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딩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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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전정국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겁쟁이. 윤설이 내게 내던진 말들이 귓가에 자꾸만 맴돌았다. 차갑고 거칠한 체육 창고 바닥에 혼자 내동댕이쳐져 잔뜩 겁먹고 있는 나였다. 결국 나는 윤설이 말한 그대로인 사람인 것이었다. 억울했다. 내가 언제부터 그런 사람이 된 건지, 내가 언제부터 누군가의 뒤에 숨는 사람이었던 건지.
“… 난 겁쟁이가 아니야……”
몸을 잔뜩 웅크린채 겁쟁이가 아니라 몇 번이고 되새겼다. 누가봐도 잔뜩 겁을 먹은 모습이었지만 말 한 마디라도 아닌 척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난 겁쟁이가 아니야… 난…… 겁쟁이가 아닐까…? 눈물이 뺨 한쪽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줄기는 점점 세차게 흘러내리더니 끝내 내 얼굴을 점령했다. 자꾸만 눈물이 쏟아졌다. 창고 안에서 아무것도 못하면서 울고만 있는 내가 너무 미웠고 싫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갈 용기는 없었다. 펑펑 눈물을 쏟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겁쟁이라도 좋으니 전정국이 날 찾아줬으면 하는.
“흐… 전정구욱…… 나 좀 데리러 와줘…”
자물쇠로 꽉 잠긴 체육 창고를 내 힘으로 열고 나갈 자신도, 용기도 단 하나도 없었다. 지금은 그저 나만을 위해줄, 날 꼭 끌어안고 다독여줄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여길 나갈 수 있는 용기는 전정국이 있어야만 생길 것 같았다.

한참을 찬 바닥에 앉아 웅크린채 눈물만 뚝뚝 흘렸다. 윤설이 나를 체육 창고 바닥으로 밀칠 때, 폰도 함께 내동댕이쳐져 폰을 키려고 전원 버튼을 꽉 눌러도 켜지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예상이 잘 안 갔다. 체육 창고에는 창문 하나가 없어 어두컴컴했고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난 어두운 곳을 싫어했다. 엄마는 어릴 때 일찍 돌아가셨고 아빠는 회사 경영 때문에 바쁘다고 집을 비우기 일쑤였다. 그 넓은 집에, 그 넓은 방에 나는 항상 혼자였고 집사님까지 퇴근하시면 늘 캄캄한 방안에 날 가두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어두운 곳을 싫어하게 된 게.
“흐으, 흐… 흑……”
어두운 이 공간이 내 숨을 조이려 드는 것 같았다. 작은 빛이라도 보이면 안심할 수 있었을 텐데. 어릴 때도, 지금도 빛 한줌 조차 보이지 않아 더욱 나를 무섭게 만들었다. 눈물이 또 한 가득 차올랐다. 눈가는 새빨개 따가울 정도였고 코끝도 붉게 물들어 뺨에는 눈물자국이 남았다. 전정국… 나 좀 찾아주면 안 돼…? 나 진짜 무서워……
고개를 들어 체육 창고의 문이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다 눈에서 또다시 떨어지는 닭똥같은 눈물에 고개를 팔에 파묻었다. 그때, 창고 문이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를 구해주러 온 것 같았다.
“김여주, 안에 있어?”
전정국이었다. 분명한 전정국의 목소리였다. 자물쇠 열쇠가 없어 차마 열지는 못하고 덜컹거리며 움직이다 주먹으로 문을 쾅쾅 두드리며 큰소리로 안에 있냐 물은 전정국이었다. 전정국의 목소리가 들리자 안심한 듯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흐끅, 전정국… 나 여기 있어……”
“울지 말고 잠깐만 기다려, 알겠지?”
전정국은 문이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나를 안심시키기 바빴다. 곧 큰 굉음과 함께 체육 창고 문이 열렸고 전정국의 한손에는 큰 돌이 쥐어져있었다. 아마도 그 돌로 자물회를 내려쳐 문을 연 것 같았다. 전정국은 곧바로 돌을 던져 내려놓더니 나에게 다가와 내 상태를 살폈다.
“김여주, 괜찮아? 다친 곳은?”
전정국은 한쪽 무릎을 꿇고서 나와 시선을 맞추며 계속 상태를 살폈고 정말 전정국이 내 앞에 있다는 걸 실감한 나는 그제서야 온몸에 긴장을 풀었다. 긴장이 풀리자 눈물샘이 고장난 듯 홍수가 난 것 마냥 흘러내렸다. 나는 그대로 전정국의 목에 팔을 두르며 꼭 안겼고 엉엉 울어버렸다.
“흐으, 흡… 왜 이제 왔어… 흐윽, 내가, 끅, 얼마나… 무서웠는데에! 흐어엉-.”
“… 미안, 많이 기다렸지. 더 빨리 찾지 못해서 미안해.”
“흐어어엉-. 흐… 흐으……”
“괜찮아, 괜찮아. 뚝 하자, 응?”
자신의 오른쪽 어깨가 내 눈물에 젖어 축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어린애 다루듯 조심스럽게 끌어안아 등을 토닥토닥하며 달래주는 전정국이었다. 거기에 내가 왜 이제야 왔냐며 억지를 부려도 다정한 목소리로 화 한 번 내지 않있고, 내가 울음을 다 토해낼 때까지 등을 토닥이며 기다려줬다.
“전정국…”
“응, 왜?”
“너 여기 다 젖었어… 어떡해?”
“괜찮아, 빨면 되는데.”
내가 전정국에게서 떨어지며 교복이 젖은 걸 알리자 전정국은 온화한 미소로 화답했다. 또, 자신의 손으로 내 뺨을 감싸 눈가에 남은 눈물을 쓸어 닦았고 내 왼쪽 팔꿈치와 왼쪽 무릎의 상처가 아프진 않냐며 얼른 보건실부터 가자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그런 전정국의 손을 꽉 잡았다.
자신의 손을 움켜쥔 나를 힘으로 당겨올려 똑바로 세워준 전정국은 얼른 가자며 먼저 뒤돌았고, 나는 전정국의 뒷 옷자락을 살며시 잡았다. 옷자락을 잡는 손길에 다시 내 쪽을 돌아본 전정국이었다.
“어디 아파? 업어줘?”
“으응, 아니.”
“그럼.”
“… 미안.”
전정국의 앞에서는 맨날 울기만 하고 미안하다고 사과만 하는
것 같았다. 전정국을 붙잡고 한다는 말이 겨우 미안하다는 말이라 전정국 보기도 부끄러웠다. 사과를 건네자 전정국은 후-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번엔 뭐가 또 미안한데.”
“네 셔츠 망친 거랑, 말 안 듣고 학교 먼저 온 거랑… 계속 너 피해다닌 거.”
“셔츠는 빨면 되니까 신경쓰지 말고, 나머지는 진짜 잘못한 거 알긴 해?”
“… 응, 잘못했어.”
“이유나 들어보자. 대체 날 왜 피한 거야?”
아주 약간 화난 듯 보이는 전정국의 표정이 내 입을 더 꾹 다물게 만들었다. 전정국은 내가 말할 때까지 기다릴 셈인 것 같았고 나는 전정국과 눈을 마주칠까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가며 열심히 피했다.
“이거 봐, 지금도 그래. 너 왜 자꾸 내 눈 피해?”
“ㅇ,어?”

“나 피하지 마, 김여주.”
눈을 똑바로 맞추며 자신을 피하지 말라는 전정국에 내 심장이 그때처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아마 난 앞으로도 전정국을 피해다닌 이유를 쉽게 말하진 못할 것이다. 이 이유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은 전정국을 향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날일 테니.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
