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내 친구

Dear My Friend 10 (완결)


[⚠️Warning 주의⚠️]

본 내용은 슈가의 믹스테입 2집 어땠을까(Dear my friend)와 몇몇 인물들을 오마주하여 썼습니다.

욕설이나 약물 중독 등의 장면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미리 손절)

최종화입니다. 

단편모음에 있었는데, 별도의 작으로 독립시켰어요...

처음보시는 분들은 1화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옮기면서 좀 수정했어요!
(어른들의 대화는 뭔가 어렵네요..)


*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무단 배포 및 복제를 금합니다.


©️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2)

photo

[Bgm 들으면서 읽어주세요..]

친애하는 내 친구에게 10

(최종화)




"술 한 잔 해도 좋은데... 어때? "



윤기가 말했다. 



"어.. 좋지~ 그런데 내가 술은 안마셔서..
대신 니 술잔은 내가 책임지고 채워줄께....

약쟁이들은 술 마시면 안되.. 금새 꽂혀버리니깐.. 그래도 오랜 만에 만났으니, 내가 안 마셔도 기분 내러가자..."



나는 윤기를 데리고 근처 막창집으로 향했다.



"야.. 여기오니까 예전에 너랑 신사동에서 같이 술 한 잔 하던 생각나네.. 우리 막 서울 올라왔을 땐 자주 봤었잖아.."


"그랬지... "


윤기는 아쉬워하면서 내가 채워준 소주잔을 바라보더니 뭔가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야, 안 되겠다... 그래도 한 잔 받아봐!"



윤기는 사이다 한 병을 주문하더니 내 잔을 채워주었다.

가볍게 소주잔을 부딧치고 나니, 

예전 생각이 나면서 싱숭생숭하고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너 안 올라가도 되는 거야? 

아까 너네 멤버들 타고온 차 없어졌길래
돌아간 줄 알았어..."


"태식아 널 만났는데 내가 어떻게 그냥 가냐...
 그럼, 너 나 그냥 보낼려고 했냐..? 

또 그 때 처럼 모른 척 하려고..?"



윤기의 말에 뼈가 있었다. 



"니가 날 기억해도 나 안 보고 싶어할 줄 알았지.....
나같은 약쟁이 새끼가 뭘 낯짝이 있다고.. "


"에이~ 뭔 말을 그렇게 하냐..."



윤기는 섭섭해 했다.



"마지막 출소하고 재활하는 동안 
항상 니 생각을 했었어. 

이정도면 네 앞에 설 자격이 있을까..?
이정도면 내가 회복한 거라고 할 수 있을까..?

근데 그런 게 없더라...

처음에는 목적지가 이 정도인 줄 알았는데, 
가보면 거기가 끝이 아닌 거야.. 

항상 신기루처럼 끝없이 멀어져버려..."



윤기는 소주를 입안에 털어넣고는 내 이야기를 경청하듯 눈을 감았다. 



"윤기야, 나 약 끊는데 엄청 오래 걸렸어... 

너 마지막으로 본 뒤에 감방도 몇 번을 더 갔다 왔었고...
정신차려보니까 너도 부모님도 더이상 내 옆에 없더라...

근데 진짜 웃긴 게,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까 그만하게 되더라.. 바닥을 닿으니까.. 그제서야 바닥을 차고 올라갈 수 있었어..

너는 멋있게 날아올랐던 사람이고,
나는 저 깊은 바다 밑에 가라앉았던 사람이어서

너를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왠지 이제야 어디 중간 지점에서.. 
수면에서 만난 것 같으네..."


"그래... 이렇게 만났네...."



윤기는 어께를 으쓱 하더니,
내 빈 잔에 사이다를 채워주었다.



"너 나 미워하고 원망도 많이 했었잖아.. 그치...?
 나 말이야 네 노래 다 듣고 있었어.."


"그랬구나...  그랬지... 엄청 미웠지.. 원망도 하고.
 너.. 내가 널 왜 그렇게 원망했는 줄은 알고는 있냐...?"



윤기의 말이 나는 선뜻 대답을 못했다.. 



"내가 너한테 약하자고 해서...?
 아니면...  내가 약쟁이가 되어서....?"


"아니지..아니지....  
내가 고작 그런 이유로 니가 미웠다면,

그 날 이후에 널 더 찾아갔겠냐..."



윤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글쎄다.. 내가 어떻게 아냐, 
 그 때 이후로 너랑 얘길 안했는데..."



윤기는 내가 진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답답한 듯 연거푸 소주를 입에 털어넣었다.



"태식아...

너.. 나 교통 사고 때문에 
어께 아작났을 때 기억해...?"


"아.  그때...  그럼.. 기억나지...어떻게 잊냐.... 
사고났단 말 듣자마자 내가 바로 뛰어갔었는데..."



윤기가 연습생일때... 났었던 사고.. 나는 바로 병원에 갔었다. 그 때 어께를 쓸 수 없게 된 윤기는 음악이고 뭐고 다 포기하려고 했었다. 



"사실 그 때 데뷔고 뭐고, 너무 힘들던 때라서 
 음악하는 거 그만 두려고 했는데,

니가 그 때 나 잡아줬잖아.. 
니가 나 할 수 있다고 붙들었잖아..

너 내가 대인기피증 생겨서 사람 존나게 피해다닐 때도 
맨날 연락하고 찾아오고..

하.. 

너 그때 기억 나기는 하냐..?"



윤기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잔을 비웠다. 



"그럼.. 내가 그 땔 어떻게 잊냐...?너 정말 힘들어 해서 그땐 내가 항상 연락하고.. 찾아가고...  

 그거 다 이겨내고 데뷔하고, 계속 나아가는 거 보고.. 참 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니가 해낼꺼라고, 반드시 성공할 꺼라고 항상 믿었는데, 

나는 니가 너의 꿈과 신념을 이뤄가는 걸 보면서, 나도 내 희망을 찾은 것 같아.. "



내가 이야기하는데 윤기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그런데 그 때 너는... 왜 니 곁에 내가 못 있게 했냐..."


"응..? 그게 뭔소리야..?"



윤기의 촉촉했던 눈가가 원망으로 가득찼다. 



"너는 내가 다 그만두려고 할 때, 
수렁에 빠질 때마다 잡아줬는데..

나는 못 해줬잖아... 

비가 오는 날이나, 
방구석에 숨고 싶을 때,
어께가 아플 때마다

니 생각이 나더라... 

요즘 어떠냐고 묻던, 
내가 답장할 때까지 계속 연락하던 니가 
계속 생각 나더라...


나는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할 것 같은 그 순간에, 너만큼은 거절할 수가 없어서 결국 받아들였는데...

너는 날 왜 그렇게 밀어낸 거야..

이 새끼야... 진짜... 너가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결국 너를 포기해야만 했을 때, 나는 내가 너무 무력한 것 같아서 화가 나다가도, 니가 보고 싶다가도... 

하여간 정태식 이 나쁜 새끼야.."


"아.... "



윤기의 말에 나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니가 감방에 갔을 때마다 내가 너 찾으러 다닌 거 모르지...?"


"



아..  그랬구나... 윤기야... 



"결국은 나를 위해서, 더이상 널 찾지 않기로 했지만... 
진짜 오랫동안 마음이 아팠었다..."



나는 왠지 마음 한켠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랬구나...

서로에게 유일한 친구였던 우리는...
결국 그 긴 세월을 서로 그리워하고 있었구나...



"그래, 태식아.. 어쨌든 이렇게 지내는 거 보니까,
 나는 좋다야.....

그동안 세월을 생각하면 참 속절없긴 한데...
이렇게 너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되게 다행인 것 같고... 좋아..."



윤기는 눈에 차오르던 원망을 슬며시 손가락으로 닦아내고는 시원하게 소주를 들이켰다.



"이번에 이메일 왔을 때, 여기가 마약중독 센터라니까.. 

왠지 니 생각도 나고 해서, 
내가 막 센터에 대해 찾아봤었거든..

근데 너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있는 거야..?

그래서, 그냥 니가 아니더라도.. 
너랑 비숫한 사람이 여기서 잘 지내고 있는 거 보면
내 맘이 편해질 것 같아서..

멤버들에게 이번에 내가 여기 가자고 강력 추천했어..

그리고는 와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널 봤는데, 
아 진짜 정태식인가 싶은거야..

그래서 명함 부터 겁나 꼼꼼하게 봤거든..?

근데 니가 나랑 눈 마주칠 때마다 얼굴이 굳고 피하길래 
맞구나 싶었지..."


"



윤기의 말을 들으며 나도 사이다를 입에 털어넣었다. 

윤기가 나를 찾고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참으로 애잔했다. 



"내가 진짜 설마 했거든.. 나를 생각하고 왔을 줄이야...

 자선 행사... 당연히 안될 줄 알았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월드스타가 이런 시골 센터에 와준다고...?

그런데 우리 상담실 애기샘이 답장왔다고 보여주셨는데,
민윤기 이름이 딱 써져있고... 그 때부터 아, 어쩌면 정말로 내가 민윤기를 만날 수도 있겠구나 했지.."



나는 답장을 받던 날부터 윤기를 피하려던 것이 생각나서 부끄러움에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오늘 하루종일 너랑 눈 안마주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우리 센터장님이 멤버들이랑 얘기하라고 불렀을 때 얼마나 긴장했는 줄 알아..?"


"아 진짜... 정태식, 이 새끼 또 날 피하려고 했었구나... 
아우...!!!"



어느새 술에 취해 턱을 괴고 벽에 기대있던 윤기는 내 말을 듣더니 열을 냈다. 



"야~ 너! 이 울트라캡숑 짱짱맨 천재만재 월드스타 민윤기님이 이 나이 먹고 여기 나타나니까 좋냐..?

아오, 씨발 변태 새끼... 
넌 그 때도 지금도 어떻게 맨날 도망다닐 생각부터 하냐."



그래도 윤기의 표정이 아까와는 달리 장난꾸러기처럼 완전히 풀려있었다. 코를 찡긋거리며 장난꾸러기같은 목소리로 말하는 윤기의 모습에 밝았던 어린시절이 겹쳐보였다. 



"미안하다.. 사실 나,  부모님 다시 뵌 지도 몇 년 안 됬엇어.너는 날 다 잊은 줄 알았지... 나 같은 건 다 지워버린 줄 알았지.."


"아우 씨... 너 또 도망가기만 해봐.. 

이제 내가 너 직장도 어딘지 알고, 
소속사도 없어서 내맘대로 해도 되니까

전국에 열라 광고하면서 너 찾으러 다닐겨.. 
막 정태훈 본명 정태식이라고 다 까발릴겨..."



윤기 반응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야, 민윤기! 너..나 없어지면 찾으려고 광고해도 되는데 
이름은 좀 촌스러우니까 지켜줘라.. ㅋㅋㅋ"


"아오.. 그렇셔요...? 정태훈 팀장님...??"



윤기가 일어나려는데 비틀거리는 것 같아서 나는 얼른 잡아주었다.



"자, 그럼.... 
 울트라캡숑 짱짱맨 천재만재 월드스타 민윤기님! 
이제 그만 일어납시다..."


나는 윤기를 데리고 나왔다.
가게 앞에 세워둔 차에 윤기를 태우고 운전석에 타려는데
오늘따라 유독 더 밤공기가 시원하고 개운했다.
 




.    .    .






"너 나 어께 수술했던 거랑 군대 갔다 온 얘기랑 다 알고 있지?? 이제 니 얘기 좀 들어보자...너 집 여기서 가깝냐.? 결혼은 했고..?"


"그래 가깝다. 금빙 모시고 갈께.. 조금만 있어봐 ㅋㅋㅋ 
여자는 없고... 그냥 홀애비 신세야..

그러는 넌 내일 아무 일 없냐...?
월드스타님이 이렇게 아무데서나 자고 가도 되??"


"내일 일 없어.. 임마, 내가 월드스타면 뭐하냐.. 그동안 아무리 만나려고 해도 만날 수 없던 존나 만나기 힘든 귀하신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일요일까지.. 싹 다 비워놨지..."


"오~ 그렇셔요?"


"사실 요즘은 공연 한 번 하면 다다음날까지 쭉 쉬어..
 옛날같지가 않다, 야~"


"그래그래.. 우리집에 가자~ 
가서 못다한 얘기나 나누자.."



친애하는 내 친구에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