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재] 천재 해커 X 미친개 형사

01 _ 천재 해커 X 미친개 형사

천재 해커, 김남준.

그게 내 이름이였다. 명함 들이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범죄자들, 그것도 흉악범들만 골라서 해킹하고 해킹하는 족족 다 걸려들어서 벌써 해킹으로 잡은 범죄자들만 수천명.

이 바닥에서 일한 지 5년, 재수없는 쥐새끼 같은 형사 한 마리가 굴러들어왔다. 그것도 미친년으로.






***





휘몰아치는 해킹건에 항상 편의점 음식들로 배를 채우곤 했다. 그날도 똑같이 편의점에서 끼니를 떼우려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채 편의점으로 갔을 때였다.


"계산이요."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계산대에 내려놓고 카드를 내밀었을 때였다. 내 뒤에 서는 사람이 느껴져서 뒤를 돌아보니 잘 펴진 파란색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고 짝다리를 짚고는 입에 막대사탕 하나를 물고 있었다. 경찰제복인 거 같았는데 포즈는 껄렁껄렁 하기 짝이 없었다.


"뭘 봐요, 범죄자 같이 생겨서는."

"뭐요?"


범죄자? 날 보면 덜덜 떠는 그 범죄자를 나로 칭한다고? 웃기는 사람이였다. 처음 보는 현상이여서 헛웃음을 지으니 날 흘겨보는 여자.


"계산 완료 되었습니다, 손님. 영수증 드릴까요?"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수고하세요."

"어...? 그 해커..."

"...수고하세요."


모자와 마스크를 썼음에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날 알아본 편의점 알바생에 골치가 아파졌다. 밖에서 날 알아보는 것은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으니.

고개를 푹 숙이고 문 쪽으로 몸을 돌리니 그 재수탱이 경찰이 담배 이름을 대는 소리가 들린다. 하다하다 경찰이 담배까지 피나보네.








***







음침한 지하주차장에 위치해있는 주황색 컨테이너, 하얀색으로 0912라고 적혀있는 그 컨테이너가 내 사무실이였다. 조금 누추하다고? 5년 전에는 컨테이너도 없어서 숨어서 해야 했는데 이정도는 양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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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 아, 네 잠시만요_"


급하게 끼니를 떼우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젓가락을 내려놓고 문을 열러 일어난 순간 누군가 열쇠로 자물쇠를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사람을 발 밑에서부터 찬찬히 관찰해보니 번쩍거릴 정도로 깨끗하게 닦인 구두를 신고 있었고, 잘 펴진 정장과 안에 입은 셔츠마저 주름 하나 없었고 와인색 넥타이를 메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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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우리 해커팀의 대가리, 민윤기 해커. 나보다 2살 많은 형이다. 범죄자 해킹하다가 전과들 보고 눈 돌아가서 쥐어팬 해커로 얼굴이 알려졌고 그덕에 이 형은 거의 숨어지내는 수준이다.


"하세요, 마침 밥 먹고 있었어요."

"뭐? 내가 준 해킹건들은."

"100건은 족히 넘어갈텐데 밥 먹을 시간은 있고? 베짱 좋다 남준아."

"아직 많이 남았죠. 야근할건데, 뭐."

"널 어찌 말리냐..."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여기까지 찾아오고."

"중요한 해킹건 하나가 들어와서 말이야."


중요한 해킹건이라 하면은 아까 말한 자잘한 해킹건들을 다 제쳐두고 그 해킹건 하나에만 몰두해서 해야 하는 해킹건이다.

의뢰하는 곳은 거의 다 큰 기업들이고 보통 해킹완료, 그러니까 미션 수행 기간을 준다. 길면 한 달, 짧으면 2주까지 받아봤다.

가끔 성격 더러운 기업들이 아직 기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해킹조직에 쳐들어와서 난장판을 만들어놓고는 빨리 하라며 재촉했다.

시퍼런 칼날이 내 목에 몇번씩이나 들어올뻔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 해킹건들을 처리하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그만큼 보상도 두둑하기 때문에 마다하지 않고 했다.


"아, 진짜요? 뭔데요?"

"H그룹 의뢰야, 회장의 막내아들이 실종됐대."

"오, H그룹... 돈 꽤 들어오겠네요."

"그래서, 언제까지?"

"...48시간."

"...네? 아무리 그래도 48시간은,..."

"5억이래, 남준아. 5억."

"48시간 내에 해야지만 5억 만져보는 거야."

"...아니, 잠깐만요. 5억?!"

"잘 들어, 그 돈이면 우리 땅 사서 이주 시킬 수 있는 돈이다."

"잘할 수 있지?"

"...저 혼자 진행하는 건가요."

"아, 맞다. 형사, 형사랑 합동수사 할거야."

"형사요?! 그럴바엔 저 혼자 진행하는 게...!"

"아니, H그룹 의뢰사항이야. 형사랑 합동수사."

"형은 진짜...! 맨날 이런 거 상의 하나 없이 수락해요..."

"너 잘하잖아. 믿는다."

"아, 형!"


내가 소리치는 것도 무시하고 나간 윤기형,... 싸가지가 바가지다. 그나저나 형사랑 합동수사? 날 뭘로 보고 내가 그깟 유괴범 하나를 못 잡을 줄 아나.

그래도 의뢰사항은 다 맞춰서 진행하는 게 원칙이니까 할 수 없었다. 오늘 정각 때부터 카운트 시작이니까 지금 와야되는데... 하여튼 시간개념도 없는 애랑 합동수사라니, 극한 직업이다.


똑똑_


"...네, 갑니다."


철컥_


"들어오세요, 빨리 진행하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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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까 그 편의점 싸가지 경찰... 형사였어? 그것도 나랑 합동수사? 나랑 합동수사면... 아무나 못하는데 그 싸가지가 실력이 그렇게 좋나.


"안녕하세요, 합동수사 하게 된 박 경감 이라고 합니다."

"...어, 네..."


뭐야, 나인줄 모르는 건가.


"오늘 정각부터 카운팅 시작이죠? 빨리 진행합시다."

"아, 저기...!"

"네?"

"...저... 몰라요? 오늘, 봤잖아요. 그것도 몇 분 전에."

"음... 편의점? 그 범죄자상이라면 좀 곤란한데."

"범죄자상 아니라니까요!"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지만 그 여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내 서슬퍼런 눈을 보면 다 움찔거리고 눈을 피하기 마련인데 이 형사라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다. 그래서 좀 재밌달까...


"아무튼, 당신이 누구든 상관 없어요."

"방금 만난 그 싸가지가 해외에서도 유명한 해커라서 좀 당혹스럽지만..."

"나도 마찬가지거든요? 내가 그래도 탑쓰리 형사랑만 합동수사 하는데."

"담배까지 뻑뻑 피고 다니는 형사라니,... 기품 떨어지게시리."

"그쪽도 몇 대 피시는 거 같은데, 내숭은_ㅎ"


턱짓으로 내 책상에 놓여져있는 담배 몇 갑을 가리키곤 피식 웃으며 아무일도 없단듯이 모니터 앞 보조의자에 앉는 형사.


"...허, 아직 앉으라고도 안했거ㄷ,"

"빨리 앉으세요. 5억이 걸려있는데."


돈에 미친 형사 한 마리 굴러들어온 거 같아서 피곤해졌다. 그땐 몰랐지.

이 형사가 얼마나 미친개라고 경찰서에서 불리는지.




















***




















"지금 장난해?!"


큰 고함이 울려퍼지는 이곳. 무슨 이유에서인지 잔뜩 화가 난 윤기, 그리고 그 옆에 남준과 그 외 해커팀원들이 대열을 맞춰서 서있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해커팀이 대형사고를 쳤을 때였다. 흉악범을 쫓다가 거의 다 잡아가던 때였는데 고작 기계선 연결실수로 코앞에서 범인을 놓쳐버렸으니 단체로 기합 받는 중이였지.

일에 예민한 윤기형이 얼마나 빡돌았으면 작전 도중에 기합 주겠어.


"...윤기형, 진정하ㄱ,"

"진정하게 생겼어 지금?"

"그리고 어떤 미친놈이 공적인 자리에서 형이라는 호칭을 써, 김남준."


아무래도 윤기형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 같았다. 평소에도 매서운 눈매에 카리스마가 가득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언성도 높아졌고...


"잘 들어."

"현장출동 할거야, 준비해."

"네?! 아니, 민 해커님...!"

"시끄러워, 빨리 장비 챙겨."

"오늘 열댓명은 죽어보자 그냥."


미친 거였다. 평범한 강도범도 현장 출동 하기 망설이는데 수십년 간 잡히지 않았던 흉악범을 상대로 현장출동을 하겠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너무 무모한 행동이였고 실제로도 부상자가 너무 많이 생기는 현장 출동이였다.

평소에 일에 예민한 윤기형이 이런 작전을 실행 할리가 없는데 코 앞에서 범인을 놓쳐버렸던 게 제대로 화가 났나보다.

쭈뼛거리며 장비를 챙기는 팀원들, 말려볼까 했지만 나한테 앞장서라고 말하는 윤기형 때문에 말리지도 못하고 현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











긴장감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타이핑을 하며 범인의 위치를 계속 보고하다가 타이핑 하던 손, 위치보고 하던 입이 멈춘 건 내 위치에서 범인의 위치가 1m도 채 되지 않는 곳에서 위치가 떴을 때였다.

쪼그려앉아있던 내가 고개를 드니 살인자의 눈망울이 어렴풋 섞여있는 눈과 검정색 마스크, 성별이 여자였는지 여리여리한 몸까지. 여자라는 정보는 없었는데 말이지.


"..."

"해커 양반, 바쁘신가봐? 나 잡느라."

"...민 해커님 여기 범인ㅇ,"


윤기형에게 보고를 하려던 찰나 인이어를 누르던 손이 그 여자가 갖고 있던 칼에 베였다. 단번에 피가 철철 났고 해킹 모니터와 단정한 내 정장도 피로 젖어갔다. 귀에서는 날 찾는 윤기형의 고함이 들렸다.


"그러게... 고작 해커가 날 잡으려고 현장출동까지 하고."

"그것도 혼자 있으면 어떡해?"

"아무튼 다음에 또 봅시다, 잘생긴 해커님_ㅎ"


그 여자의 말을 끝으로 나는 과다출혈로 쓰러졌고 다급하게 뛰어오는 윤기형의 구둣발이 그때의 내 마지막 기억이였다. 아직도 그 흉악범은 잡히지 않았고.



그 흉악범이 활동을 다시 시작했는지 3년 뒤, 오늘.

지금 접수된 10세 이하 총 32명 아동 실종사건의 용의자가 3년 전 날 칼로 찔렀던 그 흉악범과 같았고, 내가 그 해킹건을 맡았다. 이 해킹건을 48시간 내에 수행하면 5억을 받고.

3년 뒤에서야 쫓는거지만 이번에는 꼭 잡고 말겠다.





















천재 해커 X 미친개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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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범죄자 기가 막히게 잘 잡는다는 천재 해커거든."

아이큐 148에 해외진출까지 한 5년차 천재 해커, 김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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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가 된 이유는, 내가 꼭 복수 해야 할 게 있었어."

한 번 정한 목표물은 물고 안 놓아준다는 미친개 형사, 박여주.




48시간 내에 임무를 수행하면 5억.

천재 해커와 미친개 형사의 합동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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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지 마, 나 좋아하는 사람 건들면 눈 돌아가."




그리고 그들의 의도치 않은 잔인한 사랑 이야기!

지금 시작됩니다.




천재 해커 X 미친개 형사

12/30 start.


Writer _ 아지작가


@Writer's words
덕질메이트 친구한테 서사 써주다가 이 소재가 나왔는데 다 써놓고 보니 그냥 버리기는 너무 아깝고 열심히 쓴 소재라서 가지고 오게 된 작품이에요! 충동적으로 썼다기보다는 이 글은 뭔가 더 애정이 갔고 정말 재밌는 글이거든요ㅠㅠ 그래서 여러분들과 같이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작품 하나 완결 시키면서 찬찬히 컨펌하고 나오게 된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아이니까 잘 봐주시길...!

목표를 하나 정하고 가자면 순위권 20위 안에
드는 걸 소심하게 목표로 잡아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