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속 딜레마

07. 덫에 걸린 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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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덫에 걸린 쥐 (1)


말랑공 씀.




「조금이라도 덫을 건드리면 그 덫에 사로잡혀 빠져나올 수 없으리.」


  여섯 시 정각. 그 남대생은 정수연의 말을 충분히 무시할 수 있었음에도 왠지 모를 무서움에 분수대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아직 크게 퍼지진 않았지만 헛소문을 퍼트려 정수연의 명성을 낮추려는 의도 탓에 찔리는 게 많았는지 차마 정수연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남대생은 아까 헛소문을 퍼트리려고 했던 저 자신을 되뇌이며 후회를 했다. 내가 왜 그랬지, 아무리 질투가 나도 헛소문을 퍼트리면 안 됐는데, 결국 들키게 되는 게 헛소문을 퍼트리는 건데, 다른 일로 정수연을 엿 먹였어야 했는데, 라고 말하며 그 남대생은 제 손톱을 물어뜯었다.


  “딱 여섯 시 정각에 오셨네요.”


  정수연이 그의 뒤로 오며 말했다. 그 남대생은 정수연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물어뜯던 손톱을 내리고선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앞에는 정수연이 우뚝 서 있었다. 아주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너는 이미 내 덫에 걸려버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남대생은 모든 것을 자기 손바닥 안에서 가지고 노는 정수연이, 항상 교수님과 애들의 사랑을 받는 정수연이, 언제나 높은 성적을 유지하는 정수연이 싫고 질투가 났다. 그리고 정수연은 남대생이 왜 자신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려 엿을 먹이려고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이미 안 눈치였다.


  “제가 교수님들께 뒷돈을 쥐어 준다구요? 제가 남자들한테 꼬리치면서 당신한테까지 꼬리를 쳤다구요?”


  남대생은 아, 역시 다 들었구나, 라고 생각하며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저기, 그게 아니라… 수연아……”


  “교수님들께 뒷돈을 쥐어 줬다는 헛소문은 교수님들께도 실례인 거 알죠?”


  “…”


  남대생의 깊은 침묵. 거기까지는 생각하진 못 했나 보다. 오직 정수연에게 엿 먹이려는 생각만이 가득 차 있어서 미처 그런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 한 듯 보였다.


  “그리고 제가 남자들한테 꼬리를 치고 다녀요? 죄송하지만 저는 지민이랑 윤기 선배 말고는 아무런 관심도 없어요. 당신도 오늘, 아까 처음 봤구요. 참, 제가 당신한테 꼬리친다고 했었나요?”


  “저, 수연아, 그건……”


  “왜요, 제가 당신한테 꼬리쳐 주길 원해요?”


  정수연은 남대생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남대생은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쳤고, 정수연이 도망치지 말라고 말하자 남대생은 저도 모르게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정수연에게서 나오는 무거운 압박감과도 같은 아우라가 그의 몸을 굳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정수연은 피식 웃음을 흘려보내며 남대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남대생은 정수연의 가까워진 얼굴에 볼을 붉혔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와 동시에 정수연은 핸드폰에 녹음해 뒀던 어느 음성 파일을 틀었다.


  {정수연이라고, 다들 알지?}


  {응, 알지. 너랑 같은 학과잖아. 걔 되게 사교성도 좋고 잘 웃어 주고 성적도 좋다던데.}


  {무슨 소리야. 성적 그런 거 전부 다 교수님들한테 뒷돈 쥐어 주고 그렇게 받는 거야. 심지어 남자도 엄청 밝혀. 여자들한테 친한 척 굴면서 사실은 남자들한테 엄청 꼬리친 다니깐? 나한테도 되게 꼬리치고 그랬어.}


  {어머, 정말…? 그런 소문은 처음 들어 보는데?}


  {너는 같은 학과가 아니라서 그런 거지. 그리고 이 소문 꽤 유명해.}


  {와, 정수연이 그런 애인 줄은 몰랐네.}


  그 파일에는 남대생의 목소리와 그가 했던 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남대생은 질끈 감았던 눈을 떴고, 한껏 달아올랐던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야, 얼굴은 또 왜 붉히고 눈은 또 왜 감는 거람. 기분 나쁘게. 아무튼 이거 교수님들께 들려드리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정수연은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음성 파일이 담긴 핸드폰을 흔들어댔다. 그 순간 남대생의 눈빛이 차갑게 식으며 정수연을 응시하는 듯 보였다. 금방이라도 정수연에게 달려들 듯이, 금방이라도 정수연에게 폭력을 휘둘러 핸드폰을 빼앗으려는 듯이.


「덫에 걸린 쥐는 발버둥조차 칠 수 없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