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지아씨를 경호하게 된 와이입니다.”
원래 지아 성격이라면 그러지 말라고 뭐라했을 법도 했다. 하지만 지아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그게 더 마음 아프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 지아의 말 수가 확연히 줄었고, 케이와의 연락도 없었다.
지아는 몇일간 내 옆에서 메말라갔다.
항상 난 네 옆에 내가 있기를 바랐는데, 아무래도 난 너의 삶에 행복을 불어넣어 줄 수 없을 것 같다. 예전의 그때처럼..
-“내가 널 지켜주고 싶어. 좋아해, 한.. 지아”-
-코드네임이 아닌 너의 이름을 처음으로 불러보는 순간이었다.-
-“미안해, 와이.. 난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고민도 안해주고 거절하던 너였지만, 너의 이름을 부른 순간이 난 행복했었다.-
-2013년 가을-
우리의 첫 임무날, 보스에게 총을 겨누던 적이 나의 총에 맞았다.
그리고 확인했을 땐, 제이가 보스를 구하려 자신의 몸을 던진 후였다.
보스는 내 눈에도 멋진 사람이었다.
그를 사랑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에게 최선을 다하는 널 보면 질투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제이의 몸이 좋지 않아 보였다. 식을 땀을 흘리는 널 보았다.
“저기...”
난 왜 항상 2순위인 걸까. 너의 마음 속 내가 그렇듯 오늘도 넌 나보다 보스의 앞에 있었고, 나는 또 늦었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네가 아팠고, 네가 보스에게 안겨 훈련실로 향했다. 그러므로 돌아갈 수 없었다.
한참을 밖에서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결국 마음을 먹고 훈련실로 향했다.
훈련실의 문 앞에 도착해 투명한 유리문으로 안을 보았다.
소파 위에 누워 잠든 제이와 맞은 편 테이블에 걸터 앉아 한 손에 커피잔을 들고 있는 보스.
“지아... 한.. 지아..”
보스가 제이의 본명을 읊조린다. 커피를 한 모금 들어마시고 제이를 내려다 보는 눈빛이 전혀 보스답지 않았다.
난 잡았던 문 손잡이를 놓았다.
보스의 못보던 눈빛에서 애정이 묻어남을 느꼈다.
이미 내가 낄 수 없는 사이였다. 두 사람의 사이는..
*****
내가 그들의 보스였을 때 지아는 어느새 내게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참 나를 귀찮게 하던, 어리게만 보였던 한 여자가 나에겐 큰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혼자였다.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 내겐 부모님이 없었고, 할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할아버지는 내게, 넌 어려서부터 혼자이니 자기 목숨은 자기가 알아서 지키라고 권투를 가르치셨다. 그렇게 난 내 목숨에 남 목숨까지 지키는 보안관이 되었다.
그러한 나만의 콤플렉스가 있었기에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남과의 소통이 적었다.
아니, 드물었다. 그런데 그런 내게 ‘소통’을 가르쳐 사람이 바로 너였다. 제이.
나보다 20센치가 작고 나의 힘의 반도 되지 않던 너는 누가 누굴 지키겠다는 건지 입만 열면 지켜주겠다고 했다.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것 같던 내가, 너에게 빠져가고 있었다.
“보스 얼굴은 왜그리 딱딱해요? 웃어봐요~ 저번처럼.”
“난 원래 이 얼굴이야.”
“아.. 그럼 한 번만 웃어봐 줘요.. 웃는 얼굴 보고싶단 말이에요~ 소원 소원 네~?”
“소원이 많아도 너무 많군..”
얼마가지 않아 난, 너와 함께라면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어쩌면 내가 너를 만난 것이 나에게 있었던 ‘기적’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