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녀

TAKE #13 꽤 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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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13

13th SCENE

ㅡ꽤 야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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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싶은건? ''






안경을 쓴 연준이가 앞치마를 찾는 동안 나는 식탁에 앉아 턱을 괴고 연준이를 바라보았다. 능숙하게 뒤로 리본을 묶는 연준이의 걷어진 팔은 잔근육이 유연하게 움직였다.

나도 모르게 멍하니 계속 감상만 했다.






'' ...연준이 ''






멍하니 연준이를 감상하다가 나도 모르게 헛소리가 나왔다. 연준이는 붉게 물든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보다 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건 수습불가한 말실수였다.






'' 으...어엇... ''

'' 아, 아니!!! 그, 연어...!!!!! 그래 연어먹고싶다!!!!! 아 연어가 주운나게 먹고싶네!!!! ''






더 수습불가한 상태였다. 연준이는 자신의 눈을 가리고 고개를 숙여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붉어진 그의 귀를 보며 수치심을 느꼈다.






'' 하... 아니...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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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말고 음식 ''

'' 여, 연어... ''

'' 내가 먹기 싫어. 딴거 ''






내심 배려해주는 그에게 속으로 감사를 표하고 먹고싶은 음식을 곰곰이 생각했다.






'' 국...수... 국수먹고싶어 ''






아무리 생각해도 국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딱히 좋아하지도, 지금 땡기지도 않았지만 내 머릿속에 깊숙히 박혀 빠져나오지 못했기에 그냥 내보냈다.






'' 그건 자신있지 ''






연준이는 자기만 들릴 정도로 작게 꿍얼거렸다. 그리고 능숙하게 이것저것 재료를 꺼냈다. 유통기간도 꼼꼼하게 살펴보고 손도 깔끔하게 씼었다.






'' 도와줄건? ''






내 물음에 연준이는 싱긋 웃으며 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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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없는데요? 그냥 날 사랑해줘. ''






그가 나를 등지고 있어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아쉬웠다. 당장이라도 그에게 달려가 그의 어깨를 잡고 내게로 몸을 돌린 다음 표정을 보고싶었다.






" 최연준. "

" 응? "






내가 부르자 연준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한손에는 씻었는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당근을 들고 언제 썼는지 두꺼운 뿔테안경. 팔꿈치 위까지 올린 팔뚝은 잔근육과 핏줄이 선명히 보였다.






" 너 지금 존나... 아니, 꽤 야해 "

" 므, 뭐...???? 가, 갑자기 왜그래 진짜!! "

" 그냥, 집에 오니까 놀리고싶어서 "







내가 말하고도 민망해 시선을 식탁 벽 위에 걸려있는 달력으로 향했다. 12월이었다. 도하가 떠난지는 벌써 3개월이나 지났고 떠나보낸지는 2주나 지났다.






" 놀리고싶어서가 다야? 진짜? "

" 그럼 뭐 더 있어야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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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오늘 준비 됐는데 "

" ㅇ, 야!! 주, 준비라니!!! ㅁ, 미쳤... 미쳤나봐!!!! "

" 영화볼 준비했다는 뜻인데 왜? 뭘 생각했길래 그리 얼굴이 빨게져요? 뭐, 야한 생각이라도 했나? "






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자 연준이는 키득키득 웃으며 승자의 미소를 지어보냈다.






" 까아불고있어 "

" 됐어!! 밥이나 해!!!!! "

" 네엡! 본부대로하죠 "






연준이는 다시 돌아 요리를 이어나갔다. 어쩌서인지 들떠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마지막 대화가 식어버린 커피와 함께한 이혼하자는 이야기였는데. 그땐 나도, 연준이도 이리 히히덕거릴줄 몰랐을 것이다.






'' 후... ''






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이자 툭 튀어나온 배가 보였다. 요즘 연준이가 밥을 해줘서 식사량이 늘어서인지 살이 찐 기분이다.






'' 왜 또 한숨이야 ''

'' 그냥 살찐거 같아서, 배가 불룩 튀어나온거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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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구 어딜봐서 배가 튀어나와??? 그리고 누난 좀 쪄야해요. ''

'' 너때문이잖아! 너가 밥을 너무 맛있게 해주니까 그렇잖아!!! ''






연준이는 키득키득 웃으며 가스불을 켰다.






'' 많이 먹고 다녀야지. 내가 안챙겨줄땐 뭐먹었는데? ''






연준이에게 잔소리 들을까봐 한참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 어... 그... 안먹...었는데... ''

'' 왜! ''

'' 그, 그냥... 입맛도 없고, 맛도 없고, 구역질이나 토나와서 ''






그 말을 들은 연준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진지하게 숫자를 새는듯 손가락을 접더니 고개를 저었다.






'' 왜? ''






내 물음에 연준이는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으며 황급히 면을 삶기 시작했다.






'' 며, 면을 언제 빼야하는지 까먹었어!! ''






연준이의 말에 피식 웃으며 시선을 널부러진 도하 장난감으로 옮겼다. 하긴 도하에게 국수를 해준지 오래됐으니 까먹을게 당연하다.






'' 나 영화보고 싶어 ''

'' 영화? ''

'' 응! 설마 준비됐다는건 거짓말이야? ''

" 아니, 그건 진짠데. "

" 그냥, 갑자기 너가 저번에 했던 말이 생각나서 보고싶어졌어 "






연준이는 내심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 내가 뭐라고 했는데? "






나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닫았다만을 반복했다. 그리고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며 한숨을 푹 내쉬고 말을 이어갔다.






" 영화... 한 편 보고싶다고. 액션, 호러, 미스터리 말고 예쁘고 달콤한 로맨스, 멜로 영화보고 싶다고. "

" 더 있었는데. "

" 흐하... 내가 더 말해야해? 진짜? "






연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더 듣고싶어. "

" 우리만의 비밀기지를 만들어서 꼭 붙어서 보자고, 야한 장면 나오면 서로 눈 가려주고 먹는 장면 나오면 맥주랑 안주가지고 와서 먹자고 "

'' 매, 맥주...? ''





맥주라는 말이 나오자 연준이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






'' 맥주는 싫...어? ''

'' 아니! ㅈ, 좋은데... ''







고개를 푹 숙인 연준이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 모습이 강아지같아서 나도 모르게 손을 그의 머리로 향했다. 그의 머리에 닿기전, 내 손을 거둘까 잠깐 고민했지만 조금 더 손을 뻗었다.

내내 시선을 아래로 향하던 연준이가 그런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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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취해서 누나한테 무슨짓할줄 알고? ''

'' 어? ''

'' 아냐 내가 미쳤지... "






나는 천천히 내 손을 다시 제자리로 돌렸다. 연준이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 잊어. 관리하느냐고 못먹어 ''

'' 왜 나만먹으면 되잖아? ''

'' 아 안돼!! ''

'' 왜? '

'' 그... 그....  ''






연준이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한참 우물쭈물거리다가 고개를 훅 돌리고 꿍얼거리며 답했다.






'' 누나 혼자 먹으면 치사하니까. ''

" 그게 뭐야 "

" 아 약속해!! 알겠지??? "

" 생각해보ㄱ... "







갑자기 풍기는 멸치냄새에 속이 울렁거렸다. 속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 으웁, ''





토할거 같아서 급히 입을 막았다. 나와 연준이는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그자리에 둘 다 그대로 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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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






그에게 괜찮다고 말해야했지만 역겨운 비린내가 입안에 가득퍼지는 기분이 들어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갔다.






'' 누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