정적.
그리고—
또 하나의 메시지.
[혼자 와]
[그러면 살려준다]
심장이 세게 뛰었다.
“…장난하냐…”
“무시해.”
재현이 바로 말했다.
“절대 가면 안 돼.”
“…근데—”
“안 돼.”
이번엔 더 강하게.
“그거 100% 함정이야.”
“…그래도…”
“연아.”
그가 내 어깨를 잡았다.
“이번엔 진짜 죽을 수도 있어.”
“…너도잖아.”
말이 튀어나왔다.
정적.
“…너도 매번 죽을 뻔하잖아.”
그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나만 안전한 거 싫어.”
“그건 안전 아니야.”
“…그래도—”
“아니.”
그가 잘랐다.
“이번엔 내가 끝내.”
그날 밤.
잠이 안 왔다.
옆방에서 인기척.
재현이었다.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총을 손질하고 있었다.
“…안 자?”
“…너도.”
“…잠 안 와.”
그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내줬다.
옆에 앉았다.
잠깐 침묵.
“…재현아.”
“…응.”
“…나 기억 안 나는 거 있어.”
그의 손이 멈췄다.
“…무슨.”
“…처음 납치됐을 때.”
“…뭐가.”
“…중간이 비어.”
정적.
“…약 때문이겠지.”
“아니.”
고개를 저었다.
“…뭔가… 이상해.”
“어떻게.”
“…나 분명—”
숨을 들이켰다.
“누가 날 불렀어.”
그의 눈이 흔들렸다.
“…뭐라고.”
“…이름.”
“…최주연이라고?”
“…아니.”
고개를 저었다.
“…다른 이름.”
심장이 내려앉았다.
“…뭐라고 불렀는데.”
입술이 떨렸다.
“…J.”
정적.
완전히.
“…그게… 왜—”
재현이 중얼거렸다.
“…설마…”
“…왜 그래.”
그는 천천히 나를 봤다.
눈이—처음 보는 눈이었다.
“…연아.”
“…응.”
“…너.”
잠깐 멈췄다.
“…처음부터 타겟이었어.”
“…뭐?”
“우연 아니야.”
심장이 멎는 느낌.
“…그게 무슨—”
“걔네가 널 찾고 있었던 거야.”
“…왜.”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게 답이었다.
“…나 뭐야…”
손이 떨렸다.
“…나 진짜 뭐야…”
그 순간—
팔찌.
삐—!!
갑자기 강하게 빛났다.
“연아—!”
전류 같은 감각이 몸을 타고 올라왔다.
“하—읏…!”
시야가 번졌다.
그리고—
머릿속에,
갑자기—
쏟아지는 기억.
하얀 방.
주사.
실험복.
그리고—
어린 나.
누군가의 목소리.
“코드 J, 반응 확인.”
“성공입니다.”
—
“아아아악—!!”
몸이 꺾였다.
재현이 나를 붙잡았다.
“연아!! 정신 차려!!”
“…나… 나—”
숨이 가빠졌다.
“…나 걔네—”
눈물이 터졌다.
“…처음이 아니야…”
정적.
“…뭐?”
“나—”
목소리가 부서졌다.
“…이미 실험체였어…”
그리고 그 순간.
어딘가에서.
“각성 시작됐습니다.”
“좋아.”
낮은 목소리.
“이제 진짜 실험 시작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웃고 있었다.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연아.”
“응?”
“요즘 너무 얌전하다?”
“뭐야 그게.”
웃었다.
자연스럽게.
완벽하게.
“…수상해.”
“의심병이야?”
“응. 너 때문에 생김.”
그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내 손목을 잡았다.
팔찌.
그 금속.
여전히 그대로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이거 빨리 빼야 되는데.”
“…방법 찾고 있어.”
“응. 천천히 해.”
천천히.
그래야 하니까.
그날 밤.
재현은 먼저 잠들었다.
소파에 기대서.
피곤한 얼굴.
나는 한참을 서서 그를 봤다.
“…바보.”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갔다.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닿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대신, 조용히 앉았다.
“…나 기억 다 났어.”
작게 말했다.
그는 듣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감았다.
하얀 방.
주사.
기계.
그리고—
내 데이터.
“코드 J.”
나는 실험의 “완성형”이었다.
그래서—
버려지지 않았던 거고.
그래서—
지금도 쫓기는 거고.
“…나 때문에.”
시선이 재현에게 갔다.
“…너 죽을 수도 있어.”
그건 확신이었다.
그 조직은—
나 하나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재현까지 포함이었다.
다음 날.
나는 더 밝아졌다.
일부러.
“오늘 뭐 먹을까?”
“먹고 싶은 거.”
“비싸도 돼?”
“원래도 비싼 거만 먹잖아.”
“야.”
웃었다.
계속.
계속.
그가 의심하지 않게.
며칠 후.
모든 준비가 끝났다.
위치 추적 교란.
팔찌 신호 증폭.
그리고—
가짜 경로.
완벽했다.
…아마도.
그날.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어디.”
“친구.”
“누구.”
“왜 취조야?”
“…금방 와.”
“응.”
웃었다.
평소처럼.
그리고—
문을 나섰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몇 시간 뒤.
“연아?”
전화.
꺼져 있음.
“…연아.”
위치.
끊김.
그의 표정이 굳었다.
“…또야…?”
손이 떨렸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아니야.”
그는 바로 알았다.
“…이건—”
유인도, 납치도 아니었다.
“네가 간 거지.”
정적.
“…왜.”
그 시각, 나.
낯선 도시.
낯선 공기.
그리고—
익숙한 시선.
“…왔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알고 있었어.”
“역시 똑똑하네.”
그 남자가 웃었다.
“…도망 안 가?”
“도망쳐봤자야.”
“…현명하네.”
나는 천천히 말했다.
“…대신 조건 있어.”
“뭔데.”
“…그 사람 건드리지 마.”
잠깐의 정적.
그리고—
웃음.
“하.”
“진짜 웃기네.”
그가 다가왔다.
“…너 아직도 그거 믿어?”
“…뭐.”
“우리가 약속 지킬 거라고?”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래도.”
숨을 들이켰다.
“…내가 여기 왔잖아.”
그는 한참 나를 보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확실히 재밌어.”
그리고—
“좋아.”
거짓말 같은 대답.
“일단은.”
.
.
<동시간에 재현시점>
며칠.
하루도 못 잤다.
“찾아.”
“…단서 없습니다.”
“찾으라고.”
“…신호 완전히 끊겼습니다.”
“그럼 만들어.”
눈이 완전히 돌아가 있었다.
“…그 애 혼자 안 가.”
“…자발적일 가능성—”
“아니라고 했잖아.”
책상을 쾅 쳤다.
정적.
그리고—
아주 낮게.
“…나 두고 갈 애 아니야.”
하지만—
책상 위.
단 하나 남은 것.
작은 쪽지.
뒤늦게 발견된.
[미안]
[이번엔 내가 선택할게]
[너 살라고]
그는 한참 그걸 보고 있었다.
움직이지도 않고.
숨도 거의 안 쉬고.
“…하.”
웃음이 나왔다.
“…진짜—”
고개를 숙였다.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개같네.”
한참 뒤,
그는 일어났다.
눈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차갑게.
그리고 확실하게.
“…그래.”
작게 중얼거렸다.
“도망가.”
“…얼마든지.”
총을 집어 들었다.
“근데—”
장전.
찰칵.
“내가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다음편이 마지막인데요~ 명재현은 최주연을 찾을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