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혼약자

신의 혼약자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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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혼약자


55











지금 생각해보면 그와 혼약을 맺은 후의 가장 행복한생이지 않았나 싶다. 우리 둘 밖에 없는 행성에서 누리는 자유와 사랑. 그와 함께 지내며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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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나 정말 안삐졌어.




가끔씩 장난으로 그와의 스킨십을 피하고 거절하면 진심을 다해 삐졌지만 볼에 짧은 입맞춤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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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아, 진짜. 





언제 삐졌냐는 듯 사르르 녹아내리는 그였다.



밤이 찾아와 그의 팔을 베고 한 침대에 누울때면 그와 함께 했던 전생들에 대해 얘기하며 우리 둘만의 추억을 회상하곤 했다. 그리고,




정국) 나와 가까이 지내고, 내 눈앞에서 죽음을 맞이한 인간은 네가 처음이었어. 그땐 꽤나 큰 충격을 받았었지. 그래서 그 다음생에선 잘 살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만 했어. 계속해서 그날의 네가 떠올랐거든.




그의 속마음을 들을때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짐과 동시에 아려왔다. 우리의 많은 이별을 어젯밤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는 그의 아픔이 나에게까지 전해지는것 같아서.




정국) 이 넓은 우주를 돌고돌아 겨우겨우 만났을때마다 넌 너무나 쉽게 내곁을 떠나갔어. 누군가 내곁을 떠난다는걸 경험해보지 않은 터라, 처음에는 사랑보단 지켜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었던 것 같아.

하지만 나와 만날때마다 변함없이 나를 사랑해준 널 보며 비로소 내가 널 사랑하고 있다는걸 깨달았어.





내 900번의 생 중에서 그를 만난 생은 259개로 3분의 1이 되지 않았지만 나와 그에겐 그 259개의 생이 우리의 전부였고,




정국) 이젠 네가 없는 난 무의미해. 날 바라봐주는 너의 눈을 사랑하고, 내게 사랑한다 말해주는 너의 입, 날 어루만져주는 네 손길, 그리고 모든것의 근본적인 네 영혼을 사랑해.




이런 우리의 대화의 끝엔 항상 사랑한다는 말과 달콤한 입맞춤이 존재했다. 







•••









여주) 저도 이제 당신처럼 물을 다룰 수 있어요!




시간이 지나자 물을 다룰 수 있게 된 나. 처음엔 정말 사소하게 물결을 움직이는게 다였지만 점점 능력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이게 다 좋은 스승을 둔 덕분이었다.



내가 그에게 인정받을 정도의 능력사용 수준에 달았을땐 그 행성에서 살기 시작한지 약 10년째 되던 때였다. 그때가 되자 그와 함께 바다속을 원없이 구경다니기도 했고 늦은 밤, 바다 한가운데에 서서 은하수 빛을 보기도 했다.



 매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행복했지만 딱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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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정말 우리 둘만으로도 충분해?


여주) 그럼요. 당신을 닮은 아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전 이미 당신과 함께인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난 신과 인간의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처음엔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음에도 욕심을 내었다. 우리가 원했으니까. 



자기 위해 누운 침대에서 날 바라보던 그가 조심히 내 위로 올라와 내 목에 입을 맞추고 오직 한손만으로 내 목을 감쌀때마다, 그를 닮은 아이를 키워나가는 삶을 짧게나마 상상했다. 몇년이 지나고 무소식이 이어져오며 결국 포기했지만.




여주) 901번째 생이 되서야 당신과 온전한 삶을 살게 되었어요. 아이는 당신을 만난 그 다음생에 가져도돼요. 꼭 이번생이어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아직은 우리 둘에게 집중하고 싶네요.ㅎ




나만큼 슬퍼할 그를 위해 티내지 않았다. 아직 혼약을 맺은 생이니 이후에도 기회는 많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둘만의 시간을 보낸지 수년. 혼약하고 나서 두번째로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 순간이 다가왔다.




나이를 조금이라도 먹으면 외모가 바뀌는게 인간이기에 난 그와 혼약을 맺었던 당시의 외모와 아주 조금씩, 미세하게 달라졌다. 이런 날 배려해 자신의 와모나이를 나에게 맞추어 자연스레 바꿔나가는 그였다. 정말,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었다. 그만큼 행복했다. 그와 함께 한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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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혼약자


                                                  과거회상편 10










어느날 밤, 내 몸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잠깐 밖으로 나간 그가 아직 돌아오기 전, 그 느낌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은 난 그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할지 고민했다.





정국) 여주야!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여주) 항상 같죠, 뭐. 행복하다. 당신과 함께여서 행복하다.





집에 들어온 그는 의자에 앉아있는 내게 다가와서 입을 맞췄다. 불을 끄고 은은한 전등을 킨 채 그와 함께 침대에 누웠을 때 난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여주) 당신, 잠 안 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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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아…. 어떻게 알았어? 신은 원래 잠을 자지 않아.



여주) 당신이랑 붙어산지가 언젠데 그걸 아직도 모르겠어요? 가끔 잠에서 깼을때 자고있지 않은 당신을 본적이 여러번 있어요. 항상 나보다 늦게 잠들어서 나보다 일찍 일어나는게 이상하긴 했고요.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말하게 됐다. 그는 흘러내린 내 머리칼을 귀로 넘겨주며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그러곤 내 머리를 살살 만져주며 말했다.





정국) 혼약자가 너무 똑똑해서 탈이네~ 네 영혼을 보아하니 이번생만 똑똑할것 같진 않은데.





그의 말을 듣는 와중에도 점점 끝이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난 이 순간이 끝나기전에 어서 그에게 말해야했다.





여주) 정국씨.





평소에 그의 이름을 잘 부르지 않았기에 이 한마디로 그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응?’ 하는 그를 보며 울컥하는 마음을 겨우 가라앉혔다.





정국) ? 여주야-.


여주) 나 너무 행복했어요.





내 한마디에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그의 표정이 보였다. 누가봐도 이 상황을 원치 않는 눈빛이었다. 많이, 아주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여주) 나, 모든생을 통틀어서 이번생이 가장 행복했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당신이랑 함께한 이번 18년이 그동안 우리가 겪은 이별의 아픔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국) ….여주야.


여주) 우리 처음 만났을때 기억해요……? 





그를 향해 웃었지만 그에 모순되는 눈물이 흘러 베갯잎을 적셨다. 내 눈물을 보자 그의 미간은 찌푸려졌지만 그도 그에 모순되게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정국) …그럼. 당연하지. 어떻게 잊을수가 있어. 날 처음봤을 때 네 표정이 얼마나 귀여웠는데. 



여주) 그때 진짜 행복했어요…! 내 오랜 기도를, 당신이 
들어준 듯 했어요. 그때의 당신은 지금과, 달라진게 없는데….





지겹도록 얘기했던 우리의 첫 만남. 하지만 그 날은 처음 얘기하는 것처럼 말을 이어나갔다. 눈물이 계속해서 흘렀고 몸이 조금씩 들썩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주) 아…. 행복한 기억들, 투성이네요….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당신이 너무 보고싶으면, 어떡하죠…?



정국) 우주를 헤매서 꼭 찾아낼게. 쉬러 우연히 간 행성에서 만난 네 4번째 생과 임무를 수행하러 찾아간 행성에서 만난 네 25번째 생처럼 우연인 듯 필연으로 만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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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서로 사랑하잖아. 우리.





결국엔 말을 잇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날 그는 조용히 다독여주었다.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나를 조심히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여주) 많이, 보고싶을 거예요….


정국) …. 많이 보고싶을거야. 나도.



여주) 어, 어떡하죠…. 내곁에, 당신이 없는 삶은…. 살아갈 자신이…..





숨이 조금씩 옅여졌다. 여전히 슬펐지만 점점 가라앉는 호흡에 멍해졌다. 그와 또 다시 헤어지기 전에 한마디라도 더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입이 안 떨어졌다.










•••












정국) ..여주야….. 자…?




정국은 대답을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정국은 오랜만에 맞이한 적막을 이기지 못하고 더이상 숨을 내뱉지 않는 여주를 더욱 끌어안았다.





정국) 나…. 다시 힘내볼게. 조금만 기다려줘.












축 쳐진 여주를 안고 신계로 돌아간 정국이었다.
























오늘의 TMI


1. 여주가 이번생에서 정국이를 만난 나이는 
21살입니다.

2. 급이 높은 신일수록 시초신의 임무를 더 많이 수행한다고 말했었죠!

(물이 부족한 행성을 고치라는 임무를 받고 찾아간 행성에서 25번째 생을 살고있는 여주(혜수)를 보게 된 정국입니다!)

3. 여주가 자신의 죽음을 감지한 이유 TOP 2
-물의 신의 혼약자 (불인정한 몸 상태 및 수분 캐치
-예측에 가까운 직감











허니문을 바라시는 분들이 많아서,,,,ㅎㅎ 재밌게 보셨을지 모르겠네요! *^^*

그럼-.






















_정국씨!




어?






_….사랑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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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