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과 사별하게 된 예슬은 처음으로 나태하게 살았다. 석진은 예슬에게 첫 남자친구였기에 이별도 처음이었고, 사별도 처음이었다. 예슬의 주변인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도 처음인데 처음으로 사랑한 남자친구가 세상을 떠났고 모든 게 처음 겪어보는 거니 혼란스러워 매일 술만 마셨다. 그렇게 경찰을 그만두고 폐인으로만 살아가기를 2년, 술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던 예슬은 석진과 똑같은 나이,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에서 석진이 죽었던 방법과 동일하게 죽게 되었다.
“ … “
“ 예슬아. “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 예슬,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예슬의 복부에는 칼이 박혔다. 예슬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예슬의 복부에 칼을 찌른 범인은 잔인하고 소름 돋게 웃으며 예슬에게 말했다.

“ 너…!! “
“ 그거 알아? 내가 너 남자친구도 이렇게 죽인 거. “
“ 잘생기긴 했더라… 근데 나도 못 가진 너를 가지는 건 용서 못 해. “
“ 우리 예슬이는 내가 예슬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지? “
“ 이제 알게 될 거야, 사랑해 세상에서 제일. “
그 말을 끝으로, 예슬은 숨을 거뒀다.

“ 여기가… 어디야? “
“ 나 살아있는 건가? “
“ 아니, 너 죽었어. “
“ 깜짝이야!! 누구세요…? “
“ 음… 네가 그렇게 원망하고 찾던 신이라고 하면 맞겠지. “
“ 신… 이요? 거짓말! “
“ 거짓말 아니야. “
“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요? “
“ 세상에 이렇게 젊고 잘생긴 신이 어디 있어. “

“ 칭찬이지? “
“ 그럼 욕이겠어요? “
“ 근데 나 보기에만 그렇지, 나이 많아. “
“ 몇 살이신데요…? “
“ 그건 비밀. “
“ 뭐예요… 싱겁게. “
“ 어쨌든, 내가 너를 보러 온 이유가 있어. “
“ 뭔데요? “
“ 너, 이승에서 되게 열심히 살았지? “
“ 그냥, 나태해지면 가난해지니까… 가난하고 싶지 않아서. “
“ 이유가 뭐든. “
“ 그래서 내가 너에게 선물을 하나 하려고 해. “

“ 선물… 이요? 이미 죽은 마당에 무슨… “
“ 이승에서는 죽었지, 저승에서는 아니잖아? “
“ 저승… 이요? 저승에서도 죽을 수가 있어요? “
“ 보통 죽는다는 표현 말고, ‘소멸’한다고 하지. “
“ 아… 그래서 선물이 뭔데요? “
“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만나게 해줄게, 저승에서. “
“ 석진 오빠를… 말하는 건가요? “
“ 응, 맞아. “
“ 대체… 어떻게…? “

“ 아, 대신 조건이 있어. “
“ 조건…? “
“ 네가 직접 그 사람을 찾아야 돼. “
“ 뭐야… 저승에 있는 거면 그냥 얼굴 보고 찾으면 되죠, 그게 뭐가 어렵다고. “
“ 좋아요! 석진 오빠랑 만나게 해줘요. “
자기를 신이라고 칭하는 사람이 손가락과 손가락을 부딪혀 딱 소리를 내자 예슬의 머리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어지러웠다. 겨우 초점을 찾고 신을 바라보자 예슬이 그토록 사랑하고 보고 싶어 했던 ‘석진 ‘의 이름과 얼굴, 그 밖의 석진에 관한 모든 게 기억이 나지 않고 그저 ‘ 과거에 사랑했던, 현재 사랑하는, 미래에도 사랑할 사람이라고 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 이게 무슨…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
“ 이러면… 이러면 그 사람을 어떻게 찾아요? “

“ 그냥 찾으면 재미없잖아~ “
“ 너를 테스트해보고 싶기도 하고. “
“ … 테스트요? “
“ 너희 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보고 싶어. “
“ 며칠이 걸리든 몇 주가 걸리든 상관없으니 네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 사람을 찾아봐. “
“ 단, 저승사자로 일하며. “
“ 저승… 사자요? “
“ 그래, 너는 이제부터 숙소에서 살게 될 거야. “
“ 저승에 관한 것과 일에 관한 건 전부 너의 담당 차사가 알려줄 테니, 저 문으로 나가라. “
“ 아, 저기…!! “
“ 음? 뭐, 물어볼 게 더 남았나? “
“ 그쪽… 이름이요. “
“ 참, 쓸데없는 걸 비장하게 물어보네. “
“ 민윤기. “
“ 감사해요. “

예슬은 윤기를 향해 싱긋 웃은 후 윤기가 가리킨 문을 향해 나갔고, 그렇게 예슬은 저승 생활의 막을 열었다.
로벨리아_ 악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