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피는 꽃

자각몽 02


4
탁탁탁탁-

아무것도 안 보인다. 들리는 건 오직 누군가 쫓기는 발소리와 거친 숨소리 뿐이었다. 모든 것이 깜깜했다. 이런 꿈은 꾼 적이 없었다. 이런 악몽같은 꿈은 한 번도 꿔본 적이 없었다. 항상 꿈엔 어떤 남자가 나왔는데.. 

삐—

그 때 내 머리에서 엄청난 통증과 함께 삐 소리가 났다. 
그러곤 잠에서 깬 그 순간 가빨라진 거친 숨과 온 몸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24분
늘 그랬듯이 공책과 팬을 가져와서 그대로 적었다. 의문이었다 왜 이런 꿈을 꿨는지

“도대체 난 무엇에 쫓기고 있었던거지”

“그 잡음은 또 뭐지”

꿈에서 깨고나니 두통이 더 심해진 것 같다. 집에 약이란 약은 다 뒤져봤지만 없었다. 새벽이라 약국도 문 다 닫았는데.. 오늘은 그냥 밤을 새야될 것 같았다. 그래도 내일이 주말이라 괜찮지 아니었음 수면제라도 먹었어야 했다. 머리도 식힐겸 산책하러 나갔다. 새벽 4시 즈음 저 멀리 벤치에 떡 하니 앉아있는 고양이를 봤다.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 자세가 너무 귀여워 가까이 다가갔다. 보니 저번에 그 5층 고양이었다.

“또 만났네”

냐아-

사람 손을 탔었는지 사람을 안 무서워하는 고양이가 마냥 신기했다. 가만히 엎드려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쓰다듬어 주었다. 근데 뭔가 이상하게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주인에게 버려졌는지 이런 사람 손이 그리웠는지 너무 귀여워 고양이를 번쩍 안아서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이제부터 우리 집에서 살거야”

“… … …”

“어때 우리 집 괜찮아?”

내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내 팔을 부비적거렸다. 밖에서 얼마나 있었는지 흙냄새가 장난 아니었다. 새이불에 고이 모셔두려면 씻겨야한다.

“야옹아 우리 첫 만남이지만 너무 드러워서 말이지”

“이 누나가, 누나인가 암튼 씻겨줄게 일루와”

...냥

원래 목욕 좋아하는 동물 없다. 화장실 들어가려고 안았지만 씻으러 가는 걸 아는지 발버둥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쨔식 아무리 그렇게 발버둥쳐도 넌 나한테 안 돼

“개운하게 씻자 고양아”

그렇게 1시간 정도 걸렸나 이노무새기 말을 너무 안 들어서 힘들었다. 

띵동-

우리 집에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인터폰으로 보는
저 낯이 익숙한 실루엣은... 박지민이었다. 뭐 회사에서 가장 친한 사람이 박지민뿐이었다. 그래서 퇴근하면 항상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씩은 꼭 마셨다.

“뭐야 우리 집은 왜 옴”

Gravatar
“그냥 심심해서”

“심심하긴 개뿔 너 요번에 신프로젝트 때문에 바쁜 거 다 알거든?”

“아 ㅎ 들켰ㄷ...? 어?”

Gravatar

뭘 보냐면서 쳐다보는  눈빛이 아주 인상깊었다. 이상하게 나를 보는 표정하고 박지민을 보는 표정하고 묘하게 달랐다. 기분탓인가보다 하고 넘기려고 하는데 처음보는 고양이의 뚱한 표정에 심쿵..

“저 귀여운 고양이는 뭐냐, 너 고양이 싫어하잖아”

“그니까 그런 내가 왜… …뭔가 달랐어"

“… … …”

“왜 너 동물 좋아하잖아”

“그냥... 좀 뭔가 그러네”

“뭐래ㅋㅋ 한 번 만져봐 개부드러우ㅓ..ㅠㅠㅠ”

미심쩍은 표정으로 고양이한테 조심스럽게 양쪽 팔을 쭉 뻗으며 다리도 양쪽으로 벌려지는 그 폼이 꽤 볼만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아악-!!

처음으로 고양이가 하악질을 했다. 박지민은 그런 고양이가 무서워 내 뒤로 숨었다. 아 진짜 웃겨 뒤질 것 같아ㅋㅋ 뭐 귀신도 안 무서워해, 놀이기구도 잘 타 뭐 하나 못 하는 게 없어서 부러웠는데 동물이 자기 안 받아줄때가 제일 무섭나봄 뒤에서 고양이 눈치보면서 내 긴팔 소매를 꼭 잡는 모습을 반대편에 있는 거울로 보니까 좀 귀여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박지민한테 이런 면도 있어?”

Gravatar
“아아...”

내 뒤에 숨어서 고양이 눈치보다가 내가 그 말을 하니까 정신을 차린듯 바로 자세잡더니 또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양 손이 머리를 누르며 한탄하고 있었다.

냐...

우리 둘의 대화가 부러웠는지. 자기 좀 봐달라고 애원하는 것 처럼 나에게 폴폴폴 거리며 내 다리를 부비적 거린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엄마 미소가 절로 나왔다.

“너 걔 이름은 지었냐”

음 그러게 이제 내 가족이 될건데 이름을 아직 안 지어줬네 잠시 고민에 빠지다. 나를 똘망똘망하게 바라보는 그 눈을 홀리듯 쳐다보다 생각났다.  태화 

“태화… …”

“태화?”

“웅 태화”

뭔가에 홀린듯 그 단어, 아니 그 이름이 생각났다. 왜 인지는 모른다 그냥 보고있으니까 딱 그게 생각나서 였다. 단지 그거 뿐이었다. 세아는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그 고양이, 아니 태화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태화야”

Gravat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