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저의 집사들이 모두 친절하고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저에게는 아주 큰 문제였습니다.
"아가씨 ,"
귓가에 윤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저는 본능적으로 화들짝 놀랍니다. 저의 어깨 위에는 윤기의 손이 올려져 있습니다.
"응?"
"왜 이렇게 놀라세요?"
"아니, 미안. 윤기야."
무작정 윤기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또 다시 지민이 옆으로 도망을 가버리는 아가씨의 모습에 윤기와 태형은 심란하기만 하다. 요 며칠 째 계속 저 상태라니. 분명 아가씨가 윤기와 태형이를 두려워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오. 칠득이 이 새끼."
"칠만이."
" 그래, 칠만이.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윤기가 이를 바드득 갈며 열을 올리고 있는데 태형이는 그 와중에 칠만이의 이름을 고쳐준다. 윤기가 태형을 째려보자 태형은 바보같이 웃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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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와 윤기를 피해다니는 이후로 내 주변에는 새로운 남학생들이 하나 둘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집사들이 모두 탈의실에 체육복을 갈아입으러갔다거나 할 때를 이용해서 말이다.
"여주야, 이거."
우리 집사들도 잘생기긴 했지만 우리 반에서 제일 반반해보이는 남학생이 체육복 차림으로 교실 앞에서 집사들을 기다리고 있는 나의 손에 초코우유를 쥐어준다. 그 남학생의 이름은 수혁이. 어째서인지 며칠 전부터 나에게 꼬박꼬박 초코우유를 사다준다.
"이열. 수혁이 이자식, 진짜 ㅇㅇ이한테 마음있나본데?"
"입 다물어. 새끼야."
"괜히 부끄러우니까 욕하는 거 봐라."
수혁이네 무리는 총 다섯명으로 하나 같이 훈훈한 타입이다. 아, 물론 우리 집사들이나 명수오빠만큼 잘생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초코우유를 받을 때 만큼은 수혁이가 멋져보인다.
"고마워. 수혁아."
"오. 이제 내 이름도 불러주네?"
내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게 기쁘다는 얼굴로 수혁이는 살짝 눈웃음을 치며 웃는다. 어쩐지 떨려오는 마음에 굳은 채로 서있는데 저만치서 여러명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여주야. 나 많이 기다렸어?"
그 중 가장 빠른 걸음으로 내 곁으로 다가온 태형이가 나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수혁을 마주보고 나는 어쩐지 칠만이 패거리를 웃는 얼굴로 가차없이 응징하는 태형이를 떠올리고 흠칫 하며 태형이에게서 거리를 두자 수혁이가 태형을 향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는다.
"체육시간에 보자."
수혁이 패거리가 체육관으로 먼저 걸음을 옮기고 태형이는 상처받은 눈빛으로 나를 본다.
"아가씨."
"응?"
"아가씨는 제가 무서우세요?"
"아니. 그게."
내가 태형이의 질문에 머뭇머뭇거리며 시원하게 대답을 하지 못하자 태형이가 어두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다가 애써 나를 향해 웃어보인다.
"저도 먼저 가있을게요. 아가씨."
태형이가 나를 스쳐지나간다. 어라. 이게 아닌데. 나는 그냥 나한테 항상 아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웃어주던 태형이가 변해버린게 아닌가 무서워서. 내가 태형이가 사라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태형이는 사라진 뒤 였다.
"아가씨. 왜 그렇게 울상이세요?"
태형이를 보내고 난 뒤 내 얼굴은 울상이었나보다. 지민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곁에 다가와 몸을 낮춰 내 얼굴을 살핀다.
"나는 그게 아닌데. "
그냥 그 순간 태형이와 윤기의 모습이 그 때의 그 아이들과 겹쳐보이는 바람에.
``거지 같은 년.``
``맞아도 정신 못 차리지?``
나에게 항상 친절하던 태형이와 윤기가 언제고 변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랬던 건데. 윤기가 나의 머리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려다가 멈칫 하고는 나를 향해 살짝 웃어보이고는 태형의 뒤를 따라나선다. 나 어쩌면 태형이와 윤기에게 너무 큰 상처를 안겨준건지도 몰라. 내 멋대로 그렇게 생각해버려서.
"나도 먼저갈게."
내가 체육관으로 달려가버리자 지민이와 정국이 서로의 눈을 마주본다.
"아가씨는 아직도 아이같아."
"언제라도 돌봐 드려야만 할 것 같달까."
지민과 정국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그려진다. 지민이와 정국이는 나의 뒤를 따라 걸음을 서두른다.
.
.
태형이랑 윤기를 찾아서 체육관에 들어왔는데 체육관 안에는 태형이와 윤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체육관 창고에 있는게 아닐까 해서 창고의 문을 열어보려고 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수혁아, 근데 너 김여주 진짜 마음에 든거냐?"
"마음에 들고 안들고가 어딨냐. 걔가 가지고 다니는 가방이며 지갑이며 다 명품인 거 못 봤냐?"
"우와. 이 새끼 머리 좋다니까?"
"보니까 남친인가 하는 녀석이랑도 사이 안 좋아 보이고 잘 꼬셔내기만 하면 초코우유 값은 껌이지."
"이열."
"체육시간에 딱 멋드러지게 날아주면 또 계집애들 꺅꺅 대는거 알잖냐?"
"푸하하하. 고기 떨어지면 나도 좀 나눠주라?"
"새끼야. 어디서 숟가락 얹으려고?"
뭐야. 그런 거였어?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친구가 생겼다고 좋아했는데. 남 몰래 설레 했는데. 내 손에 들려있던 초코우유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소리를 들은 수혁 패거리가 문을 열고 나온다.
"아. 씨발."
수혁이는 문 앞에 서서 자신을 보고 있는 내 모습에 놀란듯 가슴을 부여잡으며 똥 밟았다는 표정이 되어 버린다. 아. 그랬구나. 너는 그런 목적으로 나를.
"고기고 뭐고 날라갔네, 수혁아."
"잘난 척 하더만 꼴 좋다."
수혁이 패거리가 낄낄 대기 시작하고 수혁이는 짜증난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하여간 돈 많은 것들은 눈치만 빨라가지고."
"...."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릴 것 같다. 내 눈에서는 의미없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랬다. 나는 처음부터 이런 운명으로 태어났을지도 몰라. 누구에게나 진실로 소중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단지 이용가치에 의해서. 돈이 되어서.
"김여주."
"윤기야?"
"왜 울어."
윤기는 중간에 다른 곳을 들렸다가 체육관으로 들어온 것인지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굳은 얼굴로 나를 본다. 윤기야. 너도 그런 거야? 내가 돈이 되니까. 그래서 나한테 잘 해주는 거야?
"윤기야."
"
"내가 부잣집 아가씨가 아니였다면."
"
"너도 내 곁에 없겠지?"
"누가 그래? 저 새끼들이 그래? "
"아니. 윤기야. 나는 이해해."
이 세상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돈이라는 게 사람을 그렇게 추악하게 만들어버렸으니까. 그건 네탓이 아니야. 윤기야.
"아가씨, 아니, 김여주. 나 봐."
윤기가 공허한 눈동자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나의 양 팔을 붙잡아 내 두 눈을 마주본다. 윤기의 맑은 눈동자에 울고 있는 내 모습이 비친다.
"나는 네가 부자집 아가씨인거 관심없어 . 그건 다른 집사들도 마찬가지 일거야. 어디까지나 갑과을의 관계로 처음 만나긴 했지만 내가 계속 여기에 머무는 이유는 내가 머물고 싶어서야 ."
"
"네 곁에 있는게 . 나한테는 미치도록 행복한 일이니까."
"
윤기는 내 눈물을 자신의 손으로 닦아주며 다정하게 웃어보인다.
"그러니까 울지말고 기다려. 울보 아가씨야."
"뭐야, 김여주. 왜 울어?"
뒤늦게 체육관으로 들어온 태형이가 눈물범벅인 나를 발견하고 심각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오고 윤기는 농구 골대 밑에 모여있는 수혁이 패거리 쪽으로 걸어가다 말고 체육관 중앙에 있는 농구공을 집어들더니 수혁의 면상에 농구공을 집어 던져버린다.
"악! 씨발. 피나,"
덕분에 쌍코피 터진 수혁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윤기를 보고 수혁 패거리는 겁에 질린 얼굴로 윤기를 본다.
"우리 여주를 건드렸겠다?"
"김여주? 내가 언제 김여주를 건드렸나? 조금 잘해준걸로 걔가 김칫국 드링킹 한 거지."
수혁이 말을 채 다 하기도 전에 태형이 수혁의 얼굴을 주먹으로 쳐버렸다. 수혁을 보는 태형의 얼굴에는 웃음기 하나 남아 있지 않다.
"지껄여 봐. 더 지껄여 보라고!"
태형이 수혁을 깔고 앉아 주먹을 날려대자 수혁 패거리가 태형을 향해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 체육관으로 집사들이 들어오고 윤기와 태형이 수혁 패거리에게 공격당하고 있고 나는 엉엉 목놓아 울고 있자 집사들은 안 그래도 무슨 꿍꿍이지 했던 수혁이 아가씨를 괴롭혔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여주를 울려? 엉? 울려?"
정국이가 내 눈물에 이성의 끈이 끊어진 듯 수혁 패거리에게 달려들었다.
"우리 태형이 얼굴은 나도 안 건드린다, 개새끼들아!"
지민이는 남다른 태형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태형에게 발길질을 하고 있던 놈들에게 사정없이 주먹을 날린다.
"정의의 용사 정호석의 주먹을 받아라!"
이 와중에 신난 호석이 물 만난 고기처럼 몸을 흔들며 수혁 패거리에게 달려들었다.
"하. 이거 참. 일단 아가씨 부터 챙겨."
어느새 집사들의 밑에 깔려 일방적인 구타를 당하고 있는 수혁 패거리의 모습을 보며 석진은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는다.
"아가씨, 많이 놀라셨죠?"
"흐헝. 우리 애들 다치면 안 돼. 어떡해."
남준이는 울고 있는 나를 자신의 품에 안아 토닥여 준다.
"아가씨가 있는 한, 저희는 지지 않습니다."
"
"아가씨는 저희가 지켜드릴 거니까요."
그렇구나.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에 더욱 더 소리내어 울자 나를 자신의 품에 꼬옥 안아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자상한 손길로 다독여주는 남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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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 문이 열리고 꽤나 익숙한 얼굴이 걸어나와 교무실 앞에 줄줄이 서 있는 집사들을 바라본다.
"얼씨구, 이제는 싸움까지 해서 나를 보호자로 출두 시키나?"
"죄송합니다. 도련님."
그 익숙한 얼굴은 바로 여주의 오빠 김명수였다. 명수의 말에 집사들이 고개를 숙이고 명수는 그 틈에 주머니 속에서 연고를 꺼내더니 집사들의 상처에 손수 연고를 발라준다.
"아아."
"엄살은."
태형이 명수의 손길에 인상을 찌푸리자 명수가 더욱 신경써서 상처에 연고를 발라준다.
"이런 걸 내가 안 해주면 우리 ㅇㅇ이가 너희한테 약을 발라줄거 아냐. 난 그 꼴은 질투나서 절대 못 봐."
윤기가 명수의 말에 아쉽다는 얼굴로 입맛을 다시고 명수는 태형에게 연고를 발라주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항상 우리 여주 지켜줘서 고맙다."
"
명수의 말에 집사들이 놀란 눈으로 명수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명수를 본다.
"오빠!"
"응. 우리 여주. 많이 놀랐지?"
명수오빠가 손을 올려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아니. 우리 집사들이 날 지켜줘서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
집사들은 나를 보며 다시 한 번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그래, 다른 사람들은 나를 배신하고 버릴지 몰라도 우리 집사들은 아니야. 우리 집사들은.
"항상 곁에 머물 수 있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
내 곁에 머물러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말하는 내게는 너무 과분한 사람들이니까.
꽃집사 : 아가씨를 부탁해!
시즌 2 6화

타생지연
2021.10.21조회수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