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ㅣ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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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진전 없는 사이를 유지하다 큰 사건 하나가 터졌다. 우리 동네에 젊은 여자를 성추행 한 뒤 살해하는 연쇄 살인범이 나타났다. 조금 특이한 점은, 피해자의 피로 피해자의 얼굴에 표정을 남긴다는 것. 정국 씨는 그 사건을 나에게 알려준 뒤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보통 예쁘고 젊은 사람들을 공격하던데, 세연 씨는 예쁘니까 나가면 당할 가능성이 높단 말이에요.”
왜 그 말에 이렇게 심장이 요동치는 건지. 예쁘다는 말 때문인지, 붉어진 얼굴을 살짝 가린 팔 아래로 보이는 잘생긴 얼굴 때문인지. 계속해서 미친듯이 뛰는 심장과 상기된 볼을 가리려고 애쓰느라 정국 씨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렸다. 그 말 한 마디가 내 인생을 바꿔 놓을 줄은 몰랐지만.
나는 진전 없는 정국 씨와의 관계에 애석한 마음을 달래러 술집으로 향했다. 혼술을 하다보니 한 병, 두 병을 비우며 주량을 넘겼다. 주량을 넘겨 기분이 좋은 상태로 술집을 나왔다. 생각보다 늦어 칠흑같이 어두운 길이었지만 술이 들어가니 무서울 게 하나도 없었다.
좁고 가로등도 별로 없는 골목을 지나고 있을 때, 뒤에서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정국 씨가 말 해준 기이한 연쇄 살인 사건. 전과는 다른 의미로 심장이 요동쳤다. 손에는 땀이 흥건했고, 신경이 뒤에 있는 사람에게로 모두 쏠렸다. 그러다 조금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 무렵, 그 남자가 나에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 나도 앞만 보며 달렸다, 하지만 신체적 구조상 나는 그 남자를 이길 수 없었고, 결국 잡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극심한 공포감과 긴장감. 그 남자가 나를 바로 죽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잠식되었다. 겁 먹은 나의 표정이 재밌는 듯 그 남자는 소름 돋게 웃었다. 하필 와이셔츠를 입고 온 나의 옷 단추를 하나, 하나 풀어 나갔다. 발버둥을 치고 싶었지만 압도에 눌렸다. 내 위에 올라 타있는 그 남자는 확실한 연쇄 살인범이었다.
나는 직감했다. 여기서 나는 죽는구나, 이게 내 마지막 운명이구나. 어떻게 운명의 끝 조차 이리도 더럽고 치욕스러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