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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교복, 익명A

TOPIC : 교복 
TITLE : 늘
CP : 공유동욱 
부가설명 : 첫 문단- 8번째 문단 공유. 그 후 동욱 시점




W. 익명A




 넌 늘 그랬다. 우리가 초딩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어린 티 나는 유치한 타이틀을 떼고 3월 봄의 시작과 함께 처음으로 교복을 입고 함께 등교하던 날 부터 쭉 변함 없었다. 칙칙하던 검은 교복 자켓 따위 걸칠 줄 모르는 나에게 넌 늘 그랬다. 애가 너무 발랑까졌다고. 그러나 수업시간, 쉬는시간. 교실에서 복도에서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꾸지람을 듣는건 늘 너였다. 종일 나와 붙어다녔기에 이런 소리도 들었었지. 옷 매무새가 간지런하면 뭐하냐, 행실이 올발라야지 하고.  

 여전했다. 개인의 색깔 없이 통일된 교복 셔츠 대신 내 취향껏 명품 셔츠를 사입는다는게 달라졌다면 달라진거라지만 여전히 얼룩 하나 튀지 않은 그런 멀끔한 셔츠가 좋았다. 넌 반듯이 핀 각잡힌 셔츠위에 검은색 정장을 빼놓고 오는 날이 없었다. 간혹가다 그 숨이 턱턱 막히는 검은색에 괜히 답답함을 호소도 해 봤지만 금세 그만뒀다. 네 고집을 누가 꺾겠냐. 

 그렇게 커서 우리는 살인청부업자, 즉 쉽게 풀어 말해 돈받는 살인자가 되었다. 수입은 나름 짭짤했다. 피 한 번 보는걸로 양손 가득 삐져나오도록 인자한 웃음을 띠신 신사임당의 지폐가 -심지어 현금으로- 두둑히 쥐어졌으므로. 

 또 하나 더 여전했다. 넌 지금도 늘 꾸지람을 들었다. 하기야 온 사방에 핏물을 튀기고 다니니 안 듣는 것도 이상했다만. 너와 함께 갈때면 늘 적당한 선에서 숨 끊어놓고 후딱 마무리 하고 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너의 손목 군데군데는 붉은 선혈이 선명했고 바로 앞에 사체들이 자유분방하게 널부러져 있었다. 그러다 너와 눈이 마주쳐 그 사이코패스를 연상케하는 광기 가득한 눈 안에 내가 가득 담길 때면 가끔 소름이 오소소 돋곤 했다.

 한번쯤 이런 생각도 했다. 검은색 정장만 차려 입는 건 그 찝찝한 핏자국이 눈에 안 들어오게 하고 싶어서는 아닐까 하고. 또 생각했다. 그렇게 날라리였으면서 교복만은 모범생 처럼 입었던 이유는 뭘까. 이 일을 그때부터 쭉 해왔던 걸까 하고. 어쩐지 능숙하더라니.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무섭기도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다는게 싫기도 했다. 나름의 매력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이기도 했고 본인은 얼마나 더 괴로울까 남몰래 위로도 했다.

 정작 너는 말하지 않았지만 너의 미세한 표정, 행동, 말투 하나하나에 너의 감정이 낱낱이 다 드러났다. 인류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띠울 수 없는 미소로 널부러진 사체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으니. 









 그가 물었다. 나의 오랜 단짝이자 동료이며 가끔가다 기댈 곳인 그.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떻냐고 물었다. 그는 이 일이 썩 내키지 않는 듯 했다. 충분히 이해는 갔다. 그러나 내가 이 일을 선택한 까닭에는 쾌감과 희열, 두 감정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괜히 그 말 했다가 경악하는 그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 먹고 살자고 하는거지, 뭐. 하고 미지근한 답을 해버렸다. 

 나보고 매일 한결같다는 소리를 하지만 그건 저도 매한가지였다. 핏물 하나라도 튀었다가는 눈에 확 꽂힐것만 같은 하얀 셔츠에 그 볼품없는 낡아빠진 스니커즈. 근데 아니라니하게도 그는 늘 셔츠에 얼룩 하나 묻히지 않고 잘 해내더라. 나보다 더 소질있는 녀석. 

 서로의 한결같음에 서로가 질렸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우리도 나름 14년지기였다.

 또 하나 더 물을게 있다며 물었다. 재밌냐. 의식의 흐름에 이끌려 무심결에 끄덕이면서 나름, 하고 답했다. 허겁지겁 놀라 입을 틀어막았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알아챘나. 혼자 노심초사였다. 그는 본래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씩 웃어보였다. 

글쎄 왜?

엄지 손톱을 입술 부근으로 슬며시 가져갔다. 차갑고 촉촉한 그의 손이 내 손을 덮어 안아 손을 잡고는 다시 허벅지로 원상복귀 시켰다. 

그냥 말해. 어차피 늘 사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