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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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의 입장 차이
"근데 우리 웨딩 촬영은요?"

"웨딩 촬영?"
"네, 예식장도 알아봐야 하고."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나가니 이제 결혼 후 살 집까지 전세 계약을 마쳤고, 인테리어 등 각종 준비란 준비는 다 한 와중에서 예식장과 웨딩 촬영만 하지 않고 있는 여주와 석진. 편안하게 집에서 예능을 보며 석진은 소파에 앉아있었고, 여주는 그런 석진의 다리를 베개 삼아 머리를 뉘여 옆으로 누워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딱 웨딩 촬영 얘기가 나왔고, 석진은 그저 눈을 꿈벅거리기만 한다.
"··· 식 올릴 거야?"
"당연하죠! 오빠는
안 할 생각이었어요?"
아니, 나는··· 여주 불편할까 봐. 석진의 대답에 그녀가 몸을 일으켜 앉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는다. 왜요? 그 말에 더 놀란 건 석진이었다. 저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예식을 안 올리고 그냥 혼인신고만 하고 넘어가는 줄 알았기에.
하지만 둘의 입장은 달랐다. 여주는 반대로 결혼을 하면 크게든 작게든 예식은 올려야 더 서로의 마음이 확실하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내를 잃고 이미 싱글대디로 이미지가 잡혀버린 석진의 입장에서는 예식을 올리지 않은 채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여주에게 더 득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음··· 요즘에는 스몰웨딩도
많이들 하던데. 아 근데
그거 돈 더 많이 든대요."

"······."
"일반 예식장에서는 축의금으로
하니까 괜찮은데, 스몰웨딩은
다 알아서 하니까."
그럼 그냥 일반 예식장으로 잡는 게 좋겠죠? 전통 혼례식 같은 거 말고 그냥 평범하게 넘어갈까요? '평범하게 넘어간다'라는 말이, 왜 그들의 입장 차이로 갈려 석진에게 혼란을 주게 되는 것일까.
"그치, 아무래도 일반
예식장으로 잡는 게···."
"그럼 우리 웨딩 촬영은요?
직접 가서 해야 하죠?"
"어어···."
석진은 그때서야 깨달았다. 예식을 치루지 않고 그냥 넘어가려 하는 마음가짐은 여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신이 아내를 잃은 '싱글대디'라는 걸 감추고 싶어서 나타난 감정이라고. 약 7년 전 결혼을 하고 나서 아이가 둘이나 생긴 석진의 입장에서는 이미 결혼 생활로 많은 것을 하고도 남았겠지만, 여주는 아니었다. 모든 게 처음인 그녀의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게 무척 많을 테니까.
석진은 그런 면에서 너무 무책임했던 게 아닐까 하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여주는 자신이 해본 것 중 반 이하나 하지 않아봤을 터인데, 그런 여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럼 지금 하러 갈까?
어차피 오늘 시간 비잖아."
"헐 진짜요? 그럼 얼른 가요!"

"와··· 아니 여, 와.. 여주야···."
"이거 어때요? 괜찮아요?"

"너무 예쁘다, 어떡해···."
편하게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잡지를 읽고 있던 중, 가림막 커튼이 촤르륵 열리더니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주가 석진의 앞에 보여졌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석진이 읽던 잡지를 툭 떨어뜨리고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바로 눈물방울이 툭툭 볼 위로 떨어져 주르륵 흘러내리고 만다. 놀란 여주가 그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드레스를 입은 탓에 도와주던 직원에게 제지당하자, 석진이 조심히 그녀에게 다가가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근데 이거, 가슴 부근이
너무 파였는데···."
"에이 이 정도는
감안할 수준인데요?"
"너 어? 나한테도 안 보여주면서
다른 사람들한텐 다 보여주게?"
"··· 아니 오빠 그래도
여기 사람들 있는데."
그래도 쉴새없이 불만을 토로하는 석진에 마지못한 여주가 급하게 상황을 마무리하며 다른 걸로 갈아입겠다고 석진을 진정시킨다. 그에 그런 둘이 귀여운 듯 살풋 웃음을 터트리는 직원.

"이거다. 이걸로 하자, 여주야."
"아직 많이 님았는데 더
안 입어봐도 괜찮아요?"
"응, 이게 너한테 제일 잘 어울려."
감격스러운 듯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찰칵찰칵 찍는 석진. 이렇게 예쁘고 좋은데 왜 하지 않으려 했을까 하며 저의 뺨을 약하게 두어 번 챱챱 때리는 석진이다.

그렇게 여주의 본식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나서 웨당 촬영용 드레스, 그리고 석진의 양복도 고르고 나니 해가 벌써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 안에 모두 끝내버리기로 다짐한 이상 힘들어도 여기서 끝낼 수만은 없었다.
일단 밥을 먹고 나서 촬영을 시작하기로 해, 근처 파스타집에 들어간 석진과 여주. 안 그래도 드레스가 딱 달라붙는데 먹고 나서 배 니오면 어쩌냐는 그녀의 투덜거림에 석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더니 그래도 예쁠 거라면서 돌돌 말은 크림파스타를 여주의 입에 넣어준다.
"아 맞다. 물어보고 싶은 거 있었는데
오빠 처부모님 댁은··· 어떡해요?"

"··· 애들 엄마 부모님?"
"네, 그래도 애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신데."
"진작에 나 좋은 사람
만나라고 보내주셨어."
아무래도 애들 엄마가 너무 일찍 떠나기도 했고, 그 빈자리 때문에 내가 너무 힘들어해서 그런가? 기념일이나 생신 되면 찾아가기는 해. 여주 말대로 애들 조부모님이시고, 이미 아내는 죽었지만 내 장모님, 장인어른이기도 하니까.
그의 말에 여주가 한시름 마음을 놓았다. 저 때문에 관계가 복잡해져 크고 작은 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다면서. 그에 석진이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두 분 진심으로 여주
좋아해주실 거야."
"······."
애들 엄마도··· 하늘에서 응원해 줄 거고. 석진이 말을 마치고 난 뒤 별안간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여주는 아내의 이야기에 심정이 복잡할 석진은 이해해주었다.

"이제 갈까? 너무
늦으면 민폐니까."

그 이후 상견례까지 순식간에 마쳤다. 예식을 위한 계약 사인까지 모두 해결하고 나니 본 결혼식 날짜가 잡혀 한껏 후련한 기분으로 오빠와 잡은 손을 방방 흔들며 건물에서 나왔다. 이제 정말 결혼식을 하고 혼인신고와 신혼여행만 남았으니. 그래도 사람 양심이라는 게, 그동안 들었던 카드값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오늘 수고했어, 바로
집으로 갈 거지?"
"네. 오빠도 피곤하겠다,
얼른 들어가서 쉬어요 우리."
"그럼 집 들렸다 갈래?
기념인데 술 한 잔 어때."
차에 다 도착을 해서 그런 말을 하니 조수석 문을 열다가 다시 문을 닫았다. 지금 여기서 차에 타면 오빠가 또 나를 가만 두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에. 그런 내 태도에 오빠는 조금 당황하는 듯 싶더니 손사래를 치며 걱정하지 말라고 손수 나를 차에 태워주었다.
하지만 타자마자 문이 잠기고, 바로 내 양쪽 볼을 잡고서 쪽쪽 입을 맞추기 시작한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이 오빠! 그래도 오늘은 좋은 날이니 그냥 잠자코 순순히 받아주었다. 그러자 아까 걱정하지 말라던 약속을 지키는 것인지 그냥 흥흥 웃고서는 운전대를 잡고서 집으로 출발한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라서 약간 아쉽긴 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 오빠···!"
"차 안에서만 걱정하지
말라는 거였지, 나는."
저도··· 집안에서가 예외일 줄은 몰랐거든요···. 속수무책으로 오빠에게 업혀 당황할 새도 없이 높아진 눈높이에 버둥거리고 있을 때에서야 상황 파악을 마칠 수 있었다. 오늘은 정말 그냥 안 넘어갈 것 같았다.

"싫으면 지금 말해.
이따가 못 멈춰."
"아니··· 싫은 건 아닌데요···."
"응, 싫은 건 아닌데."
이미 자세는 침대 위에 엎어진 후였지만 오빠는 내 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주고 있었다. 이쯤 되면 그냥 달려들 법도 한데 정말 참을성이 대단한 사람이란 말이지. 아직 무서웠다. 그리고 긴장이 되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연애를 시작한 지 이제 반년이나 되었는데도 진도가 몇 개월이나 나가지 않는 게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난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서.
"오늘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은데."
"··· 예상한 답이긴 한데
막상 들으니까 좀 그렇네."
"그··· 저도 오빠가
싫은 건 아니, 오빠?!"
그렇게 다시 무산되는 건가 싶더니 오빠는 망설임도 없이 내 목으로 입술을 옮긴다.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물들어버려 몸이 삽시간에 굳어버린 채 그저 오빠, 오빠만 부르고 있으니 오빠는 고개를 들어 말한다.

"여주가 싫으면 난 절대 안 해."
"······."
"근데, 나도 좀 봐주라.
많이 참은 거 너도 알잖아."
그리고는 다시 입술로 옮겨가는 오빠. 그래도 배려는 해준다는 뜻이겠지. 그렇게 분위기가 차차 무르익어 갈 때 즈음 오빠가 다시금 맞물려있는 입술을 떼어냈다.
아까 말했잖아, 기념이니까 술 한 잔 하자고. 오빠의 말에 조금 뻘쭘해져 주방으로 뽈뽈 걸어갔다. 그러자 식탁에 맥주캔 두 개를 내려놓는 오빠. 소주는 도수가 높아서 내가 취하면 감당 못하겠단다. 얼마나 진상을 부렸으면 고개까지 저으며 말하는 것인지, 조금 미안해졌다.
"어, 근데 태형 씨랑 애들은요?"
"본가 내려갔어. 그냥 놀러간 건데
나는 결혼 준비 때문에 안 갔지."
생각해보면 그걸 다 따지고서 집에 아무도 없을 테니 날 데려온 게 아닐까 싶어 김빠진 헛웃음이 자연스레 나왔다. 이 오빠가 말이야, 은근 계략적이야. 오빠는 그에 픽 웃음을 지으며 말린 오징어를 냠냠 씹는다.

"신혼여행은 가고 싶은 데 있어?"
"음... 유럽쪽으로?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래, 그럼 오늘은 편하게
쉬고 그건 나중에 생각해보자."
그렇게 다시 몇 날 며칠이 지나고, 이주일 뒤.
대망의 결혼식 날이 왔다.
이제 곧... 완결이네요...
싱글대디 완결하면 다른 뱀파이어물 연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