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야!

🐻🐰

W. 말랑이래요



연준은 지금 기분이 매우 안 좋았다. 내가 들을까봐 방에서 조용히 통화하는 누나를 알고 얌전히 기다리고는 있지만그 상대가 바로 누나 남자친구라는 거다.

"누나 나 배고픈데!!!"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왜 안 오지... 괜히 시무룩 해져 뾱 하고 튀어나온 귀를 만져보다 누나 방을 쳐다봤다. 굳게 닫혀있는 방 문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 나 누나랑 놀고 싶은ㄷ,"

벌컥-

순간 열린 방문에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누나?.. 터덜 터덜 나오는 누나는 평소와 달랐다. 축 쳐져있는 누나를 보니직감이 딱 왔다. 그 형이랑 싸웠구나

"연준아.. 미안한데 누나가 힘이 없어"

"누나 왜 그래?.. 괜찮아?"

"...잠깐 마트 좀 다녀올게"

내 대답도 안 듣고 그대로 나가버린 누나가 5분도 채 안되서 집으로 들어왔다. 초록 병이 가득한 봉지를 들고 온 누나는 곧장 식탁으로 가 내용물을 깠다.

조심스레 누나 옆으로 가 누나를 꼬옥 안아줬다. 그러자 누나가 울었다.. 울면 안되는데. 주인이 울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안 배웠는데 어떡하지

안절부절 못하며 울지 말라고 말을 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초록 병을 벌컥 벌컥 들이마신 누나에 이상한 알코올 향이 가득차 인상이 찌푸러졌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였다.

"흐어엉- 짜증나 진짜 나쁜 새끼!.."

"!..."

누나가 한 말은 꽤나 충격적이였다. 나한테 나쁜 새끼라고..짜증난다고 했어. 어떡하지? 깜짝 놀라 누나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지만 누나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나 때문에 형이랑 싸운거구나..안되는데..주인 울면 나 속상한데

누나는 곧 울다가 잠들었다. 주인- 여주 누나-.. 아무리 불러봐도 꼼짝 안 하는 집사 곁에 내가 아끼는 장난감들과 이불을 싹 다 가져와 누나에게 덮어주었다. 이러면 괜찮아질거야

그렇게 30분이 지나도 일어나지 않는 주인에 약간 겁이 났다. 이럴 때는 도움을 청해야지. 휴닝이 형이 준 핸드폰을 들어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연결 되었다.

"휴닝이 형!.. 나 좀 도와줘"

***

딩-동, 딩-동

..웬 놈이야. 태현이 지끈 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이 시간에 초인종 누를 사람이 없을텐데- 생각하며 문을 열자 저번에 봤던 그 개새끼가 서있었다.

"하, 지금 여기까지 찾아와서 뭐 하자는"

"형..제가 죄송해요"

"..뭐?"

"누나가 울었어요. 저 때문에 누나랑 형이랑 싸워서 누나가 많이 힘들어해요"

"무슨 말이야"

태현은 기가 찼다. 안 그래도 여주 때문에 머리 아픈데 얘는 또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애초에 여주랑 싸운건 다른 문제였다. 그 말은 즉슨 이 땅꼬마가 싸움의 원인이 아니라는거다. 태현이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다 연준이를 집에 들였다.

"너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카이 형이 알려줬어요"

"거리가 좀 멀텐데 뭐 타고 왔어"

"혼현으로 변해서 달려 왔어요"

"..나한테는 왜 온 거야?"

"제가 형한테 사과하면 누나가 안 울까봐요.."

"너 여주 좋아해?"

"네"

시발.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까지 여주한테 진심일줄 몰랐다. 여주가 운다고 달려오고, 그렇게 이빨 들이내며 자존심 세우던 수인이 울며 사과까지 하는 광경을 기어코 보게 된 태현이 생각을 했다.

이쯤되면 내가 방해꾼인데?

"... 돈 줄테니까 택시 타고 가. 그리고 너 때문에 싸운 거 아니니까 그만 울고"

"그치만 누나가 저한테 나쁜 새끼라고-"

"나쁜 새끼라 했다고?"

참 나, 가지가지 하네. 그래 아까 통화로 모질게 쏘아 붙이긴 했지. 태현이 왠지 모르게 손을 뻗어 연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경계를 하는 게 보였지만 굴하지 않았다. 그래 이 어린 것이 무슨 죄인가.

"그것도 너한테 한 말 아니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

"..."

그 때 연준의 손에 들린 핸드폰에 벨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연준의 머리 위로 또다시 혼현의 귀가 튀어나왔다. 발신자가 [집사💕💕] 인것을 본 태현이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수인 한 마리 기를까

"여보세요.."

["연준아!!! 너 어디 갔, 하.. 진짜 놀랐잖아- 응?"]

"누나 미아내.."

["지금 어디야?"]

"그 냄새 이상한 아저씨네 집"

["강태현?"]

빠직-, 아니 그거 듣자마자 왜 나인거 아는데ㅅㅂ. 태현이 가만히 통화 내용을 듣다가 봉변을 당해 어이 없다는 듯 연준을 바라봤다. 아니 이게 조금 잘 해줬더니?

그치만 핸드폰을 잡고 조잘 조잘 대답하는 연준을 보니 또 입이 다물어졌다. 조금씩 연준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해지는 걸 보니 기분이 또 이상해졌다.

***

"연준아 누나를 깨웠어야지.. 아니다 내가 미안해 너 두고 술 마신 내가 바보야 바보"

"나 배고파 누나"

"배고파? 사료 먹을래?"

"싫어 나 치킨"

"...응 시켜줄게"

언제 잠들었는지도 몰랐는데 엄청 올라오는 열기에 잠에서 깼다. 온갖 장난감들과 인형, 이불이 나를 덮고 있다는 사실에 제일 먼저 웃음이 나왔고 연준이가 없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여차저차 태현이의 집에서 연준이를 데리고 집에 가는 길이였은데 술은 이미 깬지 오래였다. 집에 가서 연준이 밥 주고.. 대충 청소 하고.. 연준이 학교 미리 찾아보고.. 또, 뭐 하지?

응?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연준이가 발 걸음을 멈췄다.

잘 가다가 왜 멈추지 이상하다 생각을 하며 집 앞을 바라봤는데 낯선 남자 두 명이 보였다.

"아 거 참, 드럽게 늦게 오네"

최연준 하이! 반갑게 인사하는 남자와 달리 그 옆에 있는 남자는 열심히 나를 경계하다 옆에 있는 연준이를 보자마자 작게 손을 흔드는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연준이 형! 오랜만"

아...예, 안녕은 한데 ..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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