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만난 피앙세

자기야, 어디가?












그렇게 약혼자와의 약혼이 깨지고 이틀도 채 지나지 않은 미국에서의 두번째 날 아침,, 여주는 작은 캐리어를 끌고서 자신의 호텔방 안으로 해맑게 들어오는 정국을 바라보며 팔장을 낀채로 삐딱하게 서 있었다. 이해가 안되는듯 살짝 찌푸려져있는 여주의 미간에도 정국은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여주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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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렇게 쳐다봐요. 부끄럽게,, "


" 지금 대체 뭐하는거야..? "


" 뭐하긴요. 제 짐 옮기죠 "












아니, 누가 그걸 몰라서 물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여주가 중얼거리듯 말하였다. 아무리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겨우 어제 저녁에 처음 만난 사이인데 이렇게 다짜고짜 동거라니,, 황당할만도 했다. 


그리고 마치 여주의 그 속마음을 단박에 알아차리기라도한듯 정국은 싱긋,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여주에게로 다가가 팔을 벌려 그녀를 자신의 품안에 넣고는 귓가에다 대고 작게 속삭였다.












" 여자친구가 일주일도 안되서 다시 미국을 떠나버린다는데, 한시라도 떨어져 있기 싫어서요. "


" 갑자기 무슨..! "


" 너무 한국에서만 살아서 보수적인거 아니에요? 미국은 원래 연인끼리 동거 많이 하는데... "












물론 저는 누나가 처음이지만요. 갑작스러운 스킨쉽이 적응이 안되는지 화들짝 놀라는 여주를 보며, 정국은 터지려는 웃음을 참아내면서 그녀에게서 떨어지며 말을 덧붙였다. 


여주는 아직까지도 자신의 귓가를 간지럽히던 미성이 떠나가지를 않는지 살짝 달아오른 자신의 귀를 손으로 매만지면서 정국을 흘깃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여우 한마리를 주워온것만 같다...그러나 정국의 말 또한 틀린 것은 없었다. 실제로도 미국은 개방적인 나라로 결혼을 하지 않은 연인들이 동거를 하는 경우가 차고도 넘쳤다. 그리고 어차피 자신은 일주일도 안되서 미국을 떠날 것이었으니...그 짧은 기간동안만이라면,, 크게 상관이 없을것 같기도 했다.












' 사건이 터졌다면 이미 어제 저녁에 진즉 터졌겠지... '











조금 여우같이 구는 구석이 있더라도 그리 위험해 보이지는 않은것 같아 결국 여주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안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어차피 고급 호텔 안에서도 층수가 높은 곳이라 널린것이 방이었다. 












" 저쪽은 내가 쓰고있는 방이니까, 저곳을 제외하고는 네가 마음에 드는 어느 방이든 그냥 들어가서 쓰면 돼 "


" 알겠어요 누나. 아,, 그러고보니 아침 안 먹었죠? 이미 때는 지나긴 했는데 이른 점심 겸으로 같이 먹어요. 제가 해드릴게요. 파스타 좋아해요? 저 그거 제일 자신있는데,,  "


" 네가..? "












여주가 조금 의외라는 표정으로 정국을 쳐다보자 정국은 여주가 머무르는 방의 바로 옆에 붙어있는 방으로 들어가 자신이 들고온 간단한 짐들을 풀며 피식 웃었다. 


캐리어에 들어있던 짐들은 정말 별것 없었다. 그냥 그가 자주 쓰는 것으로 보이는 자잘한 여가 용품들과 옷가지들,, 어차피 아예 여기서 쭉 살것도 아니고 호텔이라 왠만한 생필품들은 이곳에 다 구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짐을 다 푸는 것은 금방이었다.


정국은 캐리어에 든 자신의 짐들을 다 풀고는 바로 주방으로 가 냉장고 안을 열어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여주를 바라보았다.












" 역시 별거 없네요. 같이 쇼핑이나 갈까요? "











누나랑 하는 첫데이트, 뒤에 그리 중얼거리는 정국이 눈가가 휘어지듯 환히 웃었다. 아무리 어제 처음만나 술에 취해 뜻하지 않게 사귀게된 사이라고 해도 저리 잘생긴 남자가 자신을 향해 무해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괜시리 가슴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어 여주는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 그래, 얼른 갔다 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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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이는 대형마트 안, 정국은 한손에는 카트를, 다른 한손에는 여주의 손을 꼭 붙잡은채로 식품 코너 안으로 들어갔다.












" 사람이 많아서 잘못하면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나한테서 떨어지지마요. "


" 나 참, 내가 무슨 어린아이도 아니고... "












어이가 없다는듯이 답을 하긴 했지만, 다 큰 어른인데도 이리 과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 그리 기분 나쁘지가 않고있는 여주였다. 본인 스스로도 그 사실이 놀라웠지만 단순한 착각이리라,, 생각하며 어느샌가 파스타에 들어갈 채소를 비교해보며 집중을 하고있는 정국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여주는 시선을 돌려 마트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늘 집에서는 시간에 맞추어 찾아오시는 집안일을 담당하는 분이 따로 있기도 했고, 특히 미국에서는 배달음식이나 아니면 호텔 내부에 있는 식당 등을 이용하며 끼니를 떼웠던 그녀였기에 이리 직접 장을 보기 위해서 돌아다니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래서 그런 것인지 진열되어있는 여러 식품들을 구경하는데에 잠시 정신이 팔린 사이, 문득 고개를 든 그녀는 정국과 떨어져버린 것을 깨닫고는 그제서야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으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마트 안에서 언제 헤어졌는지도 알 수 없는 사람을 찾기란 어려웠다.


여주는 그렇게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가 자신의 바지주머니를 더듬거리더니 곧바로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걔 전화번호를 모르잖아. "












생각해보니 어제 처음 만난 뒤로 연락처를 공유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냥 간단하게 장을 보고 돌아올 것이었기에 따로 휴대폰을 챙기지 않고 그냥 나왔다. 한마디로 이 넓은 곳에서 부모를 잃어버린 어린아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여주는 마른세수를 하며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 아...어쩌지,, 그냥 먼저 돌아갈까.. "












하지만 자신이 사라진 것을 안 정국이 계속 자기를 찾아다니면 어찌하나, 난감하기만 한 상황에 여주는 제자리에서 그대로 굳은채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바로 그때, 계속 한 자리에 서 있는채로 불안한 표정으로 있는 여주가 신경이 쓰인건지 모여서 장을 보고있던 남자무리들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학생, 부모님과 헤어졌어요?"
( 학생, 부모님과 헤어졌어요? )












어제는 클럽을 간다고 그래도 어느정도 꾸민 상태여서 그리 안 보였지만,, 장을 본다고 그저 간편하게만 입고 나온 상태라 외국인 남성들이 보기에는 여주를 고등학생쯤으로 오해한것 같았다.


여주는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뒤늦게 괜찮다고 손을 저었지만 남자무리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부모를 찾는것을 도와주겠다고 적극적으로 굴었다.












"미안하지만 괜찮아요..."
( 미안하지만 괜찮아요. )


"괜찮아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당신을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괜찮아, 무서워하지마. 우리는 널 도우려는거야 )












이미 성인이라는 것을 밝히기에는 난감해진 상황...여주는 그냥 계속 거절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도움을 받는 것이 더 낮다고 생각하여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남자들을 따라나섰다. 


아니, 정확히는 따라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남자 무리들을 따라가려고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여주의 손목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허니, 나 없이 어디 가니?"
( 자기야, 나 없이 어디가? )


※ 여기서 TMI : hun은 honey의 줄임말로 흔히 자기야, 자갸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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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목소리에 여주가 뒤로 고개를 돌리니, 계속 자신을 찾기위해 뛰어다닌 것인지 호흡이 가빠져있는 정국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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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러분 저번의 글을 올리고는 순위가 이렇게 또 상승해있더라구요! 

정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도 즐감하시고 구독과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