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어떻게 한결 같냐 쟨."
진짜 싫어.
오늘도 여주의 책상에는 항상 바나나우유가 있다. 당연히 '걔' 가 주고간 것일 거다. 대뜸 날 좋아한다며 매일같이 바나나우유를 두고 가는 얘가 하나 있는데. 성은 전이고 이름은 정국이다. 전정국.
어쩌다 나한테 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게다가 연하는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매일 바나나우유를 두고 가는 남자도 싫다. 그냥 싫다.
눈을 마주칠때마다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눈을 피하고, 바나나우유나 두고가는 주제에 말은 어찌나 더듬던지. 딱 내가 싫어하는 남자상. 아무리 날 좋아한다 한들 난 걔한테 마음을 절때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절때, 네버.
"너무 싫어. 왜 그러는 거야?"
"그럼 싫다고 말해봐. 하루도 빠짐없이 줄거같은데."
"이미 말했잖아."
"그건 걍 타이른거고."
내 친구 수연의 말을 듣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난 그냥 걔랑 엮이기 싫단말야."
"쩔수있나. 그럼 그냥 바나나우유 받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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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되면 항상 전정국이 바나나우유를 주는것을 알았기에 나는 점심을 먹지 않고 전정국을 기다렸다. 오늘 확실하게 말할거다. 나 너 싫어한다고.
"저기,"
"ㄴㄴ네, 네??"
"앞으로 이딴 것 좀 두고 가지마. 나 좋아해서 이러는건 알겠는데, 나 좋아하는 사람있거든?"
그가 준 바나나우유를 쓰레기통에 넣으며 너 같은건 일절 관심도 없다는 듯이 묵묵히 그를 스쳐갔다.
"그리고 나 너 같은거 안좋아해. 좋아할 일도 없고."
"죄, 죄송해요. 싫어하시는줄 몰라서...그래서..."

"울어?"
그의 눈에 점점 물이 차오르면서 넘치려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걸 보고 어이가 없었지. 아니 뭐만 하면 울어? 내가 뭐했다고. 그 당시 나는 그게 매우 언짢았다. 말을 심하게 한걸 인지하긴 했지만, 뭐 어때. 난 네가 너무 싫은데.
"이러면 내가 나쁜년 된거같잖아."
"죄, 죄송해요... 아안그럴게요."
애써 운 얼굴을 티내지 않으려는 듯 얼굴을 가리곤 뛰쳐나갔다. 진짜 어이가 없네. 울어봤자 어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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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당시 그의 행색을 따져보자면, 내 기준 최악이었다. 덥수룩한 머리 하며 그 찐따같은 안경, 무엇보다 저 소심한 성격이 무지 개같았다. 차라리 연락을 할것이지 바나나우유만 덜렁 주고가는게 뭐람.
"말하길 잘했어. 이제야 떨어져 나간거같네."
"으응 그래. 이제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박지민이랑 연애하면 되겠다~"
"조용히 좀 말해...!"
나는 왜 몰랐을까. 전정국도 나와같이 그저 짝사랑 중인 한 사람에 불과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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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안왔겠지 하며 점심을 먹고 책상을 봤는데 이게 뭐람. 이번엔 딸기우유와 작은 메모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내용를 읽어보진 않았지만 어떤내용일지 뻔히 예상이 갔다. 한순간에 내 기분이 더러워졌다. 전정국에 의해서. 그저 너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싫었다. 그냥.
"또 두고 갔네. 뭐야 찾아가려고?"
"걔가 몇반이더라. 진짜사람 귀찮게 구네."
읽지도 않은 메모지를 꾸기고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리곤 성큼성큼 전정국에게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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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ㄴ, 네?"
내가 찾아올 줄은 몰랐는지 잔뜩 당황하며 벌써 얼굴이 빨개져있었다. 그걸보고 난 표정이 더 구겨졌다. 전정국은 그리 잘못한게 없는데. 날 좋아한 죄밖에 없다. 근데 나는 전정국을 왜이리 싫어했을까?
"내가 이딴 거 주지 말라고 했잖아."
나 너 안좋아하고, 앞으로 좋아할 일도 없다고.
쐐기를 박은 나의 말에 전정국은 엄청 놀란 표정이었다. 그, 그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정국이 준 딸기우유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
"나 간다. 앞으로 이런 거 주지마."
전정국의 표정은 보지못했다. 아마, 울고있을게 뻔할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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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내용
여주선배님께.
죄송해요. 제가 멋대로 좋아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앞으론 눈에
띄지 않을게요. 딸기우유는 그냥 마지막으로 드리는거에요.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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