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내 발은 부지런히 걸어,
교실 문 앞에 다다라 있었다.
김태형이 앞으로 가,
문을 열었다.
"드르륵"
아침 조회를 하고 계신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우리를 보았다.
"앞으로 일찍 일찍 다녀라."
"네!!"
담임 선생님의 말씀의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빈자리 어디 없나..
그러고 보니 김태형은 벌써 앉은거야?
김태형의 위치를 쭉 스캔하니,
본인 짝꿍과 시시덕거리며 놀고 있었다.
아까 이야기한 친구인지 어쩐지, 아리까리했다.
아마 착한 친구였던가?
그 순간 김태형이 턱짓으로 앞을 가리키는 게 보였다.
김태형의 앞자리라면..
덩치가 산만한 사람이 책상에 엎어져 자고 있었다.
한 책상하고도 반을 차지하다니.
도대체 얼마나 큰거지?
다른 자리는 없나?
그러나 애석하게도 남은 것은 그 한자리 뿐이었다.
하는 수없이 최대한 의자를 땡겨 앉아,
책상 그트머리에 자리를 잡았다.
"아오 어떤 새낀지는 몰라도 민폐 덩어리네..
얼굴이나 좀 보자. 내가 진짜 미쳐."
자그만하게 중얼거린 것 같은데,
그 산만한 덩치를 가진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설마 들었나?
에이 설마..그걸 들었으면 동물이지..
"야 뒤질래? 그러는 너는 어떤 새끼길래
내 옆에 앉아서 개소리를 지껄여?"
쿨럭.. 동물이다. 동물 확정.
그나저나 망했군.
저 인간이 주먹을 꼭 쥐고 있는게 보였다.
손에 힘줄이 툭툭 불거나와 있는데,
상당히 위협적이였다.
저 주먹에 맞으면 한 전치 5주? 나오려나.
"대답 안 해?"
어이쿠..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불라면 불고.
말단이라 서럽군.
"엄...너무 책상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계셔서..요."
아차..!! 나도 모르게 존댓말을 써버렸다.
"야 내 맘이야. 꼬우면 서 있던가."
이런 인간말종을 봤나.
그렇지만 나는 이 시퀴가 꼬우니까 서 있어야지.
절대 무섭거나 울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님.
선생님.. 이 시끼 뭐라 안 해주시나요?
그런데 교탁 뒤, 선생님의 다리가
규모 9.0의 대지진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아.. 쌤에게 도움받긴 글렀군.
교사도 어쩌지 못하는 학생이라.
이름이나 좀 보자.
전정국?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누구지? 이런 빌어먹을 기억력...
에라 모르겠다! 이번 학년은 망했어!!
다리가 슬슬 아파지기 시작했다.
나는 전정국의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내가 꼬와서 일어난 거 아녔어?
이젠 안 꼬운가봐?"
마음같아선
"꼽다. 이 자식아!!"
이라 말하고 싶지만... 어라?
나 지금 내 입으로 말해버린 거임?
정말 그래버린 거임?
주체할 수 없는 주둥이를 부여 잡고 소리없이 울었다.
크흡.. 신이시여.. 할 게 더럽게 없었나요..?
한낱 중2 소시민의 소원을 들어주게요..
"그러면 다시 일어나지 그래?"
헉...저 푸른 안광.. 저걸 보니 등이 오싹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용히 일어나고 싶은 내 속을 모르는지,
책상에 달려있는 가방걸이에 치마가 걸렸다.
"콰당탕!!"
엄청난 굉음과 함께, 책상이 넘어갔다.
본의아니게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정국도 나를 노려봤다.
"한번 해보자는 거야?"
설상가상으로 치맛단도 같이 찢어졌다.
덕분에 치마가 A라인 스커트로 변해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