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사랑

09ㅣ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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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ㅣ열매








“그럼요, 내가 옆에 있어 줄게요.”

정국 씨의 대답에 내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왠지 심장이 간질 거렸다. 이 감정을 알았다. 심장이 간질 거리며 쑥스럽고 얼굴이 화끈 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 다짐했는데, 더 이상 사람을 믿지 않겠다 다짐 했는데 벌써 무너지는 건가. 하지만 정국 씨라면 믿을만 했다. 어쩌면 믿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모든 건 언젠가 이별하기 마련이다. 그 이별이 언제인지에 따라 느끼는 감정도 달라진다. 남준과 이별을 맞이한 나는 이미 사랑이라는 열매가 무르익은 상태였기에 충격과 상처가 컸다. 하지만 지금 정국 씨의 사랑이라는 열매는 고작 작은 열매만 열렸다. 지금 포기를 한다면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은 간사하다. 지금 포기하면 편할걸 알면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감정이 나도 모르는 새에 커진 건지, 아니면 그저 내 욕심인 건지.

열매가 맺히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랑 또한 그렇다. 열매처럼 오래 보며 그 사람을 간파해야 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 나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이 꽤나 짧았다. 그렇지만 열매는 컸다.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포기 할 수 없을 만큼.

그 짧은 시간에 새싹이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키웠다. 이미 맺혀버렸지만 익지 않은 열매를 억지로 떼어낼 수 없는 법. 시간이 지나면 열매가 저절로 떨어지듯 사랑도 그렇다. 언젠가는 열매가 바닥에 추락하듯 감정이 추락해 버린다. 나는 남준이라는 열매를 억지로 떼어냈지만 남준은 나라는 열매를 맺은 적이 없었다. 정국 씨는 나에 대한 열매를 키웠을까, 나는 정국 씨라는 열매를 키웠는데. 이미 키워버린 정국이라는 열매는 억지로 떼어낼 수 없었다. 이미 감정이라는 영양분을 받고 있었기에.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그 열매가 무르익기 전 떼어내야 한다. 그 열매가 추락하든 떼어지든 결과는 이별로 같을 테니. 하지만 아무도 감정을 제지할 수 없듯 사랑의 열매 또한 흔들리기만 한 채 떼어지지 않았다. 물론 그건 내 의지겠지만.

사랑은 열매다. 열매가 맺히는 과정은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이고 열매가 무르익어가는 과정은 사랑의 과정이며 무르익은 열매가 추락하거나 억지로 떼어지는 경우는 이별, 그 과정에서 생기는 생채기들은 이별의 상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