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쐈어 뱅!!

에피소드

"오, 전지전능하신 우리의 아버지 제발 저를 이 좆같은 현실에서 도망치게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17년 평생 착하게 살아온거 아시잖아요."

거룩한 크리스마스이브, 오직 주님만이 듣는 불경한 기도를 되뇌이며 지훈은 있는 힘껏 인상을 찌푸린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선물은 안바랄게요, 대신 후년에는 내게 특별한 사람을 보내주세요, 당신이 가짜가 아니란걸 증명해줘요."

지훈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을 지긋히 바라보다 이만 주섬주섬 공부가방을 챙겨 추운 바깥을 나섰다. 꼴에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란건가, 설레이지도 않아.

어거지로 구겨신은 컨버스화의 앞코를 눈밭에 두어번 콕콕찍은 후에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집에선 엄마가 까먹고 틀고 나가신 티비에 그러니까 지훈이 태어났을때 이 영화가 나왔다면-

벌써 17년째 케빈을 까먹으신 부모님의 집에서 2대1로 제법 전설적인 싸움을 벌이는 케빈의 일대기가 방영되고 있었다. 

"와-, 씨 쟤는 진짜- 똑똑-한거다. 나였으면 스읍 집 버리고 튀었다."

야무지게 카레에 밥까지 비벼먹고있는 지훈의 입에선 17년째 같은 리액션이 나온다.

변함 없는 일상.

학교,학원,집,숙제,학교,학원,집,숙제. 무언가 새로운게 필요해

그러니까 주님

내년에는 내게 

특별한 사람을 내려주세요

마치, 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