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사 : 아가씨를 부탁해!
시즌2 4화

타생지연
2021.10.04조회수 82
"아가씨, 간식 드세요."
정국이 윤기에게 전달받은 초코우유에 손수 빨대를 꼿아 나의 손에 쥐어준다. 워낙 초코에 죽고 못 사는 초코성애자라 초코우유를 두 손모아 잡고 초코우유를 쪽쪽 흡입하기 시작했다. 헤실헤실 아이같이 웃는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윤기가 내 곁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아가씨, 맛있어요?"
"응. 완전 맛있어! 역시 윤기는 짱이야!"
나는 윤기를 향해 엄지를 척하고 들어보였다. 윤기는 흐뭇한 아빠미소를 짓는다.
"내일도 사다 드릴게요."
"응."
초코우유를 먹으며 당 충전을 하는 중에 어쩐지 방금전보다 주변에 학생들이 많아진 걸 느꼈다. 그것도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훨씬 많이 말이다.
"대박, 진짜 소문대로 잘 생겼잖아?"
"저 반은 복 터졌네."
"아니, 어떻게 똑같이 한 날에 저렇게 잘생긴 전학생들이 우수수."
"하. 전학 갔다가 다시 저 반으로 전학 올까?"
"진심이냐?"
"나 궁서체임."
가만히 초코우유를 물고 귀를 쫑긋 세워보니 확실히 우리 집사들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맞다. 아마도 하나같이 개성있게 잘생긴 집사들은 여학생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겠지. 그렇다면 자연히 나도.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몰릴 수록 어쩐지 기분이 급격하게 다운되고 우울해지는 기분이다. 금방이라도 다른 일이 터질 것 같이 불안해져온다.
"교실로 돌아가자."
내가 초코우유를 먹다 말고 정국의 손에 쥐어주고는 먼저 학교 건물이 있는 쪽으로 걸어 올라가 버리자 집사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내 뒷모습을 바라본다.
"아가씨께서 왜 그러시지? 그렇게 좋아하시는 초코 우유도 마다하시고."
지민의 목소리에 걱정이 가득하다. 태형과 정국이는 주변에 몰린 인파에게로 눈을 돌린다. 분명히 아가씨가 갑자기 기운이 빠지신 이유는 이 인파들에게 있을 것이다. 태형과 정국은 재빨리 아가씨의 뒤를 따른다.
"아오. 확 그냥."
윤기도 아가씨가 갑자기 식욕이 떨어진 이유가 인파들때문이라 생각했는지 계속해서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인파를 향해 겁을 준다. 처음에는 윤기의 행동에 흠칫하던 여학생들은 윤기의 모습이 카리스마 넘친다며 꺅꺅 대기 시작하고 윤기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자리에 앉는다.
"아가씨께서 아무래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시는 것 같아."
석진의 말에 지민이 좋은 방법이 생각 났다는 듯 두 손을 맞부딪치며 환하게 웃는다.
"좋은 생각이 있어."
지민의 말에 윤기 , 석진 , 남준 , 호석의 시선이 지민에게로 향한다.
.
.
홀로 학교 건물로 들어오니 딱히 전처럼 시선을 받지는 않는 것 같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찬찬히 학교 건물 안을 살피며 걷고 있는데 꽤나 귀여운 인상의 남학생이 슬며시 내 앞을 가로막고 선다. 내가 그 남자 아이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자 그 귀여운 인상의 남자 아이는 활짝 웃으며 나를 본다.
"저 오늘 전학 왔다고 들었는데."
뭐지. 혹시 내가 전에 학교에서 만났던 사람들처럼.
``너 같은 걸 왜 우리랑 같이 취급해 줘야 돼?``
"응."
과거의 기억과 함께 밀려오는 두려움에 자신감이 없어져서 고개를 푹 숙이며 답했다. 남자아이는 나의 행동에 살짝 뻘쭘한지 뒷머리를 긁적인다.
"나는 이산들이라고 하는데, 같은 반은 아니고. 네 옆반! 그냥 너랑 좀 친하게 지내보고 싶다고 느꼈달까."
괴롭히려는 게 아니야?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그러니까 나랑 친구가 되고 싶다는 걸까? 내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산들을 올려다보자 산들이가 나를 향해 수줍게 미소짓는다.
"너무 부담 가지거나 그러지 않아도 돼 . 난 정말 그냥. 네가 마음에 들었거든."
"여보. 여기서 뭐 해?"
조곤조곤 나를 보며 말을 하고 있던 산들이의 말을 칼 같이 자른 태형이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정한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여보라니?"
내가 태형에게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태형의 반대편에 선 정국이가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내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살짝 기댄 채로 산들이를 노려본다.
"날 세컨드 삼은 것도 모자라서. 또 한 놈 더?"
뭐? 대체 정국이랑 태형이가 뭐라고 하고 있는 거야? 내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산들이를 향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전과 달리 표정이 어두워진 산들이 억지 웃음을 지으며 나를 본다.
"아, 미안. 임자가 둘이나 있는 줄 몰랐네. 방금 했던 말은 못들은 걸로 해줘."
어? 이게 아닌데. 산들이는 나에게 친구가 되자고 했는데. 이렇게 보내면 안되는데.
"잠깐만."
"아가씨, 또 어딜 가시려고요?"
산들이를 불러 세우려는 나를 붙잡는 정국과 태형이 덕분에 나는 꼼짝없이 산들이를 놓치고 말았다. 처음으로 친구가 생길 수도 있었는데.
"너무해."
"아가씨?"
"전정국, 김태형! 진짜 나빠! 너희들이랑 이야기 안 할거야!"
내가 정국이와 태형이를 향해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교실로 달아나 버리자 정국이와 태형이가 충격받은 얼굴로 내 뒷모습을 바라본다.
"지금 아가씨가."
"우리랑 이야기 안 하신다고 하신 거야?"
"안 돼!"
정국과 태형이 서로에게 눈길을 주더니 울상을 지으며 복도가 울리도록 비명 아닌 비명을 내어지른다.
.
.
"아가씨, 주무세요?"
"아니."
"그런데 왜 엎드려 계신 거에요?"
"피곤해."
집사들이 모두 교실에 돌아왔는데 어째 방금 전 보다 아가씨의 기분이 좋지 않아보인다. 옆자리에 앉은 윤기가 아가씨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아가씨는 단답으로 답을 할 뿐 냉담한 반응을 보일 뿐이다. 정국은 그런 아가씨의 모습에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어깨가 축 쳐진다.
"아니, 대체 아가씨께서 왜 저 상태이신 거야?"
"어째 방금보다 더 저기압인 듯?"
지민과 호석이 아가씨의 눈치를 보며 같이 기가 죽어있는 태형을 툭툭 건드리면서 묻자 태형이 울상을 지으며 아가씨와 같이 책상에 엎드려버린다.
"뭔지 몰라도 태형이랑 정국이가 잘못했네."
석진이 측은한 눈길로 정국과 태형을 본다. 남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책상에 엎드려 있는 아가씨를 지켜보고 있다.
.
.
집사들과 함께 하교하는 길 . 집사들 모두 내가 기분이 나쁘다는 걸 눈치챈 것인지 최대한 내 기분에 맞춰주고 있다. 그렇지만 난 정국이랑 태형이랑은 절대 이야기 하지 않을거야. 나에게 첫 친구가 생길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렇게 매몰차게 산들이를 보내버리다니.
"아가씨, 운동장으로 가시면 위험해요."
정국이가 운동장을 가로 질러가는 나의 손목을 붙잡았지만 나는 정국이의 손을 뿌리쳐 버렸다.
"... "
"아가씨!"
계속해서 정국이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대로 무시하고 운동장 편으로 걸어갔다.
"조심하세요. 아가씨!"
누군가의 고함 소리와 함께 운동장에서 내 쪽으로 강하게 날아오는 축구공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아버렸는데 커다란 마찰음과 함께 공이 떨어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조심스럽게 눈을 떠보자 내 눈 앞에 보이는 건 태형이의 뒷모습이었다.
"태형아?"
"으."
태형이는 나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다가 뒷통수를 감싸쥐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왜 도와준 거야?
'전정국, 김태형! 진짜 나빠!"
"태형아. 괜찮아?"
내가 그렇게 못 되게 굴었는데. 왜? 내가 태형이가 걱정되는 마음에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태형이를 보자 태형이가 괜찮다는 뜻으로 방긋 웃으며 나를 본다.
"아. 아파라. 아가씨가 위험할 뻔 했어요."
"왜 나를 도와 준거야? 그렇게 못 되게 굴었는데."
"제가 당연히 잘못한 거니까요. 방금 일은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 아가씨."
나 대신 공을 맞고도 내 눈치를 보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태형이를 보고 있으니 미안해서 미칠 것 같다. 나는 태형이의 목을 양팔로 끌어안으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 진짜 미안해. 태형아."
갑작스러운 나의 포옹에 두 눈이 커다래진 태형이 자신의 품에 안긴 내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우는 나를 다독여 준다.
"용서해주셔서 고마워요. 아가씨."
정말 끝까지 착할 줄 밖에 모르는 천사 같은 집사들이다. 다시는 못 되게 굴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내 곁에서 집사들이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
"태형이형, 코피나요!"
태형이의 코에서 핏줄기 두 개가 흘러나왔다.
"코피 나! 정국아. 태형이 어떡해?"
"숙여. 앞으로 숙여!"
지민이 다급하게 태형이의 고개를 숙이게 하며 응급조치를 취하고 뒷편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주섬주섬 걸어오고 있던 윤기는 자신의 앞으로 굴러오는 축구공을 발로 잡아 세우며 축구공이 날라온 곳을 매서운 눈빛으로 본다.
"저기 축구공 좀 주시겠어요?"
"사과할 줄 모르냐?"
윤기의 포스에 눌린 남학생들이 우르르 태형이 앞으로 달려오더니 연신 죄송하다고 말한다.
"사과받을건 내가 아니야."
태형이 코에는 새하얀 휴지를 끼운 채로 자신의 곁에 서 있던 나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그 남학생들을 본다.
"내 여자친구한테 사과해."
태형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난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축구를 차던 남학생들은 두려운 기색이 역력한 채로 나에게 사과를 했다. 나는 괜찮다며 그들을 향해 웃어줬다.
"저기 그럼 이제 공을 좀 돌려주시겠어요?"
윤기가 발로 축구공을 굴리며 놀고 있자 다른 남학생들에게 등 떠밀린 한 남학생이 쭈뼛쭈뼛 윤기의 앞으로 다가가 축구공을 달라고 말한다. 윤기는 남학생을 보며 빙긋 웃어보인다. 윤기의 웃음에 남학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따라 웃는다. 그 찰나에 윤기의 발이 공을 강하게 찼다. 윤기의 공은 정확하게 골대 안으로 들어가고서도 회전했다.
"앞으로는 조심해라."
윤기는 남학생을 지나쳐 걸어나가버린다. 남학생들은 윤기의 뒷모습만 봐도 소름이 돋는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야, 근데 방금 좀 멋있지 않았냐? 저 형."
"미친놈아. 그게 지금 할 소리냐?"
남학생들의 무리에도 눈치없는 인간은 하나 있었다는 뒷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