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글 모음집

[감성글] 겨울잠

*이 글은 아이유(님)의 겨울잠에서 모티브를 받아 쓴 글입니다.*









겨울이었다. 


니가 긴 겨울잠에 빠져든 날이었다.

언제 깨어날 지 모르는 그런 깊은 겨울잠에 빠져든 날.

하얀 눈이 소복히 내리고 거리엔 캐롤이 울리는 그런 날.

추운 바람에 서로를 안으며 온기를 나누는 연인들의 모습이 유난히 쓸쓸해보이던 그런 날.

난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잠든 너의 모습을 그리며 겨울의 편지 한 장을 써내려 갔다.


그런 겨울밤 나의 편지는

이상하게도 쓸쓸했고, 차가웠고, 슬펐다

난 그 편지를 고이 접어 우체통에 넣어 두었다. 부디 나의 겨울이 다시 올 너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봄이었다.


너 없이 보내는 첫 봄날이었다.

겨울의 추위에 땅속에 몸을 숨겼던 모든 것들이 모습을 보였던 날.

삼삼오오 손을 잡으며 학교로 가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노래처럼 들리는 그런 날.

니가 좋아하던 민들레가 방긋 웃으며 인사해주던 날.


잠든 너에게도 보여주기 위해 난 그 봄을 몇 송이 꺾었다. 그리곤 예쁘게 손질도 해주었다.


네가 잠들어 있던 동안 나의 봄은

변함 없이 따뜻했고, 포근했고, 부드러웠다.

너에게 줄 그 봄을 난 고이 병 안에 넣어두었다. 부디 다시 올 그 겨울까지 변함없기를 바라며







여름이었다.


너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아 낮설은 날이었다.

뜨거운 열기 속 피어나는 아지랑이와 나무에 매달린 매미가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그런 날.

마루에 앉아 눈 감으면 선풍기 소리와 여름 바람이 같이 부르는 노래가 들리던 날.

더워도 함께 손 잡았던 너의 온기가 그리워진 그런 날.


네가 없어 낮설었던 나의 여름은

처음처럼 뜨거웠고, 울렁거렸고, 활기 넘쳤다.

난 유리컵 한 잔에 나의 여름을 고이 따라두었다. 나의 여름을 너도 맛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가을이었다.


너처럼 다양한 색으로 날 물들이던 날이었다.

푸르게 피어있던 나뭇잎들이 자신의 색을 찾아 변해가던 날.

밭의 곡식들도 하나 둘씩 자신만의 색을 찾아 노랗게 변해가던 날.

네가 즐겨 입던 가을의 빛깔들이 유독 빛나는 날.


다양한 색으로 물들었던 나의 가을은

특별하게 화려했고, 정다웠고, 또 맛있었다.

난 한 장의 그림에 나의 가을을 그려두었다. 나의 가을을, 그 빛깔들을 너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 찾아온 겨울이었다.

역시나 넌 잠들어있었고 깨지 않았다.

무슨 꿈을 꾸길래 저리도 깊게, 편안하게 자는 것일까

괜찮다, 난 계속해서 너를 위해 나의 시간을 남겨둘 것이니까. 

그저 네가 깨려는 그 시간에 내가 있기를 바라고
그 긴 겨울잠을 자는 동안 꾼 꿈들을 말해주기를 바란다.

니가 당황하지 않게 계속 난 나의 시간에

너를 써 놓을 것이고, 몇 송이 꺾어다 담아 둘 것이고, 한 컵에 따라놓을 것이고, 한 장에 그려놓을 것이다.

그러니 네가 깨어날 그때, 나를 보며 웃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