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똑
그대
잘 지내나요
나 없는 그곳
어떤가요
나 없는 생활은 즐거운가요
새로운 일상 괜찮은가요
끊임없이 두드려도
대답 없을 그대
내가 구렁텅이에 빠져도
손조차 못 내밀 그대
그대가 보고 싶어요
사무치게 그리워요
얼음장 같은 손을 잡아주고
핏기 없는 입술에 입 맞출
나의 사랑 첫사랑
나의 마지막 사랑
무성애자가 되어버린
내 애정이 닿길 바래요
벙어리가 된 내 절규
그대가 모르길 바래요
나를 추억해줘요
내가 추모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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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들이 시끄럽게 만개할 때가 되어서야 작년 달력을 떼어냈다. 1월을 넘기고, 2월을 넘기고, 3월을 넘기고. 3월을 넘겨. 3월 종이의 끄트머리를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다 놓자 무의식적으로 보이는 날에 숨이 멎었다. 4월 첫째 주. 그 주변만보였다. 거짓말 같던 그날. 4월 첫 날. 아직도 그 날짜조차 잘 못 본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막혔던 숨이 터져 나왔다.
그 때로부터 벌써3년이 지났다. 영겁의 세월처럼 느껴지던 하루하루가 지나, 먼지처럼 무수히 흩날리는 시간들이 쌓여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망각의 호수에 처박았던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동여맸던 붕대가 벗겨지며 숨 죽이고 있던 상처들이 아우성을 질렀다. 단전부터 올라오는 아릿함. 심장부터 혈관을 타고 뻗어가는 저릿함. 그리고 숨통을 찍어누르는 압박감. 몇 년 전부터느껴지던 고통이 기승을 부렸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상실감이란 바로 깨닫는 것보단 바뀐 일상에서 직면해가는 감정이라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나 보다. 내가 또 틀렸나 보다. 이젠 뚜렷하게 기억나지도 않아 흐릿한 잔상과 아득하게 느껴지는 기억들이 떠올랐다 사라지며 심장을 후벼팠다. 얼굴이 벌게지고 시야가 흐려졌다. 분명 울고 있는데 숨통이 옥죄여져 울음소리조차 못 냈다.
가파지는 숨에 크게 심호흡을 했다. 따뜻한 햇살과 달리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그 따끔함에 다시금 눈물이 흘렀다. 숨조차 못 쉴 정도로 힘겹지 않은데 잔상마냥 남아 느껴지는 압박감이 기도를 긁었다. 숨을 쉴수록 목이 찌릿찌릿했지만 멍하니 숨만 쉬었다. 그러지 않으면 꼭 죽어버릴 거 같았다.
시간이 흘러, 세월이 흐르고, 상처가 겨우 아물었다. 다만 그 상처는 사라지지 않고 조금만 건드려도 따끔거렸다. 그래, 상처가 아문 것이 아니라 멍망진창으로 꿰매놔서 그렇다. 어쩌다 건드려지면 실밥이 줄줄이 터지고 마는 그런 어설픈 바느질로.
상처는 늘 이상한 곳에서 저릿거렸다. 최근에 시험을 잘 치고 집에 오며 그랬다. 분명 시험을 잘 쳤는데, 바라보기만 하던곳에 가게 되었는데 눈물이 났다. 시험장을 나오며 느껴지는 이유 모를 공허감에 펑펑 울었다. 어떤 시험이든 항상 정성껏 응원해 주던 목소리가, 시험을 망쳐도 토닥이던 손길이 없다. 더 이상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속으로 투정 부렸다. 나 응원도 안 해주고 뭐해, 지금이라도 나 안아줘야지. 빨리 와서 나 잘했다고 칭찬해 줘. 그렇게 아무것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은존재, 어쩌면 공간에게 소리쳤다.
살아가다 불현듯 떠오르는 순간에는 행복했다. 지나가는 길에 사람들을 보고 저 중 그대가 있을까, 싶어 찾아봤다. 손만잡은 채 수줍게 걸어가는 풋풋한 커플을 보고 그대가 저 나이쯤에 그랬을까, 싶어 웃음이 났다. 아직도 그대가 좋아하는, 우리가 자주 먹던 음식을 보면 그때가 생각나 행복하다. 이렇게 상실감 없는 그 사람 생각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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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평생 이렇게 지낼 수 있겠지?”
“글쎄, 언젠가 헤어지겠지. 그래도 예쁘게 헤어질 수 있을 거 같아"
“아 왜-, 영원히 사랑할 수도 있지. 그러니까 결혼도 하는 거잖아. 우리도 그렇다고 해줘, 응?”
“…사랑해, 영원히"
영원히 사랑해. 눈앞에 두고 말하면서도 안 믿었던 말이다. 세상에 영원 같은 건 절대 없으니까. 사랑이 우정보다 유통기한이 짧은 건 당연하니까. 그 속성을 바꿨기에 우리의 끝이 더 빨리 올 거란 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말은 영원을 좋아하고 끝없이 사랑한다는 그대를 위한 선물이었다. 진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걸 담아 내미는 선물.
영원의 뜻이 무엇일까. 삶의 끝까지?아니면 그 너머도?아니, 사후에 사랑하는 건 불가능하니 아마 생의 저편이 시작될때까지가 영원인 것 같다. 그렇다면 영원한 사랑을 그렇게 바라던 그대는 소원을 이루었다. 마지막까지 체온을 나누다 갔으니. 하지만 남은 나는. 서로 없으면 곧 죽을 거 같았지만 빈자리를 쓰다듬으며 홀로 자리를 지킨 지3년이 지나도록 숨을 쉬고 있는 나는.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지 못했다.
불완전히 이뤄진 소원은 저주가 되어 남은 사람을 옮아맸다. 텅 비어버린 양동이가 깡깡 소리만 낼 뿐 차오를 기미도 안보였다. 그전에는 어떻게 사랑을 나눴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어쩌면 내가 무성애자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대가 떠오르면 항상 양동이가 넘쳤다. 같은 말을 반복하기 미안해, 그대가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될 거라 속삭였던 것이 실현되었다.
미련이 있는 것도, 되돌아가고 싶은 것도 아니다. 절대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았으니. 그저가끔, 정말 가끔이라도 보고 싶다. 어디서든 내가 없어도 잘 지내고, 환하게 웃길. 그런 모습을 언젠가 볼 수 있길. 간절히바라며 천천히 숨을 쉬었다.
숨을 쉬었다.
양동이가 시끄러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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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아, 오랜만이야. 이 글을 처음 썼을 때가 작년인가?널 마지막으로 본 날 부근이었어. 오랜만에 이 글이 읽은 김에 이렇게 또 편지 남겨.
실은 어제 **이랑 벚꽃 구경을 갔어. 왜 벚꽃만 보면 네 생각이 나는지. 내 꽃알레르기 때문에 같이 봄소풍 한 번 못 간 게그렇게 마음에 남더라. 신기한 게 나 이제 꽃 알레르기 없어졌다?이렇게 될 거면 좀 일찍 없어져서 너랑 진해 벚꽃 축제한 번 갈걸. 근데 이상하게 벚꽃만 보면 그렇게 심장이 아파. 어제도 구경 좀 하다 숨이 가파져 차에서 도시락 까먹었어. 너도 아는 그 토끼 도시락통에다가.
네가 계속 응원해 주던 꿈은 무사히 잘 이뤘어. 전공 과정 밟는데도 시험을 쳐야 한다고 저번에 말했지?근데 전국에 몇없어 떨어질 것 같다고도 했고. 네가 응원한대로 시험 잘 쳐서 무사히 전공과정 시작했어.
시험장 나오면서 딱 느낌이 오더라. 아, 붙었다. 근데 집에 오는 길에 그 전날부터 느껴지던 묘한 공허감이 몰려오더라. 항상 나 시험 치면 응원도 엄청많이 해주고 예쁜 말도 많이 해줬잖아. 근데 너가 없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 안될 거 알면서도 카톡으로 투정 부릴뻔했어. 이제 톡 보내지지도 않는데.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었네. 나 그냥 잘 지낸다고, 이 말하고 싶었어.
위에서 나 보고 있어?좀 부끄러우니까 가끔은 거기서 새로 사귄 친구랑 놀고 있어. 너무 놀아 나 까먹진 말고, 집으로 가끔 찾아오고. 잘 지내다가도 가끔 너 보고 싶어지니까. 알았지?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