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경호원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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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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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전정국을 피하기 시작했다. 전정국한테 이상한 감정이 느껴지지 시작하자 일단 부정이 먼저였다. 일요일 내내 방에 박혀서 자는 척을 하거나, 밥도 시간대를 넘겨서 먹거나 전정국과의 만남을 피했다. 다행인지 전정국도 내 방에 찾아오지 않았고 오늘 아침, 학교도 나 먼저 쏙 나와 와버렸다.

기사님께 부탁해 먼저 차를 타고 일찍 학교에 도착한 나는 자리에 앉아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누군가 좋아해 본 적이 있나? 나는 감정에 휩쓸리는 사람이었나? 나는 내 감정에 이렇게 솔직한 적이 있었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엑스. 부정이었다.





“아악! 진짜 복잡해… 짜증나……”





어차피 전정국을 매번 이렇게 피할 수는 없을 거였다. 오늘만 해도 곧 전정국이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을 텐데 더이상 무슨 핑계를 어떻게 댈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전정국은 내가 얼마나 어떻게 어떤 핑계를 대든 일일이 다 반박하며 내 옆을 지킬 게 뻔했다. 하… 진짜 앞뒤가 꽉 막혔어.

책상에 엎드리기도 하고, 초조한 듯 반을 몇 바퀴씩 돌아보기도 하고 별짓을 다 하다가 애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워갈 때쯤. 여태 고민한 것들이 무색할 정도로 결국 또 도망을 선택했다. 나는 매 순간에 도망을 선택할 정도로 무책임한 사람이었나?





“… 절대 아니지.”





근데 이번 건 어쩔 수 없는 도망을 선택해야 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쳐야할 것 같다. 전정국이 교실에 도착하기 전, 전정국이 날 찾을 수 없는 곳을 찾아야 했다. 아, 거기가 있었지! 전정국이 모르는 나만의 장소를 생각하니 떠오르는 곳이 딱 한군데가 있었다.

거기라면 걔도 못 찾을 거야. 나는 복도에 지나다니는 애들 사이를 지나 학교 체육관 뒤편의 창고로 향했다. 체육 창고는 기본적으로 쌤이고 학생이고 잘 찾지 않는 곳이라 수업 땡땡이 치기도 좋고 숨기도 딱 적합했다.

체육 창고 바닥에 가득 널린 푹신한 매트들에 풀썩 몸을 던지듯 드러누웠다. 우리 집 침대보다 어쩌면 더 푹신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 정도로 내 몸을 감싸는 매트였다. 매트 위에 양팔을 벌리고 누워 두 눈을 잠깐 감았고 눈을 감자 보이는 건…





“흐읍…! 왜 또 너야!”





전정국이었다. 어제부터 내 머릿속을 지배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눈을 감아도 생생하게 보이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전정국이 나를 괴롭히는 것만 같았다. 왜 자꾸만 내 눈앞에 아른거리고 왜 자꾸만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해도, 뭔가를 막 해도 자꾸만 떠오르는 게 꼭 노이로제에 걸린 것만 같았다.





“나 아무래도 전정국한테 제대로 씌였나 봐…”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린 나는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에라 모르겠다 하며 두 눈을 최대한 꼭. 있는 힘껏 감아버렸다. 이렇게 꽉 감으면 생각이 덜 나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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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생각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게 그대로 잠까지 자버렸나 보다. 핸드폰을 화면을 켜보니 전정국한테 잔뜩 와있는 문자와 전화, 카톡까지. 전정국은 내 친구이기 전에 내 경호원이라는 걸 깜빡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벌써 시간이 점심 시간 가까이 되어있는 걸 보면 전정국 애간장이 얼마나 탔을지 감히 예상도 안 갔다.

전정국 성격상 학교 곳곳을 뒤지고, 쌤들한테 내 행방을 묻거나 더 나가서 윤설이나 김서린을 찾아갔을 수도.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에 빠르게 창고에서 나가려고 몸을 일으켰다. 체육 창고 문을 철컥 열자 하필 마주친다는 게 악연 중의 악연 윤설과 김서린이었다.





“아, 뭐야. 김여주?”

“X발ㅋㅋㅋㅋ 하필 김여주야. 기분 더럽게.”

“어쩌라고.”

“전정국이 너 찾는다고 엄청 쑤시고 다니더라? 오죽하면 나한테도 왔겠어, 말도 섞기 싫은 나한테.”





역시… 전정국은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윤설까지 찾아갔다는 건 학교 곳곳을 다 뒤졌다는 건데… 나는 둘을 지나쳐 얼른 전정국을 찾아가려고 했다. 얘네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설마 또 뭘 하겠어? 내가 윤설과 김서린 옆으로 스쳐 지나가려고 하자 윤설은 피식 웃으며 내 어깨를 붙잡았다. 뭐야? 안 놔?





“여주야, 너 창고랑 존나 잘 어울려. 그러니까 앞으로 몇 시간만 더 있자-. 알겠지?”

“뭐? 윤ㅅ, 꺄악!”





윤설은 나를 붙잡고 창고랑 내가 잘 어울린다는 둥, 몇 시간만 더 있으라는 둥 뭐라 하고서 나를 창고 안쪽으로 밀쳐 넘어뜨렸다. 매트가 안 깔린 쪽으로 넘어져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 나는 표정을 찡그렸다. 넘어지면서 바닥에 쓸린 건지 왼쪽 팔꿈치와 무릎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난 네가 정말 싫어, 김여주.”

“… 내가 왜 그렇게 싫은 건데.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아빠 돈 믿고 나대는 꼴 무지 X 같거든. 네 옆에 붙어있는 애들 전부가 그렇게 생각할 걸? 황민아도 그렇고 전정국도 그렇고. 너 예전부터 그랬잖아. 지가 가진 것만 잘났고-, 남이 가진 건 헌짝 쓰레기고-.”





윤설은 체육 창고 바닥에 나자빠져있는 나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와 허리를 숙여 내 이마를 검지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억울했다. 또 화가 났다.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가진 것들을 남에게 자랑한 적도, 남이 가진 것들을 무시한 적도 없었다. 사람은 있는 만큼 겸손해야 한다. 우리 아빠가 예전부터 매일같이 하던 말이었기에, 그 말을 어겨본 적이 없었다.





“여주야, 네 옆에 있는 황민아, 그리고 전정국. 걔네가 언제까지 곁에 있을 것 같아?”

“……”

“금방 사라질 거야. 내가 하나하나, 잘근잘근 모조리 씹어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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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전정국 뒤에 숨는 겁쟁이. 이번에도 전정국이 구하러 올 때까지 여기서 얌전히 기다려 봐-.”





철컥-. 체육 창고 문이 단단히 잠겼다. 윤설의 가시 돋친 말들에 꼼짝도 못하고 눈물이 한 가득 맺혀 몸만 덜덜 떨고 있던 나는 여전히 윤설이 말한 그 겁쟁이가 맞았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