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의 콤플렉스

7화. 남자친구 김도훈

계절은 어느새 초여름이었다.

사진부에서는 학기 마지막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주제는."

선배가 화이트보드에 크게 적었다.

'가장 소중한 사람.'

동아리방이 술렁였다.

"가족?"

"애인?"

"친구도 되나요?"

선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든."

"본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면 됩니다."

 

 

-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오자

도훈이 뒤따라왔다.

"찍을 사람 정했어?"

"...아직."

"넌?"

도훈은 별말 없이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찰칵.

"...뭐야."

"찍었어."

"...갑자기?"

"응."

너무 자연스러운 얼굴이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허락도 안 받고?"

"맨날 그랬잖아."

"..."

맞았다.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도훈은 늘 말없이 나를 찍었다.

그땐 그게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은.

셔터 소리 하나에도 괜히 웃음이 났다.

 

-

 

 

전시회 준비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작품을 출력하고.

액자를 고르고.

벽에 거는 것까지.

마지막으로 서로 사진을 둘러보는 시간이 남았다.

나는 도훈의 사진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사진 속에는.

웃고 있는 내가 있었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

독서실에서 졸고 있는 고등학생.

벚꽃 아래 서 있는 대학생.

시간 순서대로.

전부.

나였다.

 

사진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내가 가장 오래 바라본 사람.

목이 턱 막혔다.

뒤를 돌아보자

도훈이 서 있었다.

"도훈아."

"응."

"이거 전시해도 괜찮아?"

도훈은 조용히 웃었다.

"안 괜찮으면 내릴게."

"..."

"대신."

"..."

"한 번은 말하고 싶었어."

여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도훈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중학생 때."

"처음 같은 반 됐을 때."

"..."

"그때부터 너랑 같은 대학 가는 게 목표였어."

"..."

"같은 과도 가고 싶었고."

"..."

"계속 네 옆에 있고 싶었어."

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

도훈은 담담하게 웃었다.

"근데."

"..."

"결국은."

"내 욕심 때문에."

"네가 다른 길을 가게 만든 것 같아서."

"..."

"몇 년 동안."

"...미안했어."

 

 

-

 

 

"도훈아."

이번에는 내가 그의 말을 끊었다.

"...응."

"나도 하나 말할게."

한 걸음.

도훈 앞으로 다가갔다.

"난."

"..."

"네가 너무 싫었어."

도훈이 씁쓸하게 웃었다.

"...응."

"근데."

"..."

"계속 생각해 보니까."

"..."

"싫었던 게 아니라."

"..."

"무서웠던 거더라."

"..."

"널 보면."

"..."

"내가 부족한 사람 같았거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래서."

"..."

"도망쳤어."

"..."

"미안."

이번에는 도훈이 고개를 저었다.

"사과 그만하기로 했잖아."

"..."

둘 다 웃었다.

정말 오랜만에.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

 

 

한참의 침묵.

바람이 천천히 불었다.

도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주야."

"...응."

 

"이번에는."

"..."

"안 도망갈 거지?"

여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안 도망가."

도훈은 한 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정말 오랫동안 품고 있던 말을 꺼냈다.

"...좋아해."

"..."

"중학생 때부터."

"..."

"계속."

여주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그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나도."

"..."

"아직도 좋아해."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 하나를 하기까지.

거의 십 년이 걸렸다.

 

 

-

 

 

도훈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잡아도 돼?"

여주는 피식 웃었다.

"그걸 왜 물어."

손을 맞잡는 순간.

도훈이 아주 작게 말했다.

"...다행이다."

"...뭐가."

"이번엔."

"..."

"같이 갈 수 있어서."

 

 

-

 

 

집으로 돌아가는 길.

둘은 예전처럼 나란히 걸었다.

아니.

예전과는 조금 달랐다.

손을 잡고 있었다.

나는 문득 도훈을 올려다봤다.

참 이상했다.

평생.

김도훈은 내 첫사랑이었다.

그리고.

내 첫 번째 콤플렉스였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도훈에게도.

첫사랑은 나였고.

첫 번째 콤플렉스도 나였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좋아해서.

서로를 너무 의식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면서도.

가장 멀리 돌아왔다.

그래도.

다행이다.

결국.

다시 서로의 옆으로 돌아왔으니까.

 

- 끝 -

(외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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