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매일 7시 45분에 온다

10 놓치지 않아

“읍—!!”

 

입이 틀어막혔다.

“읍읍!! 느그야!!”

 

발버둥 치는 순간,

낮게 깔린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조용히 해.”

 

“…!”

 

그 목소리에 몸이 멈췄고... 천천히 몸을 돌려 고개를 들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자신을 끌어안은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이상혁…?”

숨이 멎은 것 같았다.

 

"...."

 

“…야아...”

 

"...."

 

목소리가 떨렸다.

“너… 너 맞아? ㅇ...왜 말이 없어...?”

 

상혁은 잠깐 해나를 내려다봤다.

예전보다 더 마른 얼굴, 자신을 올려다보는 굳은 표정에 잠시 씁쓸해졌다.

 

“…왜 여기 있어”

그게 상혁의 첫마디였다.

 

“뭐? 야, 그걸 지금...!”

해나는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짓다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이 먼저 떨어졌다.

 

“… ㅇ... 왜 이제야 나타..나 흐읍... 내가 너를.. 흐그윽 얼마나 찾았는데에!!!!”

 

상혁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해나야.”

 

“왜 말도 없이 사라졌는데.”

 

“….”

 

“한 마디라도 남기고 가지 그랬어.”

 

“그럴 수 없었어.”

 

“왜!!”

해나의 목소리가 골목에 울렸다.

 

상혁이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ㅁ...목소리 낮춰...!”

 

“싫어!!”

 

“강해나!”

 

“내가 너 찾으려고....!! …진짜 많이 힘들었거든?"

 

상혁은 잠깐 고개를 숙였다.

“… 찾았었구나... 미안.”

 

그 한 마디에 해나는 웃으면서 울었다.

“고작 그 말 하려고 나 붙잡은 거야?”

 

“아니.”

 

“…그럼? 뭔데”

 

상혁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누가 너 미행하고 있었어.”

 

“…뭐?”

 

“그래서 막으려고 하다가...”

 

“... 누구지? 지금은 간 건가...?”

 

“지금은.”

 

“지금은?”

 

“….”

 

묵묵부답인 상혁을 보며 해나는 손을 뻗어 상혁의 손을 잡았다.

 

“가지 마. 나랑 얘기 좀 해”

 

상혁은 눈을 피했다.

“.... 여기 오래 있으면 안 돼.”

 

“또 그 말이야? 너 지금 어디서 뭐하고 다니는 거야?”

 

“해나야.”

 

“....나 국정원 들어갔어”

 

상혁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뭐?”

 

“국정원.”

 

“왜?”

 

“…너 찾으려고.”

 

순간, 공기가 멈춘 것 같았다. 상혁의 잠시 굳었다.

 

“왜 그런 위험한 곳에서 일을 해, 너 정도면 충분히...”

 

“그럼 넌 왜 그런 짓을 해?”

 

“….”

 

“너 혼자 도망치고, 나 여기 남겨두고...!”

 

“강해나”

 

"뭐"

 

상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더 이상 나 찾지 마.”

 

“싫어.”

 

“니가 위험해.”

 

“나도 이제 위험한 일 하는 직업이거든?”

 

잠깐의 정적이 일다가 상혁은 아주 짧게 웃었다.

 

 

“…여전하네 ㅎ”

 

“너도 여전하거든 ?!”

 

“…. ㅎㅎ 오늘 구해줬으니까, 앞으로는...”

 

해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나 ... 너 계속 찾아다녔어. 걱정돼서...

그리고 또 너 보니까 알겠다.

내가 너를...”

 

상혁의 손이 살짝 떨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해나야 추억으로 두자”

 

“못 잊어.”

 

“해나야.”

 

그는 한 발 물러섰다.

“오늘 일은 잊어. 부탁할께, 건강하고..”

 

“야-!”

 

슥-

상혁은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상혁!!!”

 

해나는 뛰었다. 골목을 돌고, 또 돌았다.

 

“야!! 어딨어!!”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상혁은 없었다. 완전히 사라진 듯 했다,

 

 

 


 

 

 

며칠 뒤,

해나는 책상 위에 놓인 파일을 넘기고 있었다.

 

“강해나 요원.”

 

“…ㄴ..네넵!!!”

 

“첫 사건이야. 김선경 살인 사건.”

 

“오... 넵!”

 

“자료 읽어보고 보고하도록”

 

파일을 열어보니 피해자 사진과 사건 경위가 길게 쓰여져 있었고,

현장 정황 사진이 여러 개 붙어있었다.

 

그리고...

 

용의자 부근에서 손이 멈췄다.

 

“….”

 

사진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이상혁....?'

 

“…뭐야.”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왜…”

자료를 다시 확인했다.

 

“용의자 이상혁... 핵심 인물..?”

 

점점 목이 말랐다.

“말도 안 돼.”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아버지는 날 대명의 킬러로 키우려고 했어.’

 

그 말이 떠올랐다.

 

“…아니야.”

상혁은 킬러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했다.

벗어날 수 없는 그의 환경을 싫어했다.

 

“…아니야.”

 

해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 요원? 왜 갑자기 일..어나나?”

 

“… 잠깐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복도 끝에서 벽에 기대 숨을 골랐다.

“이상혁아....”

 

작게 중얼거렸다.

 

“진짜야?”

눈물이 다시 고였다.

 

“너… 결국… 킬러가... 된 거냐구.....”

 

믿고 싶지 않았다.

믿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국정원의 파일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해나는 혼자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진짜 없을까..? 어떻게 해야… 하....”

 

'....함정을 파야하나... 내가 아는 넌... 킬러를 할 애가 아냐'

 

“….하아....”

 

문득, 예전이 떠올랐다.

7시 45분...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있던 너

 

해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넌 항상 계획된 루틴대로 움직였지.”

 

모니터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이번에도… 그럴까.”

 

그를 만나기 위해 해나는 결심했다.

 

“상혁아.

.

.

이번엔… 내가 너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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