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발 개무거워
-뭐?
술 깼냐
-나 안 취해써어어
하.... 개새..
-뭐어ㅓ????
아니야 자라
그 다음날.. 체대는 체대인지라 강의 듣는 것보단 몸을 쓰는 것이 많았다. 그중 태권도학과는 더욱 많았고 그러기에 태권도를 하는 강당은 매우 넓었다. 태권도학과 선배들과 같은 공간에서 운동을 하지만 실력에 따라 위치가 달랐다. 오늘은 그냥 운동 스트레칭과 기본적인 몸풀기만하고 앉아서 구경하고 있었다. 소연선배는 맨 끝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나는 신입생이라 최하위권에 있었다.
그 때 과대표가 5줄로 집합시키고 난데없이 운동장으로 데리고 가서 80바퀴를 뛰라고 했다. '80바퀴를 어떻게 뛰어요!'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대학교 인생이 고통받으며 끝날까봐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뛰는 순서는 맨 앞이 4학년, 3학년, 2학년, 1학년이었다. 그래서 나는 소연선배와 두 칸 차이가 났다. 마음속으로는 불평불만들을 나열하며 과대를 욕했다. 욕을 하다말고 '시작'이라는 소리가 들리자 그냥 뛰었다. 20바퀴 정도가 되어도 낙오자들은 없었고 30바퀴쯤이야 낙오자가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50바퀴 째, 체감상 10시간은 지난듯 몸이 힘들었지만 바로 앞에 있는 소연선배를 따라간다는 느낌으로 더 달렸다. 70바퀴째 진짜 체력의 한계다. 아니, 진작에 넘어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뛰어졌고 이젠 소연선배와 나 이렇게 둘만 남아서 뛰고있었다. 이왕 소연손뱌와 같은 줄에서 뛰어보자라는 마인드로 조금 더 속도를 냈다. 소연선배를 따라잡긴 했지만 그거 조금 더 힘 썼다고 아주 죽을맛이었다. 땀방울들이 시야를 가리고 입고 있던 옷이 젖어 찝찝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며 심장은 매우 빠르게 뛰었고 입을 벌릴 힘 조차도 없었다. 관절들은 아프고 힘들다며 아우성을 쳐댔고 삐그덕거리는 것 같았다. 80바퀴를 찍은 순간 둘이 동시에 멈췄다.
곳곳에서는 신입생이 대단하다며 환호성도 지르고 박수도 쳤다. 소연선배가 말을 걸었지만 그것은 입을 벙긋벙긋 대는 것 같았고 초점도 흐려지며 머리가 핑 돌았다. 그렇게 모든 것이 오버랩되며 눈을 떴을땐 하얀 천장이 보였다. 오른쪽 손목에는 수액이 놓아져있고 시계를 보니 밤 11시였다. 온 몸의 근육들이 나 아파요라는 신호를 보냈고 고개를 돌렸을땐 예슈화가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 때 커튼이 촤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과제 죽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