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녀

TAKE #12 주인없는 그곳

photo




TAKE #12

12th SCENE

ㅡ주인없는 그곳ㅡ















'' 쓰읍... 이거 촬영이 더이상 안되겠는데요? ''

photo
'' 무슨일인데? ''






연준이 쪽에서 연락을 받은 막내 작가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범규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새로와서 어영부영했는데 뭔가 중요한 일을 숨기고 있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범규는 답답했는지 그 작가의 폰을 휙 가지고 갔다.

연준씨 촬영이 일찍 끝났습니다. 이쪽으로 지금 오는 중이라고 하네요.

범규는 피식 웃으며 막내 작가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폰을 돌려주었다. 바보처럼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 아무래도 오늘 촬영은 힘들거 같네요. 다행히 밥차도 준비 못했는데 이런저런거 준비해서 나중에 날짜를 다시 잡는게 좋겠네요. ''

'' 촬영분은... ''

'' 한 2주치 남아있지 않나요? 1주일 뒤에 재촬영하도록 합시다. ''

'' 네! ''






막내 작가는 범규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걸어갔다.






'' 아... 저, 혹시 민채씨, ''

'' 네? ''

photo
'' 우리... 아, 아닙니다. 빨리 촬영 접읍시다. 청연씨에겐 제가 잘 말해볼게요. ''

'' 네, 부탁드릴게요. ''






막내 작가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이들에게 알리러갔다. 범규는 그런 막내 작가를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photo
'' 어디서 본거 같은데... ''






청연이가 주위를 휙휙 둘러보며 범규에게로 다급히 걸어왔다. 범규와 청연이의 사이가 1미터쯤 될때 청연이는 범규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 무슨일인데? ''

'' 으음... 연준이형 촬영이 끝났대. 그냥 어디갔다는데 어딘지는 모르겠어 ''

'' 뭐어? 촬영이 그렇게 빨리 끝났다고? ''






약간의 허무함이 담긴 표정으로 범규를 바라보았다. 범규는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 한번 올렸다가 내렸다.






'' 그래서 오늘 촬영은 끝났어. 푹 쉬고 1주일 뒤에 보자 ''






범규는 청연이에게 손을 흔들어주었고 청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한 짐만 대충 챙겨서 나왔다.


차에 탄 청연이는 핸들을 잡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래도 연준이가 어디있는지 알것 같았기에 엔진을 켰다.












☆★☆










photo
'' ...왔네 ''






주인없는 무덤에 혼자 쭈그리고 있던 연준이에게 청연이가 다가오자 연준이는 고개를 들어 청연이를 바라보았다.





" 생일... 이니까 "






청연이는 가방을 열어 그 속에서 로봇 장난감을 하나 꺼내 올려주었다. 연준이가 두고간 뽀뽀로 인형 옆에 말이다.






" ... 나 먼저 갈게요 "

'' 너가 여기있을거 같아서. 그래서 지금 왔어. ''






울었는지 붉어진 눈물과 짙은 눈물자국이 남아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약한 모습에 시선을 잠시동안 그에게 향했다가 주인없는 무덤으로 옮겼다.






'' ...보고싶다 ''






맘속 깊은 곳에서 겨우 나온 목소리로 고개숙인 그는 말했다. 주인없는 장례식에서도 약한 모습 보이지 않던 그였는데 아무래도 오래전 포기한 나처럼 포기한 듯 했다.






photo
'' ...물건을 하나 찾았대. 어린 아이가 쓸법한 ''

'' 뭐? ''






연준이의 말을 듣고 당장이라도 뛰어가고 싶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복받쳐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웠다.

한손은 머리를 집고 다른 한 손은 심장을 부여잡았다. 그 자리를 벗어나 빨리 소방서로 달려가고 싶었다.







'' 근데... ''






연준이는 당장이라도 뛰어갈 듯한 내 손목을 붙잡았다. 도망가지 못하게 단단히 잡은 손은 덜덜 떨고있었다.

사실 연준이가 말한 순간부터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찾은 물건이 도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도 내 두 눈으로 직접확인하고 싶었다. 자취조차 남기지 않았던 도하의 유일한 흔적이 될 물건일 수 있으니,






'' ...다정이꺼래, 그거. 응, 다정이꺼더라. 가방 문이 열려있어서 혹시나 우리 도하껀 아닐까 기대했는데... 그랬는데... 아니야... 다정이꺼야 ''

'' 왜 확신하는데? ''

'' 우리 도하가 제일 좋아하는 뽀뽀로 키링이 없으니까. 뽀뽀로가 아닌 리틀프린세스 세피였으니까... ''






연준이의 뒷말은 그의 눈물때문에 거의 묻히듯 들리지 않았다. 연준이의 말에 눈물이 흐르지 못하게 입술을 필사적으로 꽉 깨물었다.

그럼에도 내 슬픔은 좀처럼 억누를 수 없었다.






photo
'' 나 좀... 위로해줄래요? ''






나는 왼쪽 무릎부터 무릎을 꿇고 뒷따라 오른쪽까지 꿇었다. 그 상태로 연준이를 꼭 안아주었고 연준이는 나를 부여잡고 한참을 흐느꼈다.

나도 그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또한번 강한 무기력함을 느꼈다.










☆★☆









'' 그... ''






나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다가 행동을 멈추고 뒤를 돌아 연준이를 바라보았다. 연준이는 내 손을 꼭 잡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 일주일 동안 자유래. ''

photo
'' 자유... ''

'' 우리 일주일동안 뭐하고 지낼까? ''






내 말에 깜짝 놀란 연준이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괜히 민망해진 나는 다시 몸을 돌려 현관문 비밀번호를 마져눌렀다.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 다시 입력해주세요




긴장한 나머지 비밀번호를 틀려버렸고 연준이는 쿡쿡거리며 내 뒤에서 웃었다. 정확히는 내 어깨에 머리를 대고 웃었다.






" 엇... "

'' 에잇! 누구세요!! 누구신데 저희집에 들어오실려고 하시죠? ''

'' 아 진짜~ 저 그쪽 부인인데요 ''

'' ㅋㅋㅋㅋㅋ 못열겠어요? ''






나는 연준이를 살짝 한대 콩 때렸다. 그러자 연준이는 아야야 소리를 내며 내가 때린 부위를 쓰다듬었다.






'' 까분다. 뭐 먹고싶은거 있어? ''

'' 됐어, 내가 차릴게요 ''






어느새 나를 앞지른 연준이는 능숙하게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곧이어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 다시 입력해주세요







'' 어? ''

'' 크흡... 큽...크큭... ''







그 안내를 들은 둘은 한참을 서로를 부여잡고 꺼이꺼이 웃었다.





" 이제 진짜 들어가자 "






나는 다시 비밀번호를 눌렀고 이번엔 틀리지 않았다. 익숙하고 정겨운 냄새가 훅 풍기더니 곧이어 그리운 풍경이 쏟아져내렸다.

구석에 어지럽힌 장난감들이며 펼쳐져있는 동화책, 색연필로 이쁘게 벽화처럼 칠해진 벽지,


주인이 없는 모든곳에 도하의 흔적만 묻어나있었다.















-

설명을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들어가는 설명!

주인없는 그곳-> 주인없는 무덤-> 도하의 무덤
주인없는 그곳-> 주인없는 물건들이 내팽겨친 곳-> 도하의 방

즉, 도하는 실종상태입니다. 결국 도하를 찾을 수 없던 청연이와 연준이는 도하를 사망처리하게 되었고 그게 이혼 신청보다 더 늦게 사망신청을 해서 아이가 있는 상태의 이혼숙려기간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정도면 꽤나 자연스러운 흐름이죠? 다만 아직 도하 살아있다는 말은 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