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혼약자
외전“여러분의 만약에” 7
{민설탕포레버 님, 거북이06 님, 홍삼짜냥 님의 IF}
_여주가 신이고 정국이 인간이라면?
_창작, 정국 시점
나에게는 사랑하는 여신이 있다. 그녀는 물의 신이고 내가 태초부터 사랑한 여신이며,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성품을 지니고 있다.
나에게 혼약을 청한 여신이고 나와 함께 억겁의 시간을 살아온 신이며, 나를 한 번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그 진실마저 숨기려 했지만 그녀를 둘러싼 진실과 그녀의 진심을 알게되어 결국엔 용서해준, 지금까지 내가 사랑하고 있는 여신.
여주) 정국아!ㅎ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결을 정리하며 뒤를 돌아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너. 노을 덕분에 더욱더 빛이 나는 너를 보며 난 오늘도 반한다.

정국) 뭐하고 있었어?
자연스레 백허그를 하며 말을 건네면 네 허리를 감싼 내 팔에 살며시 손을 올리며 대답하는 그녀이다.
여주) 그냥, 즐기고 있었어 이 순간을. 평화롭잖아?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잔잔하고, 너는 내 옆에 있고.ㅎ 더할 나위 없이 좋아.
우리에게 평화가 찾아온지 어느덧 한달. 캐패시티는 물론 신계에고 평화가 찾아왔고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웃음과 미소가 많은 이들에게서 보여졌다. 특히 여주에게서.

정국) 나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내가 온전히 널 만끽할 수 있는 이 순간이.
기숙사 옥상 하늘공원에서 맞이하는 노을이 유독 눈 부셨다. 황금과도 같은 이 순간이 행복으로만 가득차면 좋을텐데… 우리의 운명이라는게 참으로 애꿏다.
정국) 그러고보니 너의 본연의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는것 같아.
여주) 그렇지? 보여줄 기회도 얼마 없었고, 신계에서만 보이는 그 모습을 너와 함께 살아가는 이곳에서는 보여주지 못하니까.ㅎ
본연의 모습. 신들이 창조될때의 모습이며 본인의 힘과 비슷한 옷과 악세사리가 보인다. 나야 김태형의 본연의 모습을 딱 한 번 저승에서 봤었지만 여주의 본연의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여주) 너 지금 내 본연의 모습이 보고싶다고 생각했지?
정국) 내 속마음이 들려?
여주) 아니? 보여, 네 얼굴에.
정국) 내가 그런 타입인가. 처음 알았네ㅎ
여주) 내 본연의 모습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아.
그녀의 손짓에 머리칼이 푸르게 변하여 길게 자라났고 눈동자는 옥색빛으로 빛났다. 그녀의 머리엔 얇은 황금 화환이 씌어지고 한쪽 어깨를 두른 푸르면서도 흰 드레스의 천이 그녀의 발을 덮었다.

정국) 와……
여주) 어때? 맘에 들어?
찰랑거리는 푸른 머리가 마치 나뭇잎에 맺힌 이슬같았다. 단정하면서도 아름다운 그 모습이 누가봐도 우아한 물의 여신이었다.
정국) 정말 예뻐… 세삼스럽지만 진짜로 예뻐. 후광도 보이는것 같아.
여주) 하핫! 본연의 모습에서는 후광이 보이더라! 다른 신들도 다 그래.
정말로 후광이 보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였기에 하마터면 할 말을 까먹을 뻔했다. 물론 까먹진 않았지만…
여주) 자, 그래서 하려던 말이 뭐야, 정국아?
정국) 어….?
여주) 할 말이 있어서 나 찾아온거잖아. 네가 나 안을때부터 느껴졌어. 말해봐.
이 타이밍이 야속했다. 너무나 행복해서 내가 불행과도 같은 이 소식을 전하는게 맞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역시 여주였다.
정국) ….네가 너무 아름다워서 할 말을 잊었어. 어떡하ㅈ-.
순간, 머리가 핑 돌며 중심을 잃었다. 옆에 있던 의자를 짚기도 전에 여주가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받쳐주었다. 그녀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여주) 너 설마….. 설마…..
그대로 날 안은 채 말을 잊지 못하던 여주는 그대로 날 꽉 안았다. 마치 내가 어딘가를 가지 못하게 잡으려는 듯이.

정국) ….아직 시간은 있어. 전처럼 갑작스레 네 품에서 떠나지 않을게.
여주) 하, 하지만…..
여주의 몸이 약간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여주의 손끝이 떨리는게 느껴졌다. 여주의 가파른 숨결이 느껴졌다. 내가 그렇듯 여주도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모양이다.
여주) 보내기 싫어….!!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어… 널 다시 보내기 싫어.. 제발…..

정국) 운명이 야속하다… 그치?
날 꽉 껴안은 여주의 팔을 살며시 풀렀다. 여주는 자기를 놓지 말라고 흐느끼며 말했다. 내가 널 놓을리가 있니. 여전히 나에 관한 사실에 대해서는 어리구나.
정국) 너를 만난 생마다 수명이 짧은 건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며 생긴 부작용 중 하나라고 했지?
여주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정호석이 우리의 처지를 알테니 운명을 고쳐줄거라 생각했는데… 혼돈의 신 일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정국) ..이왕이면 이 행성에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그래야 널 만나기 훨씬 쉬워지고 여기 있는 모두도 다시 만날 수 있을텐데..
어떻게 모인 인연들인데.. 내가 먼저 이들을 떠나야한다는 사실에 다시금 울컥했다. 그래도 내 앞에서 결국 눈물을 흘리는 너를 보면 조금 강해진다.
정국) 나 사랑하잖아. 아니야?
여주) 당연히 사랑하지!! 저 지고있는 태양의 열기만큼, 이 은하의 크기만큼… 내가 지금껏 널 찾아해맸던 광년의 거리만큼 사랑해.
신다운 사랑고백. 이마저도 너무 좋아서 웃음이 난다.

정국) 내일 아침까지 시간이 있어. 그러니 우선 내려가자. 모두랑 인사 나누고 둘만의 시간을 갖자.
여주) …응, 그러자.
나를 보며 비로소 웃은 너. 그녀의 손짓에 본연의 모습이 풀렸다. 빛나는 황금 화환이 없어도, 예쁜 드레스 천이 없어도 네가 자연스레 짓는 그 미소가 더 빛나고 예쁘니….
정국) 사랑해.
여주) 나도 엄청 많이 사랑해, 정국아.
아아
또 다시 떠나는 이번 생은
마음이 무겁지 않구나

신의 혼약자
_끝
작가의 말로 돌아오겠습니다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