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
창문을 두드리는 맑은 빗소리에 깨어 우진이 창문을 바라보았다. 또 몇 시간을 자지도 못하고 있던 터라 건조해진 목을 가다듬고 물을 마시기 위해 공허한 방문을 열어 냉장고를 향해 걸어갔다. 텅 비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냉장고 안에는 익숙한 반찬들이 들어있었다. 누가 두고 간 것인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우진은 깊게 한숨을 쉬곤 본래의 목적을 잊어버린 채 냉장고 문을 닫아버렸다. 그는 소파에 누워 눈을 꾹 감은 뒤 눈두덩이를 손바닥으로 살살 문질렀다. 열려있던 거실의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봄이 왔음을 느낀다. 여주가 떠난지 5년째되는 어느 봄이었다.
벚꽃
여주를 향한 우진의 마음은 멈추는 방법을 몰랐다. 여주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우진이었고, 우진을 따라다니는 수식어 또한 여주일 만큼 둘은 제법 뜨겁고 애틋한 사랑을 나눴었다. 가벼운 캠퍼스 커플로 시작한 둘은 지속적으로 만남을 지속하다가 대학을 졸업한 뒤 바로 결혼에 골인하였다.
"우리 곧 결혼기념일인데, 1박2일로 제주도 가자."
"우리가 돈이 어디있다고 놀러가? 이미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곳인데 그냥 집에서 기념 케이크만 자르고 말면 되는 걸."
"신혼여행으로 갔던 곳 또 가는게 와이프 평생 소원인데 안 들어줄거야? 엉? 제발 우지나아아...나 너랑 놀러가고싶단 말이야."
여주는 결혼생활에 로망이 많았다. 결혼 초기 만들어두었던 버킷리스트는 우진만 모르는 여주의 비밀이다. 이번에도 그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지우기 위애서 열심히 구애를 펼치는 중이었다. 우진은 집안에 있는 것을 좋아했고, 여주는 밖을 돌아다니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여주가 한 번 우진을 데리고 나갈 때마다 여주는 항상 골머리를 앓았다. 그렇게 한참을 부탁하고 매달리면 우닌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자신의 아내가 삐지지않도록 한 번쯤 져주는 편이다.
"그래...그렇게 원하니까 가줄게."
"정말? 정말이지?! 그럼 제주도 가는거다?"
우진의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헤헤 세상 무해한 웃음을 짓는 여주는 정말 말 그대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이었다. 그들은 함께 히히덕거리며 여행 계획을 짰다. 숙소를 잡고, 저녁으로 먹을 음식을 고르고. 그들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