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춤 연습 시작하자.”
다들 조용히 각자의 자리로 가서 대형을 맞추었다. 나를 빼고서.
“뭐하냐?”
정호석씨가 말했다.
“동선하고 춤을 몰라요..”
“그럼 호석이가 이여주 알려주고 우리는 각자 할 거 하자.”
리더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고 정호석씨는 나를 째려봤다. 억울했다. 나는 처음 보는 처음듣는 노래, 안무였기에 모르는건 당연한 것이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했다. 이 사람들에게 잘 보여서 나쁠 건 없으니까.
“미안한 거 알면 미리미리 춤을 따왔어야 될 거 아니야.”
정호석씨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럼 나의 머리는 저절로 숙여졌다. 억울해도 꾹 참았다. 저 사람들도 화가 났을 테니까.
“시작하자.”
정호석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춤 연습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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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씨가 춤을 알려준지 2시간 쯤 지났나? 매니저 오빠가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숙소가자~“
“왜 지금가요?”
전정국씨가 물었다. 그러자 매니저 오빠는 집안일이 생겼다고 말했고 그 말에 7명의 남자들은 각자의 짐을 챙겨 연습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여주는?”
내가 가만히 서있자 매니저 오빠가 말을 걸어왔다. 그럼 연습실을 나가던 전정국씨와 김태형씨, 박지민씨가 고개를 돌려 나를 한번 째려 본 뒤 말을 했다.
“여주야! 빨리와~”
“왜 이렇게 안 나와~!”
“안 나오면 너 놓고 간다?”
빨리 나오라고 말하는 3명에 급하게 핸드폰과 지갑을 챙기기 시작하자 3명은 나를 한번 쓱 보더니 연습실을 나갔다. 그리고 매니저 오빠가 말을 걸어왔다.
“애들이랑 첫날부터 친해져서 다행이다. 안 친해지면 어떡하지 하면서 고민했거든.”
매니저 오빠는 그저 해맑게 웃었다.
“아..네..”
내 대답은 이 말이 끝이었다. 계속 말했다가 실수를 하는 것 보다는 싸가지 없어 보이지만 이렇게 말하는게 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습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멤버들은 나를 쳐다봤다.
“빨리 빨리 나와야지..”
민윤기씨가 말했다. 눈치가 없는 사람들은 민윤기씨가 그냥 빨리 숙소가서 쉬고 싶어서 저렇게 말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매니저를 제외한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비꼬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윤기가 잠이 많아서 그래.”
눈으로는 매니저의 눈치를 보지만 입꼬리는 귀에 걸릴 정도로 비웃는 듯이 웃으며 말하는 김석진씨였다.
“…”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뭐라고 따지고 드는 사람처럼 용기가 없을뿐더러 따지고 드는 순간 순식간에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될 뿐이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 빨리 가요!”
“맞아요! 오늘 여주 첫날이어서 많이 피곤할 텐데 빨리 가서 쉬어야죠!”
이런 일은 익숙하다. 나를 걱정해주는 척 챙겨주는 척 하며 자신들이 착하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행동이 말이다.
매니저 오빠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빨리 숙소로 가자고 말했다. 정말 눈치라곤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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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방은 너네가 알려주고 여주 짐은 방 안에 있으니까 알아서 정리하고, 나는 이만 가볼게!”
숙소에 도착하자 매니저 오빠는 할말을 하고 급하게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너 방은 저기니까 제발 거슬리게 하지마.”
“조용히 지내.”
김석진씨와 김남준씨가 말했고 나는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김석진씨가 턱짓으로 가리킨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발을 한발짝 때려고 하자 시비를 걸어오는 박지민씨였다.
“뭘 멀뚱멀뚱하게 서있어?”
“방금 전에 거슬리게 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벌써 머릿속에서 사라진거야? 설마 기억력이 3초..?”
“에이 형~ 3초가 뭐야~ 우리 말을 못 알아 듣는 걸 수도 있지~!”
“아 그런가?”
박지민씨를 선두로 김태형씨와 전정국씨가 말했고 전정국씨의 말에 김태형씨가 아니 모든 멤버들이 크게 웃었다.
주먹을 꽉 쥐었다. 누구 하나라도 때릴 것 처럼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이걸로도 뭐라고 할 사람들이 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힘을 빼며 손을 폈다. 그리고는 조용히 내 방이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한 번도 청소를 안 했다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먼지들이 쌓여있었고 내 짐들이 널부러져 있었기에 안쓰는 창고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있을만한 가구들은 있었다.
“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막막했다.
상자를 열어 물티슈를 꺼내 먼지들을 닦고 책과 옷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
“아악!! 형!! 그거 내꺼야!! 내가 다 먹을거야!!!”
정국이 호석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호석이는
“아 그래 너 다 먹어라!!”
라고 말하며 정국이를 향해 바나나를 던졌다.
“욕심만 많아서..”
호석이는 혼잣말로 투덜거렸다.
“그것보다 이여준인지 이여주인지는 언제 나갈까?”
태형이의 말을 듣고 지민이는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걔도 여기 들어오기 싫어하는 것 같았는데 나 같으면 걍 소속사 나감.”
“야! 너네 먹을거 먹는데 입맛 떨어지게!!”
석진이는 자신이 먹던 빵을 지민에게 던졌다.
“시끄러워.”
쇼파에 누워 잠을 자던 윤기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너가! 어!? 방에! 어!? 들어가서 자면 되잖아!”
“그러려고 일어났잖아.”
“…”
윤기는 장난으로 화내는 척 말한 석진이를 아무말도 하지 않자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
“정리 끝!”
기지개를 한번 쭉 펴주고 침대위에 철푸덕 누웠다. 그러자 허리에서 뚜두득 소리가 들려왔다.
침대위에 나뒹구는 핸드폰을 들고 이어폰을 꽂기 위해서 손을 뻗어 이어폰을 찾았지만 찾지 못해 몸을 일으켜 앉았다. 침대위에는 이어폰이 없었고 책상위도 바닥에도 없었다. 어디에 뒀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연습실에 놓고 온 것 같았다.
옷을 대충 갈아입고 핸드폰과 지갑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뒤 문쪽으로 걸어갔다.
“아아.. 어떡하지..? 열어..? 말아..? 열어? 말아?”
문고리에 손을 갔다 댔다 땠다를 반복하다가 더 늦기전에 갔다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조금 전까지도 꺄르륵하며 싱글벙글 웃던 멤버들이 정색을 하며 하나같이 나를 째려봤다. 그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절로 숙일 뿐이었다.
“어디가.”
김남준씨가 물었다. 별로 궁금하지는 않지만 예의상 물어보는 듯 했다. 하지만 나에게 말을 걸어올 줄을 몰랐기에 깜짝 놀랐다.
“연습실에.. 놓고 온 게 있어서...”
대답을 하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둘러 대답을 하고 김남준씨를 쳐다봤지만 김남준씨는 자기가 언제 물어봤냐는 듯 티비를 보고 있었다.
“…”
뻘줌해 방금 전보다 고개를 더욱더 숙였다.
“그런거 왜 물어봐?”
“그니까!”
박지민씨와 김태형씨가 김남준씨한테 물어봤고 전정국씨도 궁금하다는 듯 김남준씨를 쳐다봤다. 그리고 김남준씨의 대답은 ‘예의상’이었다.
예의상 물어보는 듯 했으나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었기에 실망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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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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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에 도착해 구석구석을 찾아보자 친구에게 받았던 아직까지도 소중하게 쓰고있는 에어팟을 찾았다.
“찾았다!!”
기쁜 마음에 작디작은 에어팟을 꼬옥 끌어 안았다. 에어팟도 찾았으니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현관문 비밀번호를 모른다는 것이 생각났다.
“하하..”
헛웃음만 나왔다.
“그래 잘 된거야.. 멤버들도 나 싫어하잖아.. 그래.. 하하하...”
애써 자기 자신을 위로아닌 위로를 하고 개인 연습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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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게으름과 귀찮아서 늦게 돌아온 작가를 욕하셔도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