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낙원

ep.02 [ 안녕, 나의 낙원 ] by_날다람쥐현씅씅

'윤여주는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악마들을.'



by_날다람쥐현씅씅

에피소드 02


***


"너희가 원하는 세상은 뭐야?"


돈이 중요하지 않은 세상? 권력 따위 없는 세상?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세상? 

나에게 그런 세상을 바라는 건 사치일지도 몰라.


언젠가부터 세상이 생존이 되어버린 것은, 빛을 잃어간 것은 분명 누군가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특정 다수인 건지 그저 내가 부족한 탓인 건지. 어쩌면 남을 탓하기엔 내가 형편없었고 나를 탓하기엔 남들도 나를 짓밟았으니, 누구하나 탓하기엔 그저 내가 멍청했던 걸지도.


"네가 원하던 세상과 그리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하는데."


내가 원하던 세상과 다르지 않다고? 내가 원한건 그저 노력에 대한 대가 뿐. 내가 이뤄야 할 것을 이뤘어야 함이 내가 원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돈과 권력은 노력을 배신한다는 결과. 다람쥐 쳇바퀴 도는 꼴이 되지 않으리라 자신하는 거야?


"정말로 이룰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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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우리가 바꿀거야. 이딴 세상."


분명 어리석어 보인다. 내가 원하는 세상이 가능했더라면 내가 지금 이 지랄이 났겠니.
그럼에도 '사람따위 믿지 않아.' 이 말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 였으리라. 이 신념은 깨지고야 만 것이라.










***











나와 또래인 네 명. 모두가 나와 같이 노력에 배신 당하고, 돈에 굴복하고, 권력 앞에 머리 조아리게 된 자들. 결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밑바닥들. 즉 잃을 것 또한 없는 자들.


"좀 웃어봐"


이 한마디를 듣지 않고도 웃길 바란 것이 잘못이던가.


"잘 못이 아니야. 누려야 할 권리지. 우리가 누릴 수 없다면 누리게 만들면 되니까."


이것이 이 다섯이 모인 이유가 되겠다.
누구도 차별 받지 않는, 누구나 평화로운, 그런 낙원.
이거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다만 믿어야 할 것이 있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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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거야. 이거 하나만 믿어."


하지만 이 길이 과연 내가 갈 길이 맞는 것인가.








***









노력에게 배신 당한 것을 아직도 못 잊었을까. 내 평생에 믿어온 신념에 금이 간 것을 아직도 믿고 있을까. 노력? 노력으로 이룰 수 있었다면 나는 지금 쯤 신이 되어서 밤낮으로 장난이나 치고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너희들도 노력에 배신 당한 거 아니었어? 아직도 노력을 믿는 이들이 한심해 보일 뿐이다.


"나는 노력을 믿지 않아." 

"나도 알아. 나도 그래, 하지만 그래서 뭉친 것 아니겠어?"


뭉치면 산다인거냐? 지랄하지 마라. 노력은 희망고문이나 하는 배신자니까.


"그래도 한번만 해보지 않을래? 어차피 우린 아무런 방법도 없어." 

"어쩌면 마지막 기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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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만들어 보자."


아니. 나는 노력에게 문을 열 생각 따위 없다. 노력에게 더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이제 그만 하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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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번쯤은 우리에게 편을 들어주지 않을까?" 

"우리 편? 웃기시네 신은 우리를 봐주지 않아, 그래서 너희들은 악마인거야 난 너희들에게 넘어갔을 뿐이고."


그럼에도 내가 이들의 손을 잡은 것은 조금의 기대가 아니었을까, 무엇이든 붙잡고 싶었던 심정. 뭐라도 나에게 안정을 가져다 주길 바라는 애처로움.


"그니까 성공 하자고."


이미 잡은 손 놓을 생각 또한 없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