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형에게는 벽이 존재했다.
그 벽이, 조금 허물어지기를 바랄 뿐.
* * *
다음날, 여주의 바람은 어김없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주에게도, 정국에게도 고요한 침묵만 맴돌 뿐.
"..벗자."
오늘도 다름 없이 정국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달콤함은 하나도 묻어나오지 않는 말.
"네."
여주는 하나의 로봇처럼,정국을 따른다. 정국은 헛기침을 한 번 차더니,손을 까닥거렸다. 어서. 여주는 잠잠히 정국을 따른다.
"..요즘 생활은 문제없지?"
"..ㄴ,네. 없어요. 괜찮아요."
"다행이네.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하고. 고작 인형일 뿐이지만."
"새겨듣겠습니다."
언뜻 들으면 정국이 여주를 신경 쓰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하지만 정국의 깊숙히,여주와의 사랑이 조금씩 피어나고 있었다. 정국은 옅게 웃으며 여주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 * *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정국은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불씨를 겉잡을 수 없었다. 커져버린 마음에,정국은 자신의 마음을 애써 감추려들었다. 자신과 만든 인형과 사랑을 나누다니. 이 무슨 말이 안되는 소리인가. 정국은 착잡한 안색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 나가실시간 입니다."
"..주인,"
"...네?"
"주인이라는 소리 지겨우니까,그 소리 그만해."
"그게 무슨 소리.."
"주인이라는 소리 그만하고,내 본명을 부르라고."
정국은 짙게 가라앉은 묵직한 목소리로 말을 내었다. 여주는 살짝 당황하며, 자신은 못한다 고개를 내저었다. 정국은 마른침을 삼키며 들숨을 내쉬었다. 그리고선 말을 이었다.
"전정국."
"
"니 주인 이름,전정국이라고."
정국이 웃으며 속삭였다. 여주는 정국의 검푸른 눈동자를 응시하며 입을 땠다.
"네. 알겠습니다 전정국."
"...아니,"
정국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내뱉었다. 여주는 순수하게 고개를 갸웃거렸고, 정국은 자신의 앞머리를 뒤 쪽으로 쓸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인형이라더니, 완전 로봇같잖아 이거."
"
"그렇게 부르면 이상하잖아. 안그래?"
"정국..전정ㄱ..."
흡,하는 소리와 함께 여주의 말이 끊겼다. 숨이 멎을 듯 갑작스레 입을 맞춰오는 정국이였다. 정국은 적나라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작게 읊조렸다. 고작 인형 따위가 이렇게 달콤해도 되니. 여주는 몇 초간 숨이 멎은 듯 얼어있다, 무언가 속 안에서 부터 올라오는 달콤한 기분과, 인간의 기분을 놓칠 수 없었다.
'달콤해.'
속으로 몇 번이고 곱씹었다. 여주는 결론을 내린 듯, 정국의 혀를 거세게 옭아메었다. 정국은 씨익 웃으며, 여주의 턱 끝을 잡고 벽에 밀어붙혔다.
"하아.."
정국은 거세게 밀어 붙이던 입술을 진득하게 떼어내었다. 여주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아니 믿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정국을 응시하였다.
"왜 그렇게 보지?"
"나를 사랑하시나요?"
"..글쎄다. 그럴지도."
"저를 사랑하지 마세요. 제가 망가져버릴 지도 몰라요."
"내가 다시 고쳐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