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물론 당신이 아는 사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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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억을 잃는 순간, 나도 다니엘도 그 자리에 있었고, 우리 모두 당신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런데 실패로 끝났고, 아마 다니엘은 그 탓에 지아씨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거겠죠. 많이 힘들어 했으니까. 그 사람.”
“....”
“다니엘의 최선 중 처음인 실패였으니까.”
“...그래서 그 사람이 하는 일이 뭔데요..?”
그 사람이 힘들어 했다는 게 마음에서 상상이 갔다.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욱신거렸다.
“내가 말해줄 수있는 건 여기까지. 아직은 다니엘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인지 나도 알지 못해서.”
“.. 그 사람이 하는 일.. 그것만 말해줘요.”
“다니엘한테 직접 듣는 게 좋을 거에요. 단, 목숨을 맡길만큼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거. 그 정도만 알려줄게요.”
처음듣는 그의 이야기. 왠지 모르게 마음 저편이 아렸다.
이젠 내가 누구였는지 보다, 그가 누구인지가 더 궁금했다.
'한지아!!'
그를 생각하면서 기억의 조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절대 그럴 일 없거든요? 난 지금이 좋은걸~?'
'다니엘이 지켜줄 거잖아?'
'다치지 마.. 마음 아프게..'
성우씨와 얘기를 나눈 후 1달동안 기억의 조각들을 보았다. 꿈속에서 다니엘과 나의 모습을..
내가 다니엘에게 한 말들이 들렸다. 어떤 상황에서의 말인지,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다니엘과 나의 관계가 어떤지. 하나도 알지 못하고 저 말 한 마디, 그게 끝이었다. 그래서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꽤 가까운 사이.. 연인 사이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고개를 양옆으로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럴리가.. 없지.
우리는 친구 혹은 동료였을까.
기억의 조각들을 꿈에서 보면 볼 수록 더 많이 상황들을 맞이 했다.
그리고 느낀 건, 윤하가 내게 한 말은 모두 포장이었다는 것.
성우씨도 그렇고 윤하도 그렇고..
나에게 그렇게 감추려는 내 기억이 뭘까..
잠에서 깨면 항상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기억의 조각들은 한 달이 지난 후에 더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를 못본지도 두어 달..
맞춰지지 않는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나를 괴롭혔다.
미치도록 괴로웠다. 일시적인 증상이라 보기도 지속기간이 너무 길었으며, 이 고통의 끝에 기억들이 퍼즐처럼 맞춰질까 봐, 참고 또 참았다.
사고가 나고 몇년간 찾으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기억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그를.. 믿으려고...
이 모든 것의 첫 출발은 강다니엘, 그였다.
*****
“그를 만나야겠어요. 그를 만나게 해줘요.”
다짜고짜 성우씨에게 말했다. 이런 상황이 어이가 없지만 그 방법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요즘엔 꿈 속에서 기억의 조각을 보는 일도 줄었고, 그러기엔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린다.
그에게 직접 물어보겠어.
“내가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네.”
“그럼 이건 어때요. 내가, 해주고 싶을거라 생각해요?”
“...”
“무슨 뜻이에요?”
“ 다른 방법을 찾아봐요. 적어도 난 아니니까..”
성우씨의 얼굴이 한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는 걸..
“미안해요.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만나려는 이유가 뭐에요..?”
“기억을 찾고 싶어져서요.”
“이때까지 아무렇지 않았잖아.”
“좀 달려졌어요. 그러니 가르쳐 줘요.”
성우씨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여기로 가봐요. 대신 조심히..”
“여기가...”
“참고로 난 지아씨가 기억을 안찾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이기적인가..”
그러고 성우씨는 카페를 나가 버렸다.
‘또 봐요.’ 이 한 마디를 남기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