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방은 한 여자의 방이다
여자는 지금 한창 잘 나가는 탤런트로
노래, 연기, 춤
최근에는 작곡까지 시작해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재능도 뛰어나지만
이 여자
미치도록 아름답다
아니 매혹적이다라는 말이 더 어울릴까
잘 알려지지 않은 소속사의 소속 가수로 데뷔하였지만
여자의 아름다움에 사람들은 홀려졌고
여자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으으...”
미쳐 가려지지 못한 커튼 사이로 따가운 햇살이 들어왔고
여자는 그 햇살에 눈이 부신지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지금 몇시지..”
여자는 침대 옆 탁자로 손을 뻗었다
아마도 휴대폰을 찾는 것 같았다
“아 씨..”
손 끝 감각만으로는 휴대폰을 찾지 못한 여자가
침대에서 일어나서는 탁자 위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휴대폰의 전원을 켜려는 순간
전화가 걸려왔다
르르르르
-어 언니_
-야 너 지금 몇시인줄 알아??
다짜고짜 몇 시인지부터 묻는 것을 보아
전화를 건 사람은 여자의 매니저인 것 같다
-지금 몇시인ㄷ..?헐
여자는 시계를 보았고
지금 시각은 화보 촬영 장소로 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으로 보였다
-너 또 어제 늦게 잤지?!
-ㅇ..아니..ㅎㅎ
어제 밤 늦게까지 맥주를 마셨던 여자였기에
여자는 매니저에 말에 적잖아 당황한 듯 했다
-너네 오빠 보낼테니까 빨리 주차장으로 내려가_!!
-응_
여자는 매니저와의 전화를 마친 후
다급하게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씻기 시작했다

여자는 씻은 후 아무 옷이나 갈아입은 후
차를 타러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아..오빠는 왜이렇게 안와..”
“너네 오빠 왔다_”
그 순간 여자는 고개를 들어 앞을 봤고
자신의 쪽으로 하얀 차 한 대가 오고 있었다

“빨리 타_”

여자는 하얀 차의 문을 열어 탔고
여자의 오빠로 보여지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미안..내가 괜히 늦잠 자서..”
“아니야_이렇게라도 우리 여주 도와서 좋은데?”
여자의 오빠는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여자에게 대답했고
여자는 그 웃음에 보답하듯 싱긋 따라 웃었다
“언니 화 많이 났어..?”
“어 혜림이 완전 뿔났던데ㅋㅋㅋ”
두 사람의 이야기 뉘앙스로 보아
혜림이는 매니저를 가리키는 듯 했다
“아..어떡해..”
“혜림이한테 말 안할테니까 솔직하게 말해봐
너 어제 한 캔 했지?”
“..어”
여자의 말에 여자의 오빠는 못말린다는 듯 웃어보였고
여자는 머쓱한 듯 허허하고 웃었다
”뒷자석에 있는 가방에 아이스팩 있을거거든?
그 안에 팩 있을테니까 좀 붙여
너 그 얼굴로 가면 혜림이한테 맞아 죽겠다ㅋㅋ”
여자의 오빠의 말에 여자는 거울을 보았고
여자의 얼굴은 살짝 부어 있었다
“아..난 진짜 죽었다
암튼 팩 고마워_
오빠밖에 없다”
“알고 있어_”
한 사십 분쯤 지났을까 여자는 촬영장에 도착했다
여자는 여자의 오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건물 내부로 빠르게 뛰어 들어갔다
여자의 오빠는 빠르게 뛰어가는 여자를 보며
넘어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여자가 건물 내부 안에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았고 여자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안심한 듯 핸들을 돌려 자신의 직장으로 향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_!!”
여자는 대기실에 도착하였고
잔뜩 뿔이난 매니저와 마주쳤다
“여주야”
아까 전화할 때의 화난 목소리와는 달리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에 여자는 잔뜩 겁먹었다
이 언니가 지금 굉장히 화 났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사실 여자는 늦은게 처음이 아니다
여자는 유명해지며 지옥같은 스케줄에
하루하루 힘들어져 갔고
요즘은 그 스트레스를 저녁에 캔맥주 한 캔 하는 것으로
풀었다
그러느라 여자의 지각은 빈번해졌고
여자는 드디어 이 언니가 나한테 제대로 화가 났구나 싶었다
“여주야 언니한테 힘들었으면 말하지”
여자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했다
자신한테 온갖 말을 퍼부으며 화를 낼 줄 알았건만
위로를 하다니
여간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어..?”
“오늘 지민이한테 들었어
너 요즘 힘들었었다며 스케줄 때문에
나한테 말하지 대표님한테 말씀 드릴 수 있었을텐데”
매니저가 여자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아마도 여자의 오빠가 여자가 걱정스러워
매니저에게 말한 듯 싶다
“앞으로는 네 스케줄 약간 줄여달라고
대표님께 말씀드려볼게
나는 네가 안 힘들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매니저의 말에 여자는 울컥한 듯
매니저에게 안겨 눈물을 흘렸다
여자는 든든한 내 편이 둘이나 있어 행복했다
“아..나 울면 안되는데..”
“안 그래도 부은 얼굴 그냥 울어..ㅋㅋ”
그 순간 매니저의 핸드폰이 울렸다
르르르르
“감독님이다”
-네 감독님_
-혜림씨 이거 어떡하지..?
나 오늘 촬영 못할 것 같아_
-무슨 일 있으세요?
-그게 집안 사정이 생겨서..
-아 괜찮아요-!
그럼 일 잘 해결하시길 바래요-!!
-그래 고마워요
매니저는 감독과의 통화를 마쳤고
여자는 통화 내용이 궁금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늘 감독님 사정이 생겨서 촬영 못 하시루것 같대_”
“그럼 그냥 집에 가면 돼?”
“오늘 다같이 회식이나 하자-!!”
매니저는 스탶들을 둘러보며 말했고
스탶들은 환호했다
“그래..내일 스케줄도 없는데”
여자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했다
“자자- 여러분 빨리 정리하고 소고기 먹으러 가지구요_!!”
“오_여주가 사는거?”
“당연하지!!”
“오늘은 여기까지 마시자구요-!!
여주 너무 취한 것 같네”
“아니야아_!!더 마실 수 이써..”
여자는 더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여자의 몸은 많이 비틀거렸다
“사장님 한 병 ㄷ..!”
“안돼
너 너무 많이 마셨어
더 마시면 내일 고생한다?
지민이 부를테니까 빨리 집 가”
“..알아써”
여자는 스탶들과 매니저에게 택시비를 주며 보냈고
식당 앞에서 여자의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가 꽤나 쌀쌀해져서
여자는 술이 점점 깨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여자는 몸을 베베 꼬며 추운 날씨를 이기고 있었는데
여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르르르르
-어 오빠아
-여주야..오빠가 일이 밀려서 못 갈거 같아서
대리 기사 부를게
기사님 오면 집에 가고
오빠한테 전화해_
-알았서..ㅎㅎ
여자의 오빠는 여자의 새는 발음에 불안했지만
지금 상황에 자신이 가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전화를 끊었다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한참이 지나도 기사님이 오지 않자
여자는 나쁜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여자라면 이 생각을 뿌리쳤을테지만
술에 취한 여자는 판단력이 부족했다
“날씨도 추운데 그냥 내가 운전하까..?”
이내 여자는 결심한 듯
차의 운전석에 탔다
“에이_술 먹어도 운전 잘하네_!!”
여자는 몰랐겠지
지금 자신이 굉장히 불안하게 운전하고 있다는걸
누군가 봤다면 그 즉시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이를 모르는 여자는 신나게 운전을 했다
여자는 계속 운전을 이어나갔고
점점 자신의 운전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뭐가 계속 흔들리는데..”
그 순간
“ㅇ..어?!”
한순간이었다
여자가 사람을 친 것은
여자는 한동안 멍하니 차에 치인 사람을 쳐다 보았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애써 침착해진 후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여주야
집에 도착했어?
-ㅇ..오빠..
심하게 떨리는 여자의 목소리에
여자의 오빠는 당황한 기색으로 말을 이어갔다
-왜 이렇게 떨어
무슨 일 생겼어?
-오빠...
나..
-괜찮아 여주야
말해봐
-나..
사람 쳤어....
여자의 말에 여자의 오빠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침묵을 유지하던 여자의 오빠는
여자만큼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여자는 대리 기사가 오지 않아 자신이 운전을 하였고
그런 와중에 사람을 쳤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여자의 오빠는 잠시 말이 없다가
침착하게 말했다
-박여주
내 말 잘 들어
-응..
-지금 빨리 집으로 와
-..어?
경찰에 신고는..?
-..이미 늦었어
너랑 나랑 통화한지 삼십 분 지났고
네 마음 추스리고 있었을 시간 합치면
지금 적어도 사십 분은 지났을거야
이제 와서 신고하면 더 곤란해질 수 있어
어짜피 경찰 조사하면 내일이면 범인이 너인거 알려질거야
차라리 지금 빨리 집으로 와
-...알겠어
여자는 쓰러진 사람을 피해 운전했고
곧장 집으로 달렸다
띡띡띡-
여자는 떨리는 손으로 비밀번호를 풀고 집네 들어갔다
여자의 집에 먼저 도착해 있던 여자의 오빠는
집에 온 여자를 안았고
여자는 여자의 오빠 품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여자의 머리에는
내가 사람을 쳤다
난 살인자다
이런 생각밖에 없었다
“..여주야”
“응..”
“내가 생각이 있어
잘 따라와줄 수 있지..?”
“...응”
여자의 오빠의 얼굴은 왠지 슬픔이 가득해 보였고
여자는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주야 잘 들어
나한테 아무한테 안 알려진 오두막이 하나 있어
숲 속 깊은 곳에 있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너한테 줄려고
미리 지어놓은건데 이렇게 쓰일 줄 몰랐네..ㅎ
난 내일 네가 교통 사고를 냈다는 사실에
충격 받고 죄책감이 들어서 자살했다고 신고할거야”
“..!”
여자의 오빠의 말을 이해한 듯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야 오빠..나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할래..”
“안돼!!”
여자의 말에 여자의 오빠는 크게 소리쳤다
“그것만은 안돼..”
“왜..?”
“몰라서 물어?
그렇게 되면 너는 사회에 생매장이야
내 하나뿐인 여동생
그렇게 되는거 원하지 않아”
여자의 오빠는 이 말을 끝으로 눈물을 흘리더니
여자를 세게 껴안았다
이내 여자도 여자의 오빠를 끌어안았고
둘은 서로 껴안고 펑펑 울었다
다음 날 아침
여자의 오빠는 여자를 깊은 숲 속으로 데려갔다
여자와 여자의 오빠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둘은 한 오두막집에 도착했다
햇살은 꽤나 따스하게 들어오나
안개가 스산하게 낀
뭔가 이상한 곳이었다
“내가 여기 자주 올거야
시간 날 때마다 와서
너 말동무도 해주고
생필품도 가져오고
그리고..”
여자의 오빠는 말 끝을 흐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이내 눈물 방울이 툭툭 떨어져 땅을 적셨다
여자는 그런 여자의 오빠를 꼭 껴안았다
“내가..어제 데리러 갔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아니야..다 내 잘못이야..
냐가 기사님을 기다려야 했어..
다 나 때문이야..
오빠가 날 미워해도
난 할 말이 없어..”
“그런 말하지 말고..
나는 우리 여주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나도 오빠가 제일 좋아..ㅎ”
여자의 오빠는 여자를 집 안에 들이고 서둘러 직장으로 갔다
더 늦으면 여자의 위치가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천천히 집 안을 둘러 보았다
오두막집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으나
있을 건 다 있었고
꽤나 아늑했다
그러나 여자는 이 근사한 집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이내 바닥에 주저 앉아 흐느꼈다
밤이 되었고
여자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목욕물을 받아 반신욕을 하였다
따뜻한 물에 입욕제를 풀어 몸을 담그니
흥분된 마음이 꽤나 가라앉는 것 같았다
여자는 멍 때리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현실인지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사람을 쳤을 때의 그 느낌
아무리 생각해도 생생하다
꿈이 아니다
여자는 모두의 칭찬을 받던 탤런트에서
살인자가 되었다
다시 마음이 심란해진 여자는
목욕물도 미지근해진겸 간단히 씻은 후
목욕 가운을 걸치고 욕실 밖으로 나갔다
여자는 욕실 문을 열고 나오자
그 자리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욕실 밖 거실에는
왠 늑대 한 마리가 있었다

늑대는 꽤나 사나운 표정으로
여자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여자는 놀라 그 자리에 서있는 것밖에 못했고
그 순간
늑대가 여자를 향해 뛰어왔다
“어흑..!”
순식간에 늑대는 여자의 위에 올라탔고
여자는 이제 죽겠구나하고 체념했다
내가 드디어 천벌을 받는구나
여자는 질끈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고는 말했다
“그래 날 물어뜯어
날 갈기갈기 찢어줘
그냥 먹어 치워버려”
여자는 늑대의 눈을 바라보았다
늑대도 한참을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던 와중에
펑-
펑하는 소리와 함께 안개가 꼈고
여자는 부릅 뜨던 눈을 다시 질끈 감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여자는
다시 한 번 눈을 천천히 떴다
눈을 뜬 여자의 앞에는 늑대가 아닌

남자가 한 명 여자 위에 올라타 있었다
“내가 맛대가리 없는 인간 따위를 왜 먹어”
그게 남자와 여자의 첫 만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