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JoKer

18화

-2016년 겨울-

그날 밤, 내리던 눈이 첫 눈이었던가, 마지막 눈이었던가.

눈이 내려 도로가 얼고 크고 작은 충돌사고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밤 11시 57분. 너를 태운 차를 쫓아 무리한 속력을 냈다.

그녀를 구해야겠다. 아니, 구해야만 한다는 생각 하나로 꽁꽁 언 도로를 달렸다.

모두가 나더러 미쳤다고 한다.

맞다. ‘미쳤다’는 말 이외에 그 때의 나를 더 잘 표현해 줄 말은 없었다.

그때 적어도 난,

‘그녀에게 미쳤다.’

끈질긴 추격전은 계속 됐다. 앞선 차도 뒤따르는 차도 제정신은 아니었을 것이다.

-끼이이익

온몸에 소름이 돋는 소리가 귀 아프게 들려왔다.

내가 표정을 잠시 찡그리며 멈춰섰고, 내가 쫓던 차는 엄청난 굉음을 내며 도로 위를 뒹굴었다.

난 갑자기 멈추며 핸들에 상체를 부디쳤다. 그리고 고개를 든 후엔 끈질기던 추격전이 끝이 난 후였다.

“아...아.. 안돼...!”

뒤집어진 차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내 심장 소리와 함께 빨라졌다.

펑 —!

내 눈앞에서 네가 탄 차가 불길에 휩싸옇다.

“으... 으윽....!”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 칼에 찔리고, 총에 맞은 그 어느 고통보다도 결코 덜하지 않았다.

“윽....!”

울부짖었다. 가족을 잃은 사자처럼, 고통에 몸부림쳤다.

뒤따라온 성우와 윤하가 깜짝놀라 달려온다.

그때까지 난 불타는 소리와 앞에 무릎을 꿇고 슬픔을 넘어선 고통을 토해냈다.

성우와 윤하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지켜내지 못한 너의 이름을 불렀다.

“흐으...흑... 지아.. 지아야...”

나는 차마 너의 이름을 부를 수 없었다. 너의 이름을 부르면, 불길 속에서 괴로워 할 너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같아 두려웠다.

내 인생 첫 실패는, 내 인생 최대의 고통이었다.

-2019년. 봄-

윤하 이외의 모든 그녀의 과거 사람들은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걸 기억하는 우린, 우리로서 힘들었다. 너와 즐거웠던, 행복했던 3년의 대가로 너를 잃었나 보다.

나를 찾아온 그날, 너를 내보내고 비가 내렸다.

하늘이 참 무심하다. 또 다시 너에게 나를 이런 사람으로 만든다.

네가 혹시 비를 맞진 않을까, 비만 맞으면 앓아 눕는 너를, 너는 알까..

창밖을 내려다 본다. 한참을 움직이지 않던 너에게 옹성우가 우산을 씌여준다.

‘하...’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법은 드물다. 오늘 역시, 그랬다.

너를 위해, 너를 내 곁에서 떼어 놓았다가, 옹성우의 곁에 놓아준 꼴이 되었다.

소파에 몸을 던졌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한지아... 한지아... 한.. 지아..

너의 이름을 입속에서 굴려본다.

‘내가 너를 지켜낼 수 있을까..?’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정은 ‘너의 곁’ 이었다.

‘내 목숨을 걸고, 내 모든 것을 너에게 바쳐, 너를 지켜내겠다 한지아..’

“내 옆에 좀 있어라. 떨어지지 말고.”


“그때도 나를 이렇게 지켜주려 애썼나요.”’

그녀를 살포시 안을 때, 그나라의 잔상이 눈에 맺힌다.

내가 너를 이렇게 안아도 되는 걸까.. 또 너를 잃을까 두렵다.

한지아, 난 네가 세상에서 제일 두렵다.

“그렇게 두려운 기억이라면..”

“...”

“당신도 잊어. 새 시작은 두려워할 것따위 없으니까..”

너는 항상 이랬다. 내 마음을 다 아는 듯이, 내 안을 훤히 들여다 보듯이 말하는 것같다.

그래서 내가 너에게 마음을 열어줬던 걸까. 아님, 그 반대일까..

너의 몸을 내 몸에서 떼어내어 입을 맞췄다.

내 앞에 잇는 이 사람이 너라는 사실에 눈물이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내리다, 맞물린 우리의 입술 사이로 스며 들었다.

‘그의 뜨거운 눈물이 나의 볼에, 입술이 닿았다.’

-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지고 다니엘은 뒤를 돌아 볼레 묻은 물기를 소매로 닦아냈다.

“.. 당신과의 기억의 조각이 남아있어요.”

“...”

“당신은 나를.. 나는 당신을.. 사랑했나요...?”

그녀에게 그녀의 과거를 가르쳐주지 말자는 약속을 어길 수 없었다.

“그런거라면...! 내가 당신을 기억할 수 있게 말해줘요! 내가.. 과거에,”

“미안한데...”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너에게 내가 해야할 정해진 말들이 입안에서 나오질 못했다.

정적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 건 지아 쪽이었다.

“난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덴.. 이유가 있겠죠..?

근데.. 근데요 다니엘씨.. 난 지금이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초첨없이 흔들리는 눈빛은 지아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내가...”

지아의 눈에 눈물이 차올라 떨어질 듯 말듯 위태로웠다.

“...해맑고, 강하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용기를 가졌어. 그런 널.. 내가 참 좋아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