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와 가정부

왕따와 가정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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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의 숙소 안.

요즘 열공모드라며 뿔테안경을 쓰고 영어책을 손에 쥔 기범과

그런 기범의 옆에서 답지를 든 민호와

이제 막 샤워를 끝마쳐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털고있는 진기는

종현의 부름에 하나같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거실에 모였다.

 

 

" 기범아, 민호야, 진기 형. "

" 네. "

" 네, 형. "

" 응? "

 

 

종현은 망설이는 듯 하더니 결심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 우리 가운이, 가정부로 데리고 왔어. "

" … 네, 네? 지금 뭐라고 했어요, 형? "

" 가운이, 가출했대. "

" 야, 종현아. "

" 매니저 형한테는 말 했더니, 알아서들 하래. "

" ……. "

" 반대하는 사람 없지? "

 

 

매니저까지 허락한 마당에 무슨 반대가 소용이 있겠는가.

기범도 민호도 진기도 이 어이없는 상황에

그저 입을 떡 벌리고 종현의 말을 듣기만 했다.

 

 

" 가운이보고 숙소로 오라그래야겠다. "

 

 

다들 반대하는 기색이 없어보이자 실실거리며 문자를 치는 종현.

그런 종현을 쳐다보던 기범이 공부하라는 민호에게 한 대 맞고는

정말 궁금한 듯 종현에게 물었다.

 

 

" 근데요, 형. 가운이란 여자는 어떤 사람이예요? "

" 가운이? 존나 귀여워. 진짜 한 번보면 뻑 가. "

 

 

'팔불출이네.' 라며 흥미없다는 듯 문제집으로 시선을 돌리는 기범.

그런데 이번에는 진기가 솔깃해서 묻는다.

 

 

" 그렇게 귀여워? 몇 살인데?

종현아 거리는거 보면 동갑인가? "

" 아니, 얘네랑 동갑이야. "

 

 

진기의 말에 기범과 민호를 발로 가리키는 종현.

 

 

" 그런데 반말해? "

" 아, 뭐 어때. 친근감 있고 좋잖아? "

" … 팔불출의 극치를 달리는구나. "

" 진짜 형도 보면 뻑 간다니까.

존나 귀여워, 진짜. "

" 그래그래, 어련 하시겠어요. "

" … 얘 괜히 보여줬다가 다들 반하는거 아닌가 몰라. "

 

 

종현의 팔불출같은 말에 다 들 한숨을 내쉬며,

그 정체모를 '가운' 이란 여자에 대해 상상했다.

 

얼마나 귀여우면 종현이 저렇게까지 자랑을 해 댈까….

 

 

( 똑똑똑 )

 

 

" 어, 왔나보다. "

 

 

세 번의 노크소리에 들뜬 종현은 쿵쿵거리며 현관문을 열어주러 나갔고,

남은 세 사람은 바짝 긴장한 채로 종현이 문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문을 열자…,

 

 

" 으, 추워. 문은 왜이리 늦게 열어! "

 

 

라며 입을 삐쭉 내밀고 트렁크 가방을 질질끌며 숙소 안에 발을 디디는

그토록 종현이 자랑자랑을 하던 '가운' 이란 여자가 모습을 내밀었다.

 

 

" 어? 안녕하세요! 김 종현 여자친구, 반 가운이라고 합니다! "

 

 

귀엽게 생긋 웃으며 세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는 가운.

 

 

" 어, 어? 아, 반가워. 난 리더 이 진기…. "

" 아, 저 알아요! 온유오빠죠!

그리고 그 쪽은 열쇠랑, 민호? "

" 열쇠가 아니라 키 라니까. "

" 열쇠야, 열쇠. 우리 말을 써야한다니까. "

" 그럼 왜 온유 형은 온유인건데? "

" 온유가 무슨 뜻인지 알아? "

" ……. "

" 그러니까 온유오빠지! 바보. "

 

 

천 하의 김 종현을 한 방에 KO시켜버린 가운은

종현에게서 시선을 떼고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 어 음, 근데 한 명이 비네요? "

" ……. "

 

 

가운의 말에 순식간에 흐르는 침묵.

가운은 '뭐지, 아닌가?' 하며 갸웃갸웃 고개를 돌려보았다.

 

 

" 신경쓰지마, 걘. "

" 응? 왜? "

" 신경 안 써도 돼. "

"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멤버잖아! "

" 쓰지말라면 쓰지 마. "

" ……. "

 

 

종현의 단호한 목소리에 가운은 입을 꾹 다물고 다른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세 사람은 가운의 시선을 피할 뿐,

다른 답변을 해 주지는 않았다.

 

 

" 니 방은 저 쪽이야, 필요한 거 있으면 매니저 형한테 말하면 돼. "

" …… 으응. "

 

 

종현이 인상을 풀며 말 했지만,

이미 가운은 시무룩해져 가방을 질질 끌며 방으로 들어갔다.

 

 

" 쟤한테 비밀로 할 꺼예요? "

" … 아니. "

" 쟤 뭔가…, "

" 왜? "

" 아뇨, 아무 것도 아니예요. "

 

 

종현의 싸늘한 목소리에 바로 꼬리를 내리는 민호.

그리고는 기범에게 '들어가서 하자.' 라 말하고는 먼저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 우리도 들어가자, 형. "

" 아, 그래…. "

 

 

*

 

 

종현의 딱딱한 모습에 심통난 척 방으로 들어온 가운은

침대와 화장대만 달랑있는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 첫 월급 받으면 이거부터 어떻게 해야지. "

 

 

라 중얼거리며 챙겨온 짐을 푸는 가운.

 



한참을 짐 정리에 몰입하더니,

'아, 아까보니까 집 더럽던데.' 라고 중얼거리며 거실로 나왔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거실.

원래 어두운 곳을 무서워하는 가운은 '으으,' 하며 몸을 부르르 떨더니

불을 키고는 만족한 듯 웃었다.





( 삐, 삐삐삐삐. 삐이이- )





" … 아, 시끄러. "





막 설거지를 하려는 가운의 귀에 거슬리는 비밀번호 키 소리.





(똑똑똑)





" … 누…누구세요? "





열어도 되나 고민하던 가운은 시끄러운 소리에 문을 열었다.





" … 어어, 누구…세요? "





학생다운 머리에 교복차림의 남자아이.

… 낯익은 얼굴에 가운은 인상을 찡그리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





오늘도 역시 멤버들의 매몰찬 한 마디에 낯선 방송국에 버려진 태민은

침울한 표정으로 방송국을 나왔다.

차를 타지 않고 숙소에 가는 건 처음인지라 길도 모르는 태민이였기에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자 눈물이 핑 도는 기분이였다.





(아.미.고. 그녈 보는 내가 미ㅊ….)





발신자 '매니저형' 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만 수 십 통.

내일 또 한 바탕 혼나겠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과 함께 한숨까지 절로 나온다.





" 여기가 어디야, 근데? "





무작정 나와서 팬들을 피해 걷다보니 낯 선 공원.

… 도대체 어딜 가야 숙소가 나오는거야?




그렇게 한 참을 걷다보니 보이는 낯 익은 거리.


아, 청담동이다.





" 휴…. "





숙소가 보이자 절로 나오는 안도의 한 숨.

그러나 그 것이 고생의 끝은 아니였다.





(삐, 삐삐삐삐. 삐이이-)





… 이제 비밀번호까지 바꿔놓았나보다.





(똑똑똑)





'제발….'



두 눈을 꼭 감고 노크를 했더니 들리는건 낯선 여자의 목소리.





" … 누 … 누구세요? "





분홍색 귀여운 앞치마에 귀여운 외모의 여자 아이.

아이가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태민의 눈엔 자신의 또래로 보였다.





" … 어어, 누구…세요? "





태민의 말에 여자는 태민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방긋 웃었다.


 

요즘 방 비운다 그러더니 그 새 이사를 간건가….

다시 눈물이 핑 도는 기분을 느낀 태민은

'죄송합니다.' 하며 나오려는데 여자가 태민을 덥썩 잡았다.


 

" 막내 이 태민이지! "

" … 네? "

" 아…니야? 어, 미안. 태인인가? "

" 태민… 맞는데요. "

" 그치! 맞지! 들어와, 다 들 뭐하는진 몰라도 있어! "

" … 근데, 저기…. "

" 응? "

" 누구…세요? "

" 아, 난 가운이야. 반 가운!

열… 아홉살 됐구, 이 집 가정부로 들어왔어! "





가운의 말에 태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운을 쳐다보았다.





" … 네? "

" 아, 그리구 난 종현이 여자친구!

꺄~ 나 부끄러워. "





금 새 발그레 해져서 뺨에 손을 갖다대는 가운의 반응에 태민은 피식 웃었다.





" 어? 웃었다! 근데 왜 이리 늦게 들어와? "

" … 네? "

" 벌써 1시가 넘었는데…. 우 와, 이 시간에 나쁜 사람 많아! "





가운의 말에 태민은 '그냥요….' 라며 어색하게 웃었고,

듣고있던 가운은 뭔가 생각난 듯 '아!' 하며 태민의 손목을 잡고 주방까지 끌고갔다.





" … 저, 저기…. "

" 설거지 어떻게 해? "





분명 가정부라 그래놓고 천진난만하게 묻는 가운 탓에 태민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 나 이런거 처음이란 말이야. "

" 가정부라고…. "

" 흐히, 응. 가출해가지구…. 아무튼! 설거지 어떻게 해? "





결국 태민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그릇에 문질렀다.





" 이렇게 비누칠하고 물로 씻어서 여기에 올려놓으면 돼요. "

" 아아, 오- 너 설거지 잘한다! 일 등 신랑감! "

" … 네? 아…. "





가운의 칭찬에 태민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고,



그 때 종현의 방 문이 열리며 종현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