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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교복, 부장

무제

W. 부장







































최범규는 달동네에 살았다. 제 어머니와 두 번째재수를 준비하는 형과 함께 살았다. 가로등도 잘 들어오지 않는 동네에 살았다. 그래도 범규는 제 인생이 살 만은 하다고 느꼈다.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범규의 교복은 항상 헤지고 낡았다. 운동에 미쳐 살아서 매일 교복을 빠는 바람에 그렇다고 대충 둘러대지만, 실은 삼 년 위의 제 형 것을 물려받은 것이었다. 형마저도 동네 졸업생의 교복을 입었으니, 재학생인 범규까지 총 팔 년의 세월을 이기지 못한 교복은 헤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범규는 방실방실 웃고 다녔다. 웃는 수밖에는 방도가 없었다. 울면 힘이 빠지니까, 웃기라도 하자는 식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공부에 대한 걱정은 하나 없었던 범규는 인생 처음으로 태현을 부러워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태현이 부러웠다. 종례를 끝마치고 나면 자신을 반길 따뜻한 집이 있다는 것도, 항상 새 옷을 입는 것도 부러웠다. 부모님의 유전자가 우월해서, 자신도 제 누나도 전교권에서 노는 게 부러웠다. 공부에 대한 걱정보다는 당장 먹고 살아야 할 것에 걱정했던 범규는 태현이 부러웠다. 저는 생계 유지에 목을 매달고 있는데, 그런 것 하나 없는 태현에게 범규는 질투가 났다. 제 형은 철 없이 대학에 간다고 공부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태현의 누나는 곧바로 한국대학교 의과대학에 자랑스럽게 입학한 것이 짜증났다. 범규는 그냥 제 인생이 골치 아팠다. 제 인생이 미웠다. 범규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