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비가 내리는 날 밤

“아침부터.. ​

사람 긴장하게 만드네요. 여주씨.”

“언제부터 깨있었어요??”

“여주씨가 내 머리 만질때부터.”

“말을 하지...”

“뽀뽀해도 됩니까?”

“네..?”

다니엘의 커다란 손이 여주의 볼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다니엘의 시선이, 여주의 빨간 입술에 닿았다.

“대답.. 안해줄겁니까..?”

당황한건지, 어쩌면 설렜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럴리가 없어.

해가 떴고, 비가 그쳤고.

여주의 앞에 있는건, 다니엘 팀장이니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여주가 말을 얼버무리며 말한다.

“아,아침부터 그렇게 자,장난이 치고 싶으세요?”

“내가 하면 다 장난이래.”

“장난이 아니면 뭔데요..!

마,말도 안되게...”

“지금.. 당황한거에요 설렌거에요?”

“네..? 그야 당연히..!”

“설렌거같은데.”

“아,아니거든요..?!!”

왠지 모르게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대화에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여주이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하고 웃은 다니엘이 말했다.

“보면 볼수록.. 되게 귀엽네..”

뛰어 들어가다시피 화장실로 간 여주는 문을 닫고 그 문에 기대 숨을 돌렸다.

자신의 가슴위에 손을 얹어 본 여주는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왜 시키지도 않았는데 뛰고 그러냐..’

‘뽀뽀해도 됩니까?’

그 말이 도저히 머릿속에서 떠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왼쪽 뺨에 올려진 그 커다란 손은 또 어떤가. 자신의 입술을 응시하던 그 눈빛까지..

아침부터 잠을 확 깨게 하는 종합 선물 세트였다.

“여주씨? 씻고 있는거 맞아요? 물소리가 안들리는데?

그러다 우리 지각합니다?”

고개를 양옆으로 휘저은 여주가 세수를 한다.

짖궂은 장난에 넘어가선 안된다.

‘내가 하면 다 장난이래.’

이 생각을 하면 저 생각이.

저 생각을 하면 이 생각이.

돌아가며 여주를 미치게 한다.

여주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세수를 마친 여주가 밖으로 나와 다니엘과 눈이 마주친다.

정확하게 말해야겠어.

내가 너무... 위태로우니까...

“저.. 팀장님.”

“왜요?”

“저... 오늘 아침같은 일... 말인데요...”

“..?”

“이제 하지 말아주세요.

장난 그만 치시라구요.. 솔직히 우리의 지금 상황이, 그렇게 즐겁고 재미있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갑자기 표정이 굳은 다니엘이 여주에게 더 가까이 다가선다.

“누가 장난이래.”

“....”

“난 장난같은거... 처음부터 친 적 없어.”

“...”

다니엘이 다가오는 속도만큼 뒤로 물러나다 결국 벽에 등이 부딪힌 여주는 그날이 떠올랐다.

의건이일까.. 팀장님일까..

맞춰보라던 그 날.

그날이었던가.

여주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던게.

그날은 팀장님이 아니라 의건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뛰었다고. 그런거라고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팀장님인데.

팀장님인걸 너무 잘 아는데..

왜... 심장은 그대로 뛰는 걸까...

“난 진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여주씨한테.”

“...”

“여주씨도 그런줄 알았는데.

아닌가?”

여주는 무어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비켜요.”

못한 것보단 안한 것에 가까웠다.

이쯤되면 여주도 눈치챌 때가 되었다.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려고 하는지..

가까운 거리로 몰아붙인 다니엘에게서 벗어나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가 여주를 흔들때마다,

또 속절없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은 더 무거워져 갔다.

정말.. 이래도 되는걸까..

안이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다니엘, 그에게 흔들리지 않는법도,

멋대로 향하는 마음을 붙잡는 법도,

여주는 하나도 아는 게 없었다.

출근 준비를 마친 다니엘과 여주가 거실에서 마주친다.

“이제 갈까요?”

“같이..요?”

“그럼 굳이 따로 가게요?”

“아니 또 같이가면 사람들이..”

“운전 해요?”

“아..아니요..”

“그럼 옆에 타요.

내 차 같이 타고 가게.”

다니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절대 여주의 마음이나 처지같은 거 고여해줄 생각이 없었다.

또 곤란해 지는 건 여주쪽이겠지.

벌써 그 상황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걱정하는 상황은 없을 거예요.”

“..네..?”

“헛소문. 그거 걱정하잖아요 지금.”

“하.. 헛소문. 그거만 나면 다행이죠.”

“그럼 헛소문 아니게 만들던지.”

“네??”

“강의건씨가 오는 동안은 그 헛소문대로 좀 지내도 되지 않나?”

“....”

“사귈래요? 나랑.”

“...”

“정 싫으면, 사귀는 척이라도 하든지.

여주씨 편 좀 들어주고 싶은데,

아무 의심받지 않고 그럴 수 있는 사이 하면 좋잖아요.”

“아니 그래도... 그건 좀...”

“싫음 말구요.”

순간 여주의 머릿속을 스친건

눈칫밥을 배터지게 먹던 그 시간들이었다.

어차피 손해볼 건 없잖아..

그렇다고 진짜 사귀자는 것도 아니고...

“아니 잠깐만요!

할게요.. 의건이 오는 동안만...”

“그 동안은 내 옆에만 꼭 붙어 있어요.

아무도 못건들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