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정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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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되는 글입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신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서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흔히 신을 생각하면 삼신, 창조신들이 생각나지 않는가? 정말로 신화에 불가한 고전 신화인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올림포스 12 주신이 21세기 현대 시대에 사람들 사이에서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어떻겠는가? 단순히 전설이 아닌 한 여성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2022년 12월 대한민국 서울_
북적거리는 도심, 많은 사람 한가운데에 유달리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은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비현실적인 외모와 피지컬을 가진 남자였다. 사람들의 관심 가득한 시선이 익숙한 듯 표정 변화 하나 없이 'Deus'라는 간판의 한 건물로 들어간다.
*Deus (데우스) 라틴어로 신.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의 술집에 들어선 남자는 습관처럼 앉는 자리에 가서 앉는다. 그런 그를 발견한 바텐더는 이제 지겹지도 않다는 표정을 짓는다.

"왔네, 브로. 이제 네가 안 오면 섭섭할 정도다."
"여기가 내 두 번째 집인데, 안 오면 안 되지."
"하긴 그래. 항상 마시는 걸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남자, 바텐더는 물어보나 마나 뻔하다는 듯이 남자가 고집해 오던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 여기 블루 스카이."
파란색에 떠 있는 몽글몽글 하얀색이 마치 푸른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도 같은 형상을 보여서 블루 스카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칵테일. 한입에 마시면 피치시냅스와 블루 큐라소의 달콤한 맛 때문에 복숭아 주스 혹은 코튼 캔디를 마시는 느낌이 나면서도 보드카 때문에 깔끔한 느낌이 나기에 그 맛에 푹 빠진 것이었다.
칵테일의 풍미를 그대로 느끼기 위해 한입에 마신 남자는 두 눈을 감고서는 깊은 맛을 음미한다.

"역시 형이 만들어주는 블루 스카이는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칵테일이야."
"다른 술집의 칵테일은 맛본 적도 없으면서."
"그렇긴 해도 난 진심이라고."
"그나저나 제우스가 디오니소스도 아니고 왜 이렇게 술을 좋아해."
*디오니소스 포도와 포도주의 신.
"그럼 형은 포세이돈이 바텐더라니, 좀 매치가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제법 잘 어울리지 않냐?"
제우스와 포세이돈. 라이벌 같은 형제지간 사이. 신화에 따르면 포세이돈이 제우스의 형이지만, 신들의 왕이기에 최고의 권력자이다. 그러기에 이 둘은 형제지만, 벗 같은 사이로 지내고 있다.
"그래, 그건 인정하지."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 제우스이자 불리는 이름은 김태형. 신들 사이에서도, 인간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미모를 따라올 자는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여주야, 여기 칵테일이 그렇게 맛있대. 안 그래도 요즘 레포트 때문에 죽을 맛이니까, 오늘은 칵테일 마시고 죽자...!!"
"그래, 그러자...! 가 아니라 둘 다 취하면 어떻게 해."
"그건 걱정 마, 호석이가 우리 자취방까지 데려다준대."
옆 테이블에서 여자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레포트에 지칠 때로 지친 대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려 온 것 같다. 대화를 들어보면 단발의 여자는 남자친구가 있는 것 같고, 긴 생머리의 여자는 남자친구가 없는 듯하다.
"그래, 너 잘나셨네요."
"어때, 부럽지? 여주, 너도 막 남친 사귀고 싶은 생각 들지?"
"아니. 전혀."
무슨 이유에서인지, 긴 생머리의 여자는 남자를 만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대놓고 자신의 남친을 자랑하는 친구의 말에도 저렇게 단호한 걸 보니 말이다.
단호하디 단호한 여주에 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사실 여주가 이렇게까지 연애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잘생긴 남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준 주범, 3년 전 여주가 사귀었던 전 남친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잘생긴 남자라고 하면 극혐을 하게 된 여주가 안쓰러웠던 소울메이트 한설은 그녀의 트라우마를 이기게 해주기 위해 잘생긴 남자들이 많이 들린다는 소문이 있는 술집, 바로 여기 'Deus'로 여주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
옅은 한숨을 내쉬는 한설에게 전화가 걸려 오고 재빠르게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블루 스카이 칵테일 두 잔을 주문한 설은 잠시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간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혼자 남은 여주랑 가까이 자리를 잡은 태형은 말을 건다.

"블루 스카이 시키셨나 본데, 블루 스카이는 한입에 마셔야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싱긋
"네."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서 짧은 대답을 한 여주는 자신에게 웃어 보이는 태형을 경계하며 슬쩍 거리를 두었다. 그런 여주를 본 태형은 재밌는 여자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멀어진 만큼 거리를 좁혔다.
"그쪽도 저랑 똑같이 짝이 없는 것 같은데, 같이 나가시지 않겠습니까?"
그런 태형의 말을 곱게 무시하고서 블루 스카이를 한입에 털어 마신 여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여주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태형은 짧은 외마디 비명 소리를 내고서는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들이대는 태형이 짜증 났던 여주가 정강이를 차버린 것이었다.
미침 통화를 마치고 술집으로 들어선 설이 그 광경을 발견하고 여주한테 달려갔다.
"여주야, 무슨 일이야...!"
"아냐. 이거 빨리 원샷해. 가자."
영문도 모르고 자신의 손에 들려진 칵테일을 한입에 털어 마신 설은 계산을 하였다. 여자에게 처음 차인 (진짜로 다리를 차인) 태형은 헛웃음을 치면서 바지를 털고 일어났다.
"예쁜 아가씨가 성질이 안 좋네. 진짜로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 말을 건 것뿐인데."
조각처럼 생긴 남자가 여주를 마음에 들어 했다는 말에 한설은 이건 놓치면 안 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제 친구가 오해를 했나봐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아닙니다. 오해하게 만든 제가 잘못한 거죠."
테이블 위에 있던 냅킨 휴지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은 태형은 여주의 손에 쥐어주었다.
"제가 생각나면 언제든지 연락줘요. 여주씨의 연락 기다릴게요."
"연락할 일 없으니까, 기다리지 마세요."
그 말을 끝으로 여주는 술집을 나갔다. 다시 한번 더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솔은 여주를 뒤따라 나갔다. 그들이 나간 쪽을 바라보던 태형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밖으로 나간 여주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태형의 전화번호가 적혀진 냅킨 휴지를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뒤따라 나온 설이 후다닥 달려가서 다시 주워 여주의 손에 쥐어주었다.
"여주야, 이번을 기회로 삼아서 트라우마 이겨보자, 응? 이 세상의 잘생긴 남자들이 다 나쁜 놈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지."
"됐어. 그럴 바에 혼자 늙어 죽는 편이 낫겠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설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여주는 자신의 힘으로 트라우마를 이겨내기로 굳게 다짐한다.
........
아침부터 화학과 앞에서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람들이라고 했지 사실상 여자들밖에 안 보였다. 뭐 잘생긴 연예인이라도 왔나 하면서 기웃거리던 여주의 눈에 띈 사람. 술집에서 정강이를 뻥 차버린 남자, 태형이었다. 뭐야, 저 남자가 왜 여기 있지.
멍하게 서 있는 여주를 발견한 태형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서 웃고서는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혹시 여기 블루 동아리 부장님 계실까요?"
"블루 동아리 부장이 전데, 무슨 일이실까요?"
이 학교에서 예쁘기로 소문난 4학년 여신인 신희진이 수줍은 목소리로 태형에게 물었다. 만화에서만 나올 것 같은 미모에 남자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었다.
"이 동아리실을 잠시만 쓸 수 있을까요?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 해요."
"원하시는 대로 쓰셔도 괜찮아요."
"얼굴이 아름다우신 만큼 마음씨도 참으로 고우시군요. 그럼,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태형은 웃으면서 자신의 주위에 모여든 여자들 사이를 뚫고 여주에게 다가갔다.

"드디어 찾았다. 류여주."
여주의 손목을 아프지 않게 쥐어 잡은 태형은 여주를 데리고 블루 동아리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밖에서는 여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
쉿!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댄 태형에 여주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학교에서 안 좋은 소문이 나기 싫으면 조용히 하는 게 좋을 거예요."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 어떻게 내가 다니는 학교, 학과까지 알고 찾아온 거야. 스토커야?"
"ㅎ 정황상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니네요."
잔뜩 긴장한 상태로 경계 태세에 들어간 여주는 당장이라도 태형에게 발차기를 날릴 기세였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무언가를 꺼내려는 움직임에 위협적인 무기일 거라고 생각한 여주는 힘차게 기합을 넣고 회전 발차기를 정확하게 태형의 얼굴에 꽂아버렸다. 발이 얼굴이 부딪치는 소리가 동아리 가득 울리고 태형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움직이지 마요. 움직이면 이번에는 발차기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터진 입술로 흐른 피를 쓸어내린 태형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면서 하려던 말을 이었다.
"어제 술집에 잊어버리고 간 건 없으셨나요."
여주가 생각하는 그 틈에 태형은 주머니에서 보라색의 지갑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지갑의 주인을 찾아주려고 찾아온 사람한테 너무 한 거 아닌가."
"뭐 생각해보면 사람은 아니지만."
자신의 지갑을 바라보는 여주는 수치심과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모른다.
"죄송합니다. 많이 아프시죠...? 제가 진짜 의심이 많아 말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사람이라서..."
먼지를 털고 바닥에서 일어난 태형은 웃으면서 안절부절못하는 여주를 놀려주고 싶었지만, 그게 또 안쓰러워서 사실대로 말하기로 한다.
"걱정하지 마. 여자한테 맞아본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리고 이런 상처는 금방 사라지니깐."
태형의 말대로 터진 입술의 상처는 씻은 듯 말끔히 사라져버린다. 그 광경을 눈앞에서 본 여주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다.
"ㅇ,이게 도대,체..."
"내가 신이라면 관심을 가져줄 건가?"
"신...?"
"그래, 신. 기적이 있기를 인간들이 간절히 비는 그 신 말이야."
"전 신을 안 믿어요. 관심도 없고요."
신을 믿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는 여주에 태형은 당황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지만, 계속해서 자신을 어필했다. 역시 가지기 쉬운 여자보다 가지기 어려운 여자가 더 끌리는 법이거든.
"아무리 관심이 없다고 해도 제우스를 모를 리는 없겠지."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시는지. 모를 리가 없죠."
자신의 존재를 안다는 그 말이 왜 이렇게 기쁜지 모르겠다. 잘 알리지 않는 자신의 정체까지 밝혀가면서 여자를 꼬시는 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내가 바로 신 중의 신인 존재 제우스다."
"아, 그러시구나."
"믿기지 않는 눈치군. 상처가 바로 낫는 것쯤은 적은가 보네."
"제우스가 빛과 창공의 신인 건 잘 알고 있겠지. 밖을 보니 날씨가 참으로 화창하네. 이런 날씨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비가 내리고 천둥과 벼락이 치면 어떨까."
눈을 감고 잠시 가만히 있던 태형은 무슨 신호가 왔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왔고, 몇분이 지나지 않아 일기예보에는 전혀 없었던 비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안 믿기는 건 아니었는데, 이걸 보니 더 확실해진 것 같네요."
"이런 완벽한 외모까지 가진 신인 나에게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고?"
"전혀요. 그럼 할 얘기는 끝난 것 같으니 가봐도 되죠?"
자신이 가진 모든 매력으로 꼬셔도 넘어올 기색이 없는 여주에 태형은 미간을 찌푸렸다. 스리슬쩍 빠져나가려는 여주의 손목을 가볍게 붙잡았다.
"잠깐. 도대체 왜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건데."
"굳이 얘기해주자면 그쪽이 얼굴이 잘생긴 제우스라서."
".....?"
"잘생긴 사람이랑 바람둥이는 딱 질색인데, 그쪽은 둘 다 해당하니깐요."
제우스 하면 떠오르는 단어, 바람둥이. 그만큼 신 중에서도 알아주는 천하의 바람둥이였다. 질색이란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여주는 잘생긴 바람둥이를 극혐했다. 그래서 태형의 매력 발산이 여주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내가 잘생긴 바람둥이라서 싫다는 거네. 잘생긴 건 어쩔 수 없지만, 바람은 안 필 자신 있는데."
"하... 그렇게 자신 있으시면 그 얼굴로 다른 여자한테나 잘해주세요. 신이시든, 아니시든 관심 없으니까."
강의 시간이 다 된 여주는 급하게 동아리실을 빠져나간다. 태형은 그런 여주를 놓치지 않고 뒤따라 쫓아간다. 물론 그 와중에도 여자들에게 윙크와 손 인사는 빼먹지 않고 말이다.
태형이 이렇게까지 여주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막힘없이 시원한 그녀에게 꽂혀서이다. 하지만 꽂혔다고 해도 다른 것이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지만.
어느새 자신을 따라 강의실까지 들어와 당당하게 옆자리에 앉은 태형에 여주는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 뭐 해요?"
"지갑 찾아준 사례 받으려고."
".... 사례금 얼마나 원하시는데요?"
"사례금 같은 건 필요 없어."
사례가 필요하다면서 사례금은 필요 없다니, 도대체 뭘 원하길래.
"그럼 저한테 원하시는 게 뭔데요."
"나 같은 사람은 딱 질색이라며, 나랑 딱 세 번만 데이트해 봐. 그때도 똑같은 말을 하면 내가 깔끔하게 포기할게."
거참 끈질기네. 원하는 대로 세 번 만나주고 끊어내면 다시는 귀찮게 안 하겠지. 어차피 자신을 절대 넘어갈 리 없다는 확신의 얼굴로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주었다.
"그래요. 어차피 내 생각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깐."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세 번의 데이트가 여주의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첫 번째 데이트는 생각처럼 별 감흥이 없었다. 흔하디 흔한 평범한 데이트 코스인 영화를 보고, 저녁 먹고 헤어졌다.
"뭐 어차피 기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깐. 이제 두 번 남은 거야."
여주는 기대를 안 했다고 부정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내심 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나 보다. 왠지 모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 다음으로 태형이 여주를 데리고 간 곳은 다름 아닌 바닷가였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행복한 추억이 있는 곳. 바닷가는 여주에게 그런 좋은 기억으로 가득한 장소였다.
"바다 오랜만이다..."
"어때, 좋아?"
"좋긴 한데... 뭐 신이라고 사람 기억 읽는 것까지 있는 건 아니겠죠?"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로 데리고 온 태형이 혹시나 사람 기억 읽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닌지 싶어서 물었더니, 바람 빠지는 소리로 웃는다.
"어? 왜 웃어요...!"
"아니, 그냥 생각하는 게 너무 순수해서. 나한테 누군가의 기억을 읽는 능력이 있었다면 널 벌써 꼬셨겠지."
화악- 불이라도 난 것처럼 얼굴이 달아올랐다. 악의 없이 웃는 그의 미소가 꽁꽁 얼어버렸던 심장을 녹이기 시작했다.
"ㄱ,그러고 보니 계속 반말하시던데, 그럼 저도 반모합니다."
"그대 마음대로. 반말해주면 나야 더 좋지." ((싱긋
바람에 살랑거리는 여주의 검은색 머리칼을 쓸어내리면서 웃어 보이는 태형에 쿵, 쿵, 쿵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었다.
관심이 갈 리 없었던 바람둥이 신, 제우스 태형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있었다.
제우스. 녹색 창에 제우스 신에 대해 검색했다.
그리스 로마에 나오는 최고의 신. 제우스라는 이름은 어원적으로는 천공(天空)을 의미하며, 로마 신화에서는 같은 어원인 유피테르와 동일시되었다. 제우스는 천공을 지배하는 신으로 천둥과 번개를 뜻대로 구사한다고 생각되어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는 ‘구름을 모으는 자’ ‘번갯불을 던지는 자’ 등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제우스는 단순히 천공을 지배하는 신만이 아니었다...
"진짜네. 신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는데,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걸 생각해보게 된 그런 날이 저물어갔다.
.....
"벌써 마지막 데이트네. 여주 너랑 데이트해서 좋았었는데."
"어... 벌써 마지막이네. 빠르다."
"솔직히 말해봐, 나랑 하는 데이트가 마지막이라서 아쉽지?"
아니, 전혀. 안 아쉬운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안 아쉬웠다고 하고 싶은데, 마음이 먹먹해진다.
"........"
"진짜 아쉽나 보네?"
"안 아쉬워..."
"음... 그래? 난 아쉬운데."
아쉽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최고의 신이 자신과의 데이트가 마지막이라서 아쉽다고 말하고 있다.
"........."
"마지막이라서 아쉬우니까, 오늘은 12시까지 같이 있어도 괜찮지?"
".... 괜찮아."
"그때 말해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카페로 가서 마른 목을 축이려고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을 때, 풍선을 손에서 놓쳐버린 한 아이가 풍선을 뒤쫓아가다가 차도로 들어선다. 그런 아이를 발견한 태형이 한치의 망설임 없이 차도에 뛰어들어 아이를 안아 보도로 돌아왔다.
"얘야, 어디 안 다쳤니?"
녜! 하면서 해맑게 웃는 아이를 본 태형은 안심하면서 보호자에게 보내주었다. 흘러내린 땀을 닦으면서 걸어오는 태형을 여주는 뛰어가 태형을 꼭 안았다.
"12시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냥 지금 말할게."
"......."
"나도 아쉬워. 내 마음이 열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었는데, 내가 틀렸어."
"......."
"당신이 바람둥이라고 해도, 나만 보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아. 그래도 당신이 좋아."
......
여주와 태형이 만나게 된 지도 벌써 1년 남짓이 흐르고, 태형을 향한 여주의 마음은 더더욱 커져 있었다.
"오빠, 오늘은 나 만나줄 거지?"
"오늘 시간 안 될 것 같은데, 내일 괜찮지?"
"응. 난 언제나 괜찮아. 사랑해, 오빠."
"나도 사랑해."
여주와의 전화 통화가 끝나고,
"자기야, 여주야?"
"어. 여주가 나 보고 싶다네."
"보고 싶다면 만나줘야지."
"안 그래도 그러려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본래의 그 성격이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바뀔 리가 없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바람둥이 신에게 단단히 엮어버린 비련의 여성의 이야기로 끝나게 된다. 비록 이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지만, 여러분은 끊어 버려야 할 인연을 시기를 놓치지 않고 끊어내기를 바란다.
*취정회신: 정신을 가다듬어 한군데에 모음.
신에게 관심이 없었던 여주가 신에게 관심이 생기면서 그 신에게 단단히 엮이는 걸 제목으로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