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속 딜레마

15. 뒤틀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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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뒤틀림 (1)


말랑공 씀.




   ㅡ딸랑.


   손님인 줄 알았던 정수연은 사근사근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지민과 윤기였다. 그 둘은 오후 팀이었지만 며칠 동안이나 정수연과 함께하지 못 해 그녀가 너무 보고 싶어 온 것이었다. 평일이었으면 수업 때문에 못 왔을 테지만 주말이니, 지민과 윤기는 쉬는 것 대신에 정수연을 만나러 왔다. 정수연은 둘이 들어오자마자 손님을 맞이할 때보다 더 밝은 웃음을 자아냈다. 서로 일하는 시간이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남이 잦아들었어서 정수연도 그들이 보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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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연아, 나 진짜 너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지민아, 나도. 한동안 안 보니까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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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냐, 둘만 얘기하고. 나도 있거든.”


   지민과 정수연이 서로 너무 반가워 껴안으려고 하자 윤기가 둘 사이를 가로지르며 말했다. 왠지 무표정처럼 보였지만 어딘가 뾰로통한 것만 같은 윤기를 보고 정수연은 귀엽다고 웃어댔다. 그 반응에 윤기는 뭐가 귀엽냐면서, 하나도 귀엽지 않다고, 귀를 붉히며 괜히 열불을 냈다.


   옆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태형이가 한숨을 내쉬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지민이 쟤랑 윤기 선배는 정수연이 저렇게 좋은가, 실체를 알면 저러지 못 할 텐데, 라고 태형은 생각했다. 그러나 윤기와 지민이가 정수연의 실체를 알 리가 없었다. 정수연이 그렇게나 철저하게 숨기는데, 그리고 만약 지민과 윤기가 정수연의 실체를 알게 될지라도 과연 정수연에게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과연 사랑이라는 감정이 쉽게 접힐 수 있을까. 태형은 이 모든 상황이 참담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윤기와 정수연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지민은 앉아있었다. 지민은 윤기와 정수연, 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당연하게도 못마땅했지만 어쩐지 제가 낄 자리는 없는 것 같아 어색하게 서 있을 바에야 차라리 앉아있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지민은 혼자 앉아서 턱을 괴고 윤기와 정수연을 바라보았다. 둘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시시덕거리며 얘기를 나누었다. 지민은 그 모습을 보며 자기는 저 대화에 낄 수 없음에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지민이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고 있을 무렵이었다. 태형이가 시원한 생딸기 주스를 들고 오더니 지민의 앞에 내려놓은 뒤 마주보며 앉았다. 손님이 없어서 태형은 잠시 혼자 있는 지민이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온 듯 보였다.


   “주문하신 생딸기 주스 나왔습니다~ 근데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태형은 지민의 시선을 따라 제 시선도 옮겼다. 그가 따라간 시선의 궤도 끝에는 정수연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윤기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듯 보였다. 태형은 설마, 하고는 지민을 다시 쳐다보았다. 지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 게 보였다. 아무래도 정수연이 윤기와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못마땅한 것 같았다. 태형은 그런 지민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지민. 넌 정수연이 그렇게 좋아?”


   지민은 그제서야 태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이제야 태형이 제 앞에 앉아있다는 걸 자각한 모양이었다. 아마 그걸 자각하게 된 이유도 정수연, 그 말 탓에 정수연을 향하던 멍한 정신을 차린 듯 보였다. 정신을 빼앗길 때도 정수연, 정신을 차릴 때도 정수연. 지민은 이미 정수연에게 너무나도 깊게 빠져버린 것이다. 마치 늪에 빠지듯.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욱 깊게 빠져버리는 늪에.


   “…아, 태형아.”


   “얼마나 좋으면 친구가 앞에 있는 것도 모르는 거야.”


   “그러게… 나도 내가 이렇게 수연이를 좋아하는지 몰랐어.”


   “……넌 정수연이 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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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모르겠어. 어쩌다가 수연이를 이렇게 좋아하게 됐는지. 정말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나 봐. 그냥 멋있고 어쩐지 지켜 주고 싶고 근데 또 내가 지켜지는 것 같고 웃는 것도 너무 예쁘고. 처음에는 무슨 이유가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냥 수연이 자체가 너무 좋아.”


   “어쩌다가 좋아하게 됐는데?”


   “신입생 환영회 때였을 거야. 내가 술에 너무 약하기도 하고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마시다가 수연이가 내 술잔을 가로채더니 자기가 마시더라. 그러곤 나한테 괜찮냐고 묻고, 연락처 교환도 어쩌다가 하게 되고 다음 날에 연락이 왔어. 속은 괜찮냐고. 그 모습에 반했지…”


   “…역시 그때였네. 근데 박지민. 네가 이 말 믿을지 모르겠는데, 그거 전부 정수연이 계획한 거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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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그렇게 억지로 술을 마시게 된 것도, 정수연이 널 도와주게 된 것도 전부, 정수연이 계획한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