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비가 내리는 날 밤

저녁을 먹고,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팀장님은 거실에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비가 점점 거세지고,

바람이 불어 창틈으로 바람이 새어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주야..”

의건이가 왔다.

“의건아.”

“응. 나야..”

“하고싶은 말이 있어.”

의건이가 다가와 내 두 손을 잡았다.

“하고싶은 말.. 다 해..”

말을 하기도 전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오늘 그 할머니를 만나 들은 말.

그걸 물어볼 것이다.

그런데 너는.. 아니라고..

꼭 그렇게 대답해줬으면..

“전에 그 할머니 기억나지?”

“그 이상한 말 하던 사람?”

“응. 오늘 만났어.”

“뭐라고 했어...?”

“의건아.. 너가...

너가 나 때문에...”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을 죽게만든게, 나라는 거...

“나 때문에 잘못된거래..

네가... 나 때문에...”

눈물이 일렁인다.

의건이가 나를 보며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

그랬구나...”

의건이가 나를 안았다.

두려워서, 무서워서, 떨고있는 나를,

떨지 않게 안았다.

“여주야. 무슨 말을 듣던, 어떤 사실을 알게되던.

그게 2년 전 일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

무슨 뜻인지.. 알아..?”

“...”

“어떻게 내가 네 앞에 돌아오게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과거야.

내가 과거에 얽매여 사는 거...

안그랬으면 좋겠어.”

“... 넌 그게 그렇게 쉬워..?”

“안 쉽겠지. 그치만 시간이 지나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시간이 다 해결해준다고...

그딴 말은 도대체 누가 그런건데?

그 사람이 겪어 봤대?”

“왜그래 여주야...”

“뭘 왜그래...

그냥 사실대로 말해줘.”

“그거때문에 나한테 미안해하고 그래서 또 울고..

그럴 거잖아 너..”

“당연히 그러겠지..! 어떻게 안 그래..”

“그래도 달라지는 거 없잖아..

없는 거 알잖아..”

“내 마음이 달라져.”

“그래. 더 아프겠지.

네가 안 아플수만 있다면.. 난 뭐든 할거야.”

“그러지마.”

너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그냥 아니라고.

한 마디만 해주지...

이렇게 길게 말하면.. 맞다는 거잖아...

“사랑해 여주야. 사랑해..”

“....어쩌면.. 우리 진짜...

만나자 말았어야 했나봐...”

“그게 무슨 말이야..

난 그때로 돌아가도, 너 못놓아.

넌... 나 안 만날 수 있어..?”

“...아니...”

그럴 자신이 없어서.

다시 돌아가도 너를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너를 죽게 한 나를 탓할 수도 없었다.

의건이가 내게 입을 맞췄다.

맞닿은 우리의 입술 사이로 나의 눈물인지, 너의 눈물인지, 아님 우리 둘의 눈물인지, 스며들고 있었다.

그날 밤, 우리의 키스는 뜨거웠고, 간간이 스며든 눈물은, 차가웠다.

눈물이, 슬픔이, 우리 사이를 식혔지만,

우리의 키스는 결코 식지 않았다.

그렇게 차가웠다, 뜨거웠다를 반복한 우리는,

지쳐서 잠들었다.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이 되어주지 못했다.

남들이 보기에

서로에게 독이 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독이돼도..

서로을 탓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의도치 않게 빠져들었고,

서로에게 빠져드는 그 속도감에 취했고,

그러다가 서로에게 취했고..

이성적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고, 결정하고 할 필요도 없었다.

온마음을 다해 사랑했으니까.

분명했으니까..

자고있는 그의 머리를 만져본다.

우리가 어제 한 충동적이었던 키스가 떠오른다.

괜스레 내 입술을 어루만져본다.

‘내 소원이야 여주야..

새 사람 만나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

나는 이제.. 과거일 뿐이니까...’

“나... 할 수 있을까...?”

“네 소원 이루어주려면 과거에서 벗어나야 되는데...

그거... 나.. 할 수 있을까...?”

“아침부터..

사람 긴장하게 만드네요. 여주씨.”

“언제부터 깨있었어요??”

“여주씨가 내 머리 만질때부터.”

“말을 하지...”

“뽀뽀해도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