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대디 김석진과 연애하기

번외 2 . 싱글대디 김석진과 연애하기

도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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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2






:: 질투 유발















"자기야."





"응?"





"그··· 나 이번주 주말에
동창 모임 가도 돼?"





여진이와 퍼즐을 맞추며 놀고 있던 여주에게 석진이 슬쩍 눈치를 보며 동창 모임에 가기 위한 허락을 구하면서 다가온다. 그에 여주는 어이 없는 듯 픽 웃고는 뭘 그런 것까지 허락을 받냐며 쿨하게 예스를 내놓는다. 하지만 그런 여주의 반응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슬쩍 미간을 구기더니 다시 말을 이어가는 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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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엄청 많이 마실 텐데."





"친구들이랑 있는데 기본
두 병은 마셔줘야지~"





"여자 동기도 많이 올 텐데?"





"그분들도 애 있으시겠지? 우리
애들이랑 같이 놀면 재밌겠다."





"1박 2일이라서 같이 잘 텐데?!"





"아 하룻밤 자고 와?
애들은 내가 보면 되지, 뭐."





질투하는 걸 보고 싶어 일부러 능청스럽게 말했지만 그저 퍼즐에 집중할 뿐 무미건조한 반응만 보일 뿐이다. 왜 질투를 안 하지? 머릿속이 온통 물음표로 뒤덮인 석진은 오리처럼 입술을 내밀고는 뒤에서 여주의 허리를 감싸 껴안는다.





사실 여주는 워낙 질투를 하지 않았다. 죽은 전 아내 때문에 눈물을 보였을 때에도 예의를 갖춰 맞았고, 아내를 잊지 못해 방황하던 시절 만난 여자와 재회했을 때에도 역시 잘 대처할 뿐 질투를 석진 앞에서 한 적은 없었다. 석진은 그런 여주가 질투하는 걸 보고 싶었다. 자긴 아직도 남준과 여주가 붙어 있으면 떼어높고 싶어서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데, 질투를 안 한다는 건 두고 볼 수 없었다.





"어디로 가? 막
펜션 같은 데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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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안 갈래. 꼭 가야
하는 자리도 아니고."





"갑자기? 왜?"





그냥~ 별로 안 당겨서. 석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며 여주의 목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아 오빠 간지러워! 푸하하 웃음을 터트리는 여주 뒤로 석진이 생각했다. 앞으로 엄청나게 질투를 하게 만들 거라고. 서른일곱 살 먹고 이러는 게 본인이 봐도 유치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질투하는 모습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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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마케팅부에 인턴 한 명이 들어왔다. 이름 한소미, 나이 28세. 고고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청순한 외모에 누가 봐도 반할 만한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한소미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심지어 웃는 것도 예쁘다. 살짝 부끄러워하며 귀 뒤로 머리를 넘기니 향긋한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그때 여주와 석진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완벽한 여자를 절대 가만히 주시해서는 안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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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김석진이에요, 횐영합니다."





"네 과장님,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다소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둘에 여주는 올리고 있던 입꼬리를 확 내려버렸다. 그냥 공식적인 인사만 하는 건데 왜 이리 활짝 웃어? 요즘엔 나한테 그렇게 웃어주지도 않으면서. 눈에서 불꽃이 튀길 정도로 석진을 찌릿 바라보고 있던 중 소미가 여주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방긋 웃는 소미와는 다르게 여주는 그저 입만 웃고 있었다. 눈에서는 레이저를 계속 쏘고 있으니 소미는 약간 주춤하는 듯하며 다영과 남준, 그리고 나머지 부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마쳤다.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소미 씨."





"네···!"





자신에게 가장 잘 대해주는 석진의 태도에 소미는 얼굴을 조금씩 붉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딱 봐버린 여주. 소미에게 슥 다가가 말한다. 과장님 친절하시죠? 그 말에 소미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인기가 정말 많지 않냐 물어본다. 그에 여주는 싱긋 웃음을 짓고는 제 남편이에요, 하고 일침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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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어제 부탁했던
서류 지금 결재 가능해?"





"응. 지금 USB로 줄게."





"···?"





소미의 얼굴이 혼란스러움으로 가득찼다. 남자친구도 아니고 남편? 게다가 과장이랑 사원? 여주는 석진에게 USB를 내밀며 내심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질투하는 건 죽어도 아니었지만, 아니 어쩌면 질투일 수도 있겠지만 김석진은 자기 거라는 걸 톡톡히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여주를 지켜보는 석진. 뭔가가 있는 듯 비릿한 표정을 짓고는 USB를 컴퓨터에 연결한다. 여주는 모르겠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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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석진은 소미를 유독 챙겨대었다. 소미가 일을 하다 잘 안 풀려 표정을 찡그리기만 하면 도와줄 거 없냐 물어보고, 탕비실에 잠깐 쉬러 갈 때에도 여주의 커피와 같이 소미의 것도 챙겨욌다. 그 밖에도 사소한 것들도 배려를 하려 꾸준히 노력을 해 이상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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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 요새 좀 이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남준 씨도 느끼지? 커피
맨날 여주 것만 타왔으면서 갑자기
소미 씨 것까지 같이 타오시고."





이상함을 감지한 건 여주 뿐만이 아니었다. 다영과 남준이 석진을 힐끗 쳐다보며 수근댔고, 여주는 그 사이에서 조용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분명 집에서는 변한 게 하나도 없이 뽀뽀도 잘만 하는데 회사에서는 그저 일만 한다. 물론 공과 사는 지켜야 하는 게 맞지만, 그래도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으니까.





"과장님 집에서도 저러시진 않지?"





"응··· 회사에서만 그러는 것 같고···."





"아니 둘이 싸운 것도
아니고 대체 왜 그런대?"





다영의 말에 여주는 고개를 푹 떨구고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왜 갑자기 태도가 변한 거냐 물으면 그냥 신입이니 도와준 거라고 대답할 수도 있으니 저만 예민한 사람이 되는 지름길이니 어찌할 방안도 없었다.





그들이 소근소근 얘기를 할 때 소미는 바로 옆에서 조금 눈치를 보며 그저 일만 할 뿐이었다. 대화에 끼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고, 아직 별로 친해지지도 못했고. 그런 소미를 본 석진은 다영, 남준, 그리고 여주를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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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 씨도 같이 얘기해요.
다들 왜 소미 씨만 빼고 놀아."





따지고 보면 소미 씨가 나이 가장 많은데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그런 석진의 태도에 여주는 얼이 빠질 지경이었다. 남의 일에 참견도 안 하는 사람이 웬 오지랖? 대놓고 소미만 챙겨대니 속상함이 배로 몰려왔다. 남준이 인턴일 때는 그러지도 않았으면서 왜 소미에게는 잘해주는 건지.





"··· 짜증 나."





여주는 석진이 주고 간 커피를 꿀꺽꿀꺽 목으로 넘기고는 종이컵을 꽉 쥐어 구겼다. 지민과 연애할 때도 느끼지 못했던 이 감정을, 학창시절 뭣 모르고 만났던 유치한 연애에서 느꼈던 이 감정을. 분명 질투가 분명했다.





시간이 지나 회의 시각에 맞춰 알람이 띠로롱 띠로롱 울렸다. 모두 회의실로 모여 이번 프로젝트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여주의 의견과 소미의 의견이 반대되었다. 중요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자신의 안건을 반영해 진행된다면 좋은 실적을 얻을 수 있었기에 둘 다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소비자 생각 다 고려하면
여주 씨 안건이 더 좋은데요?"





"맞아요, 안전하게 간다면
김 사원님 의견이 더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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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미 씨 게 더 좋은 듯싶은데."





누가 봐도 과반수 이상 여주의 안건에 동의한 마당에 석진이 갑자기 튀어나와 소미의 편을 들었다. 안전하게 가는 거면 당연히 김 사원 말이 맞겠죠. 하지만 소비자들은 더 확실한 걸 원해요. 위험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회사에 더 좋은 게 뭘지 생각하는 게 어떨까요?





"··· 허?"





"그래도 뭐··· 다들 김 사원
말에 동의하니 그걸로 가시죠."





결국엔 내 의견으로 결정할 거면서 사람 마음 들었다 놨다 하는 건 뭐야? 여주는 자신의 안건이 성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좋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부장이 모두들 수고했다고 말하는 동시 여주가 회의실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갔다. 석진은 그런 여주를 보고 몰래 키득거렸다. 질투 대폭발이네, 아주.





하지만, 적당히 하고 여기서 멈춰야 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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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 선생님이 부모님
사인 받아오래요."





"어린이집 선생님이
주셨어? 어디 봐봐."





그로부터 일주일 후. 여주는 여진이가 내미는 종이를 살펴보다 '모' 칸을 작성하고는 '부' 칸도 작성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석진에게 가려 서재방 문고리를 잡아왔다. 그런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던 것인지 말소리가 들려 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도중, 석진의 한마디를 듣고 종이를 툭 떨어뜨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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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 씨는 요즘 부서에
관심 가는 사람 있어요?"





털썩,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리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요즘엔 남준이 소미를 잘 챙겨주는데도 왜 쉬는 날에 집에서까지 같이 일을 하고 있는 건지.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관심 가는 사람이 있냐니, 그것도 부서 안에. 그래도 믿고 있었는데. 큰 상살감과 배신감에 여주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설마 내가··· 질린 건가? 석진이 소미에게 딴 맘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꾸만 안 좋은 생각만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 결혼 1년차 밖에 안 됐는데, 나는 오빠를 너무 사랑하고 있는데. 결국 여주는 참지 못하고 방 안에 들어가 책상에 여진이가 내민 종이를 거칠게 놓고서 무작정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야, 통화하고 있는데.
소미 씨 놀랐겠다."





"소미 씨랑 연락하지 마."





"왜? 나 아니면 누가 챙겨준다고~"





오히려 석진은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참아보려 했지만 도저히 못 참겠어서인지 여주는 부들부들 떨리던 아랫입술을 꾹 물어왔다. 그러다 붉어지던 눈시울에서 눈물방울이 툭, 하고 떨어지더니 금세 폭포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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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기야 왜 울어."





"오빠는··· 내가 질려?"





"···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왜 질려."





"근데 요즘 나한테 대하는 태도 왜
그래? 왜 소미 씨만 편애하냐고."





내가 오빠 아내고 가장 위하는 사람이잖아. 왜 자꾸 오해하게 해? 진짜 소미 씨랑 뭐 있는 거야? 여주는 울먹이면서도 할 말은 다 해냈다. 여주가 울어버릴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석진은 급히 그녀를 안아주며 절대 그런 거 아니라고, 그냥 장난 좀 쳐본 거라며 달랬다.





"장난을 쳐도 무슨 그런
장난을 쳐? 그게 재밌어?!"





"미안해. 풉, 진짜 다시는
안 그럴게. 흑, 진짜,큭."





"웃어? 나는 지금 속상해
죽겠는데 이게 웃겨?!"





분명 석진이 너무한 것도 맞았고, 여주를 울린 것도 맞았다. 하지만 지금 자기 때문에 질투가 쌓이고 쌓여 결국 폭발해 제 품에 안기고 있는 여주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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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성에 찰 때까지 뽀뽀. 백 번?"





"삼천 번."





"··· 삼천 번? 오케이."





결국 그렇게 입술이 불어터질 때까지 뽀뽀했다!





그래서 소미는 어떻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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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까 우산 없으신 것
같던데... 같이 가실래요?"





"네 좋아요!"





석진을 신경쓰기는 커녕, 우리 3살 차이 연하 멋쟁이랑 벌써 썸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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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의 요리 (feat. 지민)













"여보··· 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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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일어났어? 와서 앉아."





토요일의 한가한 11시. 어젯밤에 드라마 정주행을 새벽까지 하다 보니 엄청 늦게 일어나버렸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주방에 터덜터덜 걸어오니까 오빠는 언제 일어났는지 아침 겸 점심 준비를 하고 있길래 등 뒤로 오빠의 허리를 감싸안아 머리를 비비적대며 기대었다.





"파스타야?"





"응, 소스 직접 했는데
꽤 괜찮은 것 같아."





"그걸 직접? 그냥 사서 하면
되지 뭘 그렇게 꼼꼼히 해···."





그럼 우리 여주한테 대충 만든 거 먹여? 오빤 그런 사람 아니다? 그 말에 픽 하고 웃고는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와 식탁에 포크를 놓았다. 애들은 아직 꿀잠 자는 상태. 나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늦게까지 같이 영화를 본 탓에 아마 졸릴 거라고 생각해 소스가 조금 남았으니 이따가 깨우고 먹일 생각이다.





"우와 플레이팅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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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식혀서 줄 테니까 기다려."





돌돌 말린 크림파스타를 와앙 입에 쏙 집어넣자마자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니 긴장하고 있던 탓에 한껏 움츠려져 올라간 오빠의 어깨가 스르륵 내려갔다. 다행이다, 이제부터 다른 소스로도 해서 자주 해 줄게. 오빠는 오늘도 요리 체크리스트에 메모를 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딱히 요리를 해 준 적이 없던 것 같은데. 결혼하고 나서의 요리는 한두 번 혼자 해 먹을 때가 아니면 다 오빠의 몫이었던 것 같다. 물론 설거지는 내 담당이었지만.





"여보는 먹고 싶은 거 없어?"





"딱히? 왜, 다른 거 해 줄까?
자기야 말만 해."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는 오빠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이번엔 내가 파스타를 입에 넣어주었다. 나도 요리를 해서 오빠를 만족시켜주고 싶었다. 결혼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오빠가 밥 담당이 된 이유는 요리를 좋아해서, 그리고 나에 비해 집안 살림 만렙이다 보니 가능해서여서였다.





"오빠 저녁엔 밥 하지 마,
뭐 시켜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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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응!"





어느 새 후식으로 바나나까지 야무지게 챙겨먹고 있는 오빠를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꼭 맛있게 만들어서 활짝 웃게 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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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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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앙~ 히사시부리~!"





"여긴 갑자기 웬 일이에요?"





"마님 심부름으로 왔죠.
오랜만입니다 행님."





"마님···?"





그리고 저녁 시간대가 되자 지민이 집으로 찾아왔다. 석진이 상황파악을 끝내지 못하고 있던 그때 여주가 왜 이리 늦었냐면서 지민을 타박했다.





지민은 일단 사 오라는 건 다 사 왔는데 잘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집에 있을 건 다 있으니 괜찮다고 바리바리 싸온 대형마트 로고가 쓰여있는 봉지를 후두두 쏟았다. 석진은 배달시켜먹자면서 갑자기 웬 장을 본 거냐 물었다. 그에 서프라이즈라고 저가 요리를 해 주겠다는 여주의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진이랑 현진이는?"





"도련님 집에. 같이 놀고 싶대서
하룻밤 재우러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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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애들 보러 온 건데··."





"입 다물고 정리나 도와라, 너."





일단 오늘은 준비 단계였다. 오늘 잘 되면 그 다음에 애들에게 요리를 해 줄 생각이었던 여주는 곰곰히 생각하던 찰나 작은 아빠를 보고 싶다는 여진이의 말에 태형, 다영과 합의 후 둘 다 보냈다. 근데 여기서 다영은 무슨 상관이냐? 걔네 몇 달 전부터 동거한다. (코피 좔좔)





"다 내가 할 테니까 오빠는
가만히 있어, 알겠지?"





"아니··· 그럼 지민 씨는 뭔데?"





"보조!"





석진은 여주를 말리고 싶었지만 의지가 너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은 모습에 잠자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석진이 여주를 말리려던 이유는 결혼 전 여주가 몸살에 걸렸던 당시 죽 끓이는 걸 도와주러 갔을 때 난장판이 된 주방을 보고 나서부터 절대 요리는 시키지 말자 다짐했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여주는 할 줄 아는 게 없었고, 그 이후로 요리 쪼렙인 여주보단 요리 만렙인 석진이 밥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여주가 밥을 해 주겠다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석진에게는 큰 재난이 온 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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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님, 잘 아시겠지만 내일
속 안 좋으실 겁니다."





"속이? 왜?"





"결혼한 지가 언젠데 김여주가
한 밥 맛도 모르십니까~"





많이 먹어본 입장으로서 말하는데, 먹자마자 변기에 머리 박고 헛구역질 연발할 수도 있으니까 표정 관리 잘 하세요~ 그래도 지민이 여주와 알고 지낸 시간이 길어서인지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여기서 전 남친 느낌이 훅 나는 탓에 석진은 질투 아닌 질투를 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이 상황이 웃기기도 했고.





하지만 지민은 꽤나 진지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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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 이게 뭐야?"





"제육볶음이랑 된장찌개!"





그렇게 장장 한 시간이 걸려 지옥에서 온 제육볶음, 보라색 된장찌개가 완성되었다. 잠깐, 매워 보이는 건 그렇다 치겠는데 보라색···? 대체 뭘 넣었길래 된장찌개가 보라색이 되는 걸까 하고 덜덜 떠는 석진에 비해 여주는 어서 먹어보라며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있었다. 그래도 열심히 만들어줬는데 성의 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 석진은 제육 한 점을 집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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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맛있어 맛있어 맛있어."





"진짜?"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는 석진. 입안이 활활 타오르다 못해 녹아내릴 것 같았다. 지민은 이미 여주의 보조 역할을 해 주며 맛을 보다 소파에 누워 실신한 상태. 석진은 절대 지민처럼 되지 않기 위해 매운기를 없애기 위해서 그저 밥만 지속적으로 퍼먹었다.





이제 국도 한 번 떠먹어보라는 여주의 말에 석진은 크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체 이 보라색은 뭘까. 국을 한 숟가락 딴 손에서는 원래 없던 수전증이 올 것만 같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근데 이 보라색은 뭐야···?"





"포도즙! 된장찌개에 넣으면
맛있대서 조금 넣었어."





"아··· 포도즙을···?"





대체 어떤 새끼가 애한테 그런 말을 한 거야. 화가 나면서도 그런 것까지 정성스레 알아와 끓인 보람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해 에라 모르겠다 하고서 아예 사발로 들어 마신 석진은 속으로 외쳤다. 잘 있어라, 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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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헥···!!"





"오빠···!"





"아 너무 맛있다···! 너무, 우욱."





분명 포도즙을 '조금'만 넣었대서 그래도 잘 참을 수 있겠지 하며 마셨는데 왜 포도즙과 된장이 일대일 비율로 나는 건지. 처음 느껴보는 맛에 결국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간 석진은 바로 문을 걸어 잠그고 연신 헛구역질만 했다.





"여보 괜찮아?! 문 좀 열어 봐!"





"괘, 괜찮으니까 그냥 가 있어.
얼른 나갈, 욱, 테니까, 어흑."





여주는 화장실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석진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20분 정도가 지났을까, 석진이 한껏 초췌해진 몰골로 나와 여주에게 축 처져 안겼다.





많이 안 좋은 거냐, 왜 갑자기 그런 거냐 물으며 눈물을 퐁퐁 쏟아내는 여주에 석진은 괜찮다면서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리고는 다소 진지한 얼굴로 여주의 어깨를 잡고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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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앞으로 나만 할게.
설거지도 다 내가 할 테니까···."





"응···?"





"자기는 그냥 가만히 있어, 내가
다 할 테니까 가만히 먹기만 해."





알겠지? 부탁인 것 같았지만 사실은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살짝씩 고개를 끄덕이는 여주를 보며 석진은 그제서야 웃음을 짓고는 이마에 쪽쪽 뽀뽀해주었다.
















네 오랜만이에요 ^^... 염치 없는 1인 여기 왔습니다... 순위권에서 떨어진 지도 오래더라고요 ㅎㅎㅎ...
근데 번외편이 4개로 늘었어요! 그래서 두 개 더 연재될 테니 좋아해주셨으면 함니다 ㅎㅁㅎ 근데 언제 돌아올지 모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