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혼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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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아….
짧은 탄식 뒤로 아주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며 검붉은 피로 흥건해진 바닥이 눈에 훤했다. 꼴에 액체라고 정국을 향해 흘러오는 피를 눈길로 거슬러 올라가니 그에 젖은 머리칼이 눈에 들어왔다.
자윤) ….
자윤은 몸에 묻은 피를 닦지 않고 그대로 서서 정국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자신이 아닌 바닥에 쓰러진, 숨결이 흘러나오지 않는 인간에게 그의 시선이 향해 있었지만 당당했다. 오히려 후련했다.
태형) ! 이런-!!
석진) 심자윤!!
자윤에게 달려나가는 태형을 막은 석진은 하얘진 옷을 펄럭이며 곧바로 자윤 앞에 섰다. 석진과 눈이 마주친 자윤이 움찔거리며 뒤로 한발짝 물러나자 어두웠던 공간은 순식간에 하얗게 빛났고 어느새 둘밖에 남지 않았다. 마치 다른 공간으로 넘어온 듯 했다.
석진) 이 공간으로 넘어온 순간부터 네게 오선급 힘을 준 혼돈의 신과의 연결은 끊겼어. 넌 더이상 오선급 이상의 힘을 내지 못해.
자윤) !!!
석진) 내가 분명 말했었지. 이무리 네가 오선급 힘을 개방하고 있다 하더라도 날 상대하는건 힘들거라고.
당황한 자윤은 손짓으로 어둠을 소환했지만 그의 빛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소멸할 뿐이었다. 석진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수록 겁에 질린 자윤은 뒤로 물러났다.

석진) 내 말이 그저 가벼운 협박으로 들린거야? 어디 오선급 빛의 신 앞에서 사선급 어둠의 신이 나대는거지?
피부가 타들어갈 듯한 강한 빛에 자윤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사방이 새하얗게 빛나는 공간에서 어둠을 만들고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자윤) 나, 날 얕보지마!!
힘껏 소리친 자윤에게서 검은 아우라가 보였고 마지막 발악인 듯 이를 악 물며 바닥에서 솟은 어둠으로 그를 먹으려 시도했지만 눈부신 빛 사이로 석진이 그녀의 뺨을 때리자 그에 힘없이 뒤로 몇 발자국 밀려났다.
석진) 혼돈의 신 능력을 쓴다는 건 네 영혼을 갉아먹는다는 뜻이야. 지금이야 연결이 끊겼다지만 그 영향을 감당 못하고 있는 네 자신을 봐.
마른 기침을 해대는 자윤은 숨을 가쁘게 쉬었고 계속해서 비춰지는 빛에 어둠을 소환할 힘을 잃고 털썩- 무릎을 끓었다. 석진은 자윤을 속박한 뒤 뒤를 돌았다.
석진)…저쪽도 곧 끝나겠네.

지민) 혼돈의 신을 만나게 될줄 몰랐는데.
지수) 날 처음 만났고 나에 대해 아는것도 없으면서 겁도 없이 덤벼드는거야?
3대 1. 우열을 가릴 순 없지만 누가 더 우위인지는 단번에 보이는 구도였다. 태형의 불길 방향을 손짓으로 꺾고, 지민의 바람을 다른 방향으로 흘려보내니 그 세명이 가소롭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지수였다.

남준)…당신에 대해 모른다고?
남준의 희미한 보조개가 보였다. 미소가 사라진 지수에게 태형은 다시 한번 불길을 날렸고 손짓하려는 지수의 앞에 남준이 나타나 양 손목을 붙잡았다.
지수) 너 뭐하는-!!
지민의 바람이 더해져 더욱 거대해진 태형의 불길이 둘을 덮쳤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까맣게 타들어간 피부와 헝클어진 머리로 불길이 어느정도 그녀에게 데미지를 입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남준) 내 고유능력이야. 특별한 공격이나 방어 없이 맨몸으로 공격을 막을 수 있지. 안타깝게도 당신은 그 불길을 온전히 받은 모양이지만.
지수) 너…!!
남준) 당신의 존재는 삼선급 이하의 신들이 잘 모르고 당신의 능력은 알려진 바가 극히 드물지. 하지만 ‘혼돈’의 신이잖아? 몇가지 추측할 수 있지.
먼저 당신은 상대가 보낸 공격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공격을 방어할 능력은 없을뿐더러 육체나 맷집이 강하진 않지. 손짓을 하지 않고는 능력을 사용할 수 없고, 또….
태형이 지민의 어깨에 손을 대자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둘이었고 지수는 이에 당황했다.
남준) 박지민의 은신 능력처럼 당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능력에 대한 경험이 없으니 그에 대한 공격을 막을 확률도 낮겠지?
지수) 하!!
지수는 크게 소리친 뒤 그의 손목을 꽉 붙잡고 고개를 들어 남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빨갛게 빛났고 그런 그녀와 눈이 마주친 남준은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꼈다.
지수) 그래. 네 말이 다 맞아.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랑 네 감으로 어느정도 다 맞춘것 같지만 네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네…?

지수) 난 상대의 정신에 간섭할 수 있어.
남준의 시야에 은신이 풀린 태형과 지민의 모습이 보였다. 둘 다 머리를 붙잡고 있었고 태형이 유독 고통스러워 했다.
지수) 물론 상대의 정신을 완전히 지배할 순 없지만 상대의 트라우마를 극대화 시킬 수 있지. 이건 오선급인 너네들한테도 예외는 아니야. 나와 눈이 마주친 넌 그 트라우마가 더 극대화 될거야!!
남준) 그게 뭐?

남준) 내 고유능력이 물리적 공격만 막을 수 있는거라
생각한건가?
그 순간, 쨍그랑- 소리가 들리며 공간 안으로 두 명의 여자가 들어왔다. 한 명은 찬란한 빛을 내어 어둠을 소멸시켰고 다른 한명은 조그마한 불길을 지민에게 던진 뒤 머리를 붙잡고 쓰러진 태형에게 달려갔다.
지수) 뭔….

지민) 난 다른 신들에 비해서 극적인 트라우마가 없어서.ㅎ
조그마한 불길을 집채만큼 부풀려 그대로 지수를 향해 내리꽂는 지민을 본 여자는 다시 고개를 돌려 태형에게 말했다.
화연) 태형아, 정신 차려. 나 왔잖아. 나 지금 네 앞에 있어.
태형은 덜덜 떨던 손을 천천히 내리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곤 눈이 마주치자 안도감에 숨을 짧게 내쉬며 말했다.
태형) 화, 화연아….
화연) 그래. 나야 태형아.ㅎ
화연은 눈물로 얼룩진 태형의 볼에 조심스레 손을 얹었다. 태형은 화연에 손을 살며시 잡으며 정상적인 호흡을 찾아갔고 화연은 그런 태형을 따뜻히 안아주었다.
석진) 아린아?! 내가 여기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아린) 걱정되서 그렇죠. 뭐, 같이 정리해야할 상황이 있잖아요…? 정국씨는 왜 혼자 저기 있어요?
석진) 혼자…? 정국아…. 여주 어디갔어…?
정국) …여주….

정국) 사라졌어….
오늘의 TMI
1. 오선급 이상의 힘을 쓰지 않는 한, 자윤은 석진을 이길 수 없습니다.
2. 지민은 정국이나 태형보다 단조로운 세월을 살아왔답니다. 이들 중 제일 늦게 혼약 맺었기 때문이죠.
3. 지수의 능력이 사기이긴 하지만 분명한 약점이 존재하죠! 그러니 오선급 신 세명으로 제압이 가능하답니다.

#정국이(오빠)의_눈부신_스물다섯_생일축하해🎉
#해피JK데이💜
(어제 올리려 했는데 예정된 라이브에 못올린,,,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